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2 09:35 (일)
호주, 英 여왕 서거따라 '공화제 전환' 정중동
호주, 英 여왕 서거따라 '공화제 전환' 정중동
  • 【멜버른=성태원 편집위원겸 순회특파원】
  • iexlover@hanmail.net
  • 승인 2022.09.1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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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장일 하루종일 장례 광경 생중계하는 등 추모열기 높지만 왕정 반대 움직임 꿈틀
호주 총리도 공화제 전환 지지한바 있고 호주 ABC방송 여론조사서 53%"찰스국왕 반대"
정부도 호주 5달러에 새겨진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이미지를 찰스왕으로 자동대체 부인
호주 멜버른 시내 바울 성당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추모 사진이 배치돼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br>
호주 멜버른 시내 바울 성당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추모 사진이 배치돼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멜버른=성태원 편집위원겸 순회특파원】 지난 8일 96세의 일기로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이 19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국장(國葬)으로 엄수됐다.

이로써 지난 1952년부터 70년간 영국 군주로 재임하며 인품 높은 글로벌 리더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과 애정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2세는 이제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여왕의 서거로 주요 영연방의 한 곳인 호주도 추모 열기 속에 빠진 가운데 여왕과 관련된 몇몇 주요 이슈가 촉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4일 필자가 호주에 입국한 이래 19일 여왕 장례식이 치러진 날까지 호주 TV에서는 영국 현지의 리포터를 통해 추모 열기와 장례식 광경을 쉴새 없이 방영하는 걸 목격했다. 특히 19일 국장이 치러진 날에는 종일 장례 광경을 생중계하다시피 했다.

호주에서도 여왕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곳곳에 애도를 표하는 조기가 게양됐다고 한다. 호주 의회는 15일간 의사일정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호주 남부 태즈마니아 섬 호바트 시내 한 성당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추도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br>
호주 남부 태즈마니아 섬 호바트 시내 한 성당에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추도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호주 곳곳의 성당을 찾아보니 여지없이 여왕 사진이 성당 전면에 배치돼 있었고 방문객들 다수가 사진 앞에서 추모 묵념을 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대형 상가 홀에 여왕 사진이 새겨진 커다란 걸개그림이 걸려 있기도 했다.

호주인들 가운데는 영연방에서 자기 나라가 영국과 제일 가까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니 위에 열거한 추모 분위기가 결코 이상 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세대별로, 인종별로, 이해관계별로 추모 분위기의 결이 좀 다른 것 같다는 얘기도 듣긴 했다.

이를테면 나이가 좀 든 호주인들 중에는 "우리 여왕이 별세했다. 슬프구나" 라는 감정을 갖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은 "여왕 추모일 22일(목)이 공휴일(holiday)이라 좋구나" 하는 느낌을 더 가질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참고로 호주 인종 구성은 유럽에서 온 백인계가 80% 상당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다음으로는 아시아계 12%, 원주민 3% 등으로 알려져 있다. 백인계는 앵글로 색슨계가 70% 상당, 독일계 약 4%, 이탈리아계 약 4%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호주의 왕이기도 한 영국 여왕 서거를 바라보는 시선이 인종마다 좀 다를 수 있다는 해석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호주 연방의 정식 명칭은 '오스트레일리아 연방(Commonwealth of Australia)'이다. 당초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01년 독립해 영 연방에 통합된 나라다. 형식적으로는 입헌군주제를 취하고 있어 영국 국왕이 국가원수이며 총독에 의해 대표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회제도를 택한 나라로 정부 수반은 총리가 맡는다.

호주 멜버른 시내 거리에 호주 국기가 조기 형태로 게양돼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br>
호주 멜버른 시내 거리에 호주 국기가 조기 형태로 게양돼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현재 호주 총독은 데이비드 헐리이며 총리는 앤서니 앨버니지이다. 호주에서 영국 국왕의 지위를 대리하는 데이비드 헐리 총독은 지난 11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영국 새 국왕 찰스 3세를 국가원수로 선포했다. 이에 앞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애도하기 위해 9월 22일을 공휴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두 사람은 19일 런던에서 열린 여왕 장례식에도 추모차 참석했다.

영국과 영국의 옛 식민지 56개국은 영연방 연합체에 소속돼 있다. 이 중 15개국(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앤티가 바부다·바하마 등)은 영연방 왕국으로 별도 분류돼 영국 왕실을 대리하는 총독을 두고 있다.

영 여왕의 서거로 지금 호주에선 ▷왕국에서 공화국으로의 전환 ▷여왕 추모 공휴일 지정 ▷화폐에 새겨진 엘리자베스 2세 초상 교체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라 설왕설래(說往說來)가 되고 있다.

고매한 인품을 통해 통치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가고 찰스 3세가 왕위에 오르자마자 영국 왕의 권위가 영국뿐만 아니라 주요 영연방 호주에서까지 새로운 변화와 도전에 직면했음을 알게 해주는 현상들이다.

호주에서도 여왕이 서거한 이상 더는 군주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오래전부터 공화제 전환을 지지해왔다는 점도 공화제 전환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애도 분위기 속에 공화제 전환에 속도를 내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어 총리 역시 속도 조절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멜버른 시내 빅토리아 주립도서관 지붕에 호주 국기가 조기 형태로 게양돼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br>
호주 멜버른 시내 빅토리아 주립도서관 지붕에 호주 국기가 조기 형태로 게양돼 있다. 사진=이코노텔링 성태원 편집위원.

호주에서는 이미 1999년 국가 체제를 공화제로 바꾸자는 개헌안이 발의돼 국민 투표에 부쳤지만 약 55%가 반대해 부결된 바 있다. 지난 5월 호주 ABC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53%가 찰스 왕세자가 국왕이 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모일 공휴일 지정을 놓고도 시끄럽다. 특히 병원, 자영업자,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갑자기 공휴일로 삼을 경우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여왕 추모의 진정성을 높이고 휴일은 많을수록 좋다는 찬성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앨버니지 총리도 찬성편에 가세했다. 그는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았을 경우 "분명히 비판받았을 것"이라며 옹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새 영국 군주 찰스 3세를 호주로 초대한다는 뜻도 밝혔다.

한편 호주 정부가 호주 5달러에 새겨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이미지가 찰스 3세 왕으로 자동 대체되는 것은 아니며 호주 인물로 교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난 13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앤드루 레이 호주 재무부 차관은 13일 호주 5달러 지폐에 여왕의 형상을 넣기로 한 결정은 "군주라는 직책에 대비된 그의 성품 때문"이라며 "그 어떠한 변화도 '자동'으로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지폐 인물 변화를 시사했다.

기자가 영국 군주 대신 원주민 활동가 에드워드 코이키 마보 등으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 중인지를 묻자 레이 차관은 "앞으로 논의될 사안"이라고만 말했다. 그는 지폐보다 "동전의 인물을 바꾸느냐 마느냐"에 우선순위가 더 있다고도 했다.

호주의 동전 제조를 독점하는 왕립 조폐소는 13일 내년부터는 여왕이 새겨진 주화는 유통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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