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7:30 (금)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 허구연 총재의 수완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 허구연 총재의 수완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08.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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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이동 부담 많은 '프로야구 2연전' 내년부터 없애기로
발로 뛰며 불신의 벽 허물어…'실무형 첫 총재' 기대감 높여
허구연 KBO 총재는 경남고-고려대-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30대에 프로야구 청보 핀토스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사진=허구연의 허프라닷컴/이코노텔링그래픽팀.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는 올해로 40년이 됐다. 40주년을 기념해 '레전드 40'을 선정해 발표하는 등 행사도 많았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40년 만에 야구인 출신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총재는 모두 대외적으로 힘을 쓸 수 있는 정치인이거나 기업인이었다.

허구연 총재는 경남고-고려대-한일은행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30대에 프로야구 청보 핀토스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평생 야구인으로 살아왔다.

사실 허 총재는 적임자라서가 아니라 할 수 없이 총재를 맡긴 경우다. 차기 총재로 추대했던 인물들이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허 총재의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도자는 크게 리더형과 참모형으로 나눌 수 있다. KBO의 경우 그동안 총재는 리더형이었고, 사무총장이 실무를 담당했다. 따라서 허 총재는 최초의 실무형 총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3일 KBO는 내년부터 2연전 일정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후반기 2연전은 모든 구단의 불만이었지만 지난 10년간 풀지 못한 난제였다. 그러나 실무형 총재가 발 벗고 나서자 바로 해결된 것이다.

2연전은 지난 2013년 신생팀 NC의 가세로 9구단 체제가 되면서 시작됐다. 팀별로 홈-원정 일정을 똑같이 짜려다 보니 후반기 막판에는 3연전이 아니라 2연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KT의 합류로 10개 구단이 된 뒤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한창 더울 때인 8월 중순에 2연전을 시작한다. 3연전을 하면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이동하지만, 2연전은 세 번 이동하는 팀이 생긴다. 체력 부담이 경기력 저하와 부상 위험으로 이어지면서 특히 지방팀들의 불만이 컸다. 그러나 홈 경기와 원정 경기의 입장 수입 배분율이 다르다 보니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결됐을까. 허 총재는 발로 뛰며 구단들을 설득해 나갔다.

결론은 이렇다. 5개 팀씩 묶어서 격년으로 홈 3연전-원정 1경기로 치르는 것이다. 올해 손해 본 팀이 내년에는 만회하는 방식이다. 좋은 의미의 '조삼모사'다.

따져보면 간단한 해법인데 그동안 못했던 이유는 불신 때문이다. 내년에 손해를 만회한다는 보장이 있느냐의 문제다. 어느 날 갑자기 제도가 또 바뀌면 먼저 손해 본 팀만 바보 된다는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

그 불신을 허 총재가 깨뜨렸다. 누구보다 현장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는 실무형 총재이기에 구단들이 우선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실무형 총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앞으로도 허 총재의 분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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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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