2024-04-20 23:20 (토)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 월드컵 우승 후보팀과 경기 운영 비교 말라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 월드컵 우승 후보팀과 경기 운영 비교 말라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12.06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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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진출이 목표인 팀은 조별 리그서 온 힘 쏟아
브라질의 주전 선수들은 3차전 안 뛰어 체력 비축
패색 짙었을 때 안 뛴 선수들 기회 줬다면 아쉬움
벤투 감독과 함께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4년간 대장정은 브라질과의 16강전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사진=KFA/이코노텔링그래픽팀.

브라질과의 16강전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생각은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돌아갔다. 터키와의 3∼4위전에서 2-3으로 졌을 때와 정확하게 겹쳤다.

괜찮다. 됐다. 뭘 더 보여주려고 하지 마. 너희는 충분히 보여줬고, 우리는 충분히 즐겼다. 수고했다. 고맙다.

16강전이 벌어지기 전날, 브라질의 마지막 훈련장에서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브라질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카메룬에 0-1로 졌다. 이미 2승으로 조 1위를 확정한 브라질은 이날 경기에 네이마르, 시우바, 히샬를리송, 알리송 등 주전 선수들을 대거 쉬게 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마르가 발목을 다쳤고, 몇 명이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으나 전날 훈련에서 네이마르는 너무나도 생생했다.

영원한 우승 후보인 세계 랭킹 1위 브라질은 똑같은 조건에서 맞붙어도 버거운 상대다. 그런데 포르투갈 경기에 온 힘을 다 쏟아부은 한국이 16강전을 위해 힘을 비축한 브라질을 만났다. 바닥난 체력을 정신력으로 메우기에는 브라질이 너무 강했다. 한국 선수들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들과 한국과 같이 16강 진출이 목표인 팀의 운영 방향은 확연히 다르다. 매번 확인하는 거지만 브라질은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지는 팀이다. 조별리그보다 16강, 16강보다 8강전이 더 세다. 경기를 치르면서 조직력도 강해지고, 패스도 정교해진다.

반대로 한국 등 언더독들은 16강 진출을 위해 조별리그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체력을 비축하는 전략은 사치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처음부터 너무 악으로, 깡으로 덤비지 않았다면, 전반전에는 침착하게 잠그기를 했다면, 이강인을 좀 일찍 기용했다면, 어차피 뒤집기가 힘드니 한 번도 안 뛴 선수들에게 월드컵 경험을 하게 해줬다면.

하지만, 이건 그저 아쉬움일 뿐이다. 비난이나 질책이 아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주장인 손흥민이나 골을 넣은 백승호가 "죄송하다"라고 했다. 1-4라는 결과가 새벽까지 응원해준 국민에게 보답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선수들은 충분히 다 했다.

대한민국의 목표는 16강 진출이었다.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것도 진한 감동까지 선사하면서.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그래도 이걸로 충분하다.

벤투 감독과 함께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4년간 대장정은 16강전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12년 만의 16강 진출이라는 성적과 함께 김민재(24), 조규성(24), 이강인(21) 등 한국 축구의 미래를 확인하는 성과를 얻었다.

모두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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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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