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은 "부상이 염려되는데 김연경은 승부 근성이 강해 말릴 수가 없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4위에 오른 여자배구 대표팀은 김연경·양효진·김수지 등 주축 선수들이 은퇴한 뒤 올해 국제무대에서 전패를 당하며 추락했다.
물론 이들이 소속 팀에서는 뛴다고 하나 여자배구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단 한 선수로 인해 그 예상이 깨졌다.
국내 무대로 복귀한 김연경(33·흥국생명) 때문이다. 개인으로나 국가대표로나 거의 모든 것을 이룬 김연경이다. 대표팀에서 은퇴할 만큼 체력의 부담을 느낄 나이다.
그러나 그의 인기는 여전했다. 17일 컵대회 흥국생명과 GS칼텍스 경기가 열린 순천 팔마 체육관에는 평일이었음에도 4천 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만원 관중을 넘어 계단에 앉은 관중도 있었다. 지난 13일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개막전에도 만원 관중이어서 흥국생명은 두 경기 연속 만원을 기록했다. '김연경 효과'다.
오직 김연경을 보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중은 김연경의 몸짓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스트레칭을 하다가 관중석을 쳐다만 봐도 함성이 터져 나왔고, 득점에 성공했을 때는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김연경은 이날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16득점을 올렸고, 수비에서도 맹활약했으나 팀은 2-3으로 졌다.
스타 한 명이 팀을 살리기도 하고, 종목 전체의 인기를 좌우하기도 한다.
스타가 되려면 일단 실력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실력만 있다고 자동으로 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뭔가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진정한 스타로 인정받는다.
김연경의 플러스 알파는 무엇인가. 뛰어난 리더십이다. 도쿄올림픽 당시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라는 외침은 배구 팬이 아닌 사람들까지 '김연경 홀릭'에 빠지게 했다.
김연경 카리스마의 배경은 솔선수범이다. 흥국생명은 5명의 선수가 코로나 확진을 받아 17일 경기에 8명만 뛰어야 했다. 최고참 김연경은 이날 5세트 내내 교체 없이 풀타임으로 뛰었다. 공격수이면서도 서브 리시브를 리베로 다음으로 많이 했다. 지난 13일 경기에서도 교체 없이 뛰었으니 두 경기 연속 풀타임이다.
권순찬 흥국생명 감독이 "나는 부상이 염려되는데 승부 근성이 너무 강하다"라고 말했다. 감독이 시킨 게 아니라 본인의 의지라는 말이다. 이러니 후배들이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팬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김연경이 막 대표선수가 된 10대 후반, 김연경을 만난 적이 있다.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갈 유망주였다. 당시 나는 배구 담당이 아니었는데 김건태 심판위원장이 일부러 인사를 시켜줬다. 그때는 너무 말라서 체중을 더 늘려야 파워가 살아나겠다고 생각했다. 사인볼도 받았는데 누구에게 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갖고 있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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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