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3:35 (금)
[이필재의 CEO 스토리]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의 '사랑 경영론'
[이필재의 CEO 스토리]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의 '사랑 경영론'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jelpj@hanmail.net
  • 승인 2022.11.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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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에게 애사심이 필요하듯 회사도 결국 사람 사랑해야 하고 그게 공평하다고 설파
팀워크 흐트러져 대형 품질사고 내자 엔지니어 출신 관리자들에겐 사람 관리법 가르쳐
미세 전자제품 공정 검사하는 3차원 검사기 개발 … 세계시장 1위 달리며 값도 더 받아
초정밀 측정검사 장비를 만드는 중견기업 고영테크놀러지는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코스닥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ESG기업상을 받았다. 사진(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가운데))=고영테크놀러지/이코노텔링그래픽팀.

초정밀 측정검사 장비를 만드는 중견기업 고영테크놀러지는 지난해 12월 대한민국코스닥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ESG기업상을 받았다. 해외법인을 포함해 전 사업장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위해 법인차량으로 전기차를 도입한 것 등이 평가를 받았다.

고영은 3차원(3D) 기술을 활용하는 '납도포검사기(SPI)'를 세계 최초로 시장에 선보였다. 이 장비는 특수 기능을 하는 일종의 로봇이다. 육안이나 2차원 화면 검사에 의존하던 시절에 반도체 및 전자제품의 불량률을 0 수준으로 낮춘 그야말로 획기적인 장비였다. 3D SPI를 기반으로 이 회사는 2006년 이래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 3200여 고객사와 거래한다.

고광일 고영테크놀러지 대표는 이 회사의 창업주다. 미 피츠버그대 공학박사로 금성사 중앙연구소 후신인 LG전자 기술원 출신이다. 미래산업(주) 연구소장을 거쳐 불혹을 훨씬 넘긴 45세에 고영을 창업했다. 미래산업에서 함께 일한 15명의 후배들과 의기투합했다.

"미국·독일·일본 등 로봇 선진국 제품을 뛰어넘는 로봇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에 팔아보기로 했습니다."

20년 종사한 로봇 기술엔 훤했지만 그는 생산 아이템도 정하지 않은 채 사업을 시작했다. 직원들을 석 달 간 현장에 내보내 시장조사를 시켰다. 자기 기술에 목을 매는 기술자 창업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삼성SDI, LG 등에서 전자제품의 부품 크기가 작아지면서 공정 검사를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3D 기술로 부품의 부피를 측정해야 하는데 당시엔 2D 기술 검사기밖에 없었다. 5개월 간 매달려 3D 검사기를 개발했다. 이로써 측정 대상물의 외형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다. 지금도 글로벌 셰어 1등인 SPI다.

고 대표는 "이 3D 장비로 로봇 선진국의 2D 장비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 분야에선 거의 혁명적인 성과였죠. 남은 인생을 다 걸고 혁신의 장애물인 선입견을 불식했기에 거둔 개가입니다. 측정을 하는 광학도는 기술을 조합할 줄 모르지만 우린 종합학문을 하는 로봇 기술자였기에 가능했어요. 과학도와 공학도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고영 광학팀 인력의 절반은 공대 기계과 출신이다. 그는 "이들 공학도에게 광학을 가르치는데 광학도보다 아이디어가 더 많다"고 귀띔했다.

고영은 연구개발(R&D)에 강한 회사다. 우선 600여 건의 세계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700여 명의 구성원 중 약 40%가 연구원이고, 매출액의 20%를 R&D에 투자한다.

고영 구성원의 고유한 DNA는 불굴의 도전정신이다. 고 대표는 "고영은 세상에 없는 제품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공급자로서 시장을 스스로 창출하는 전략이다.
"시장에 없는 제품을 개발하는 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겁니다. 다행히 검사 장비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해 우리가 선진국 경쟁사들보다 20~30년 후발이지만 승산이 있었죠. 이들 경쟁사는 희한하게도 이노베이션을 별로 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이 분야가 우리 회사의 활로입니다."

고영의 제품은 세계 최고가이다. 경쟁사 제품보다 20% 이상 비싸게 팔린다. 비전은 명실상부한 1등 회사다.

"우리 회사는 세계 최초이거나 월드 베스트 제품을 지향합니다. 좁은 영역에서 1등은 하고 있는데, 앞으로 내로라하는 로봇 기업으로 키우고 싶어요. 기술적인 면에서는 사실 자신이 있어요. 단 사람의 문제, 문화적으로 고영이 앞으로 어떤 일을 겪게 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죠."

승승장구하던 고영은 2012년 대형 품질 사고를 겪었다.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개국공신 그룹과 새로 조인한 인력 간에 팀워크 문제가 생긴 탓이었다. 엔지니어 출신 관리자들에겐 사람 관리하는 법을 가르쳤고, 팀 플레이를 통해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했다.

로봇 공학자는 로봇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볼까?

"단순한 일자리는 로봇이 차지하고 분야별로 학습능력이 뛰어난 전문 로봇이 출현할 거예요. 그러나 종합 능력에서 사람을 능가하는 로봇의 출현은 먼 미래의 일입니다. 로봇 관점에서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해내는 범용 로봇이라고 할 수 있죠. 창조도 로봇이 인간을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로봇 공학자인 고 대표는 나름의 경영론으로 뜻밖에 '사랑 타령'을 늘어놓았다.

"경영도 사랑에 달렸습니다. 구성원에게 애사심이 필요하듯이 회사도 결국 사람을 사랑해야 합니다. 또 그래야 페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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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br>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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