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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5) 대공황과 히틀러 '위대한 독재자' ⑯암호화폐는 믿을만 한가
영화로 쓰는 세계 경제위기사(15) 대공황과 히틀러 '위대한 독재자' ⑯암호화폐는 믿을만 한가
  • 이코노텔링 이재광 대기자
  • jkrepo@naver.com
  • 승인 2022.07.1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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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극성부리자 화폐 신뢰도 추락…대안인 '금본위제' 1차세계대전 후 붕괴
공공이든 민간이든 화폐의 발행 및 '관리주체' 없애야 한다는 혁명적인 주장도 나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자본주의와 중앙은행, 정부에 대한 불신 극에 달해
수직 상승했던 비트코인 최근 1/3 토막…'화폐 본질'에 대한 또 하나의 궁금증 낳아

인플레이션의 주범은 누구인가? 은행이다. 은행이 돈을 너무 많이 찍어 화폐 가치가 떨어진다. 늘 그랬다. 처음에는 민간은행이었다. 문제가 생기자 국가와 중앙은행이 이 권리를 빼앗고 독점했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인간은, 화폐남발과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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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차례 얘기했듯 화폐의 존립 기반은 '신뢰'다. 그러나 '신뢰'에 대한 내용은 간단치 않다. 몇 가지 질문과 답을 해 보자.

우선, 누구에 대한 신뢰인가? 답은 발행주체 및 관리자다. 발행주체 및 관리자는 누구인가? 중앙은행이다. 하지만 대부분 정부의 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정부와 한통으로 봐야 한다. 역사적으로는 민간은행이, 또는 정부 스스로 화폐를 발행한 적도 있었다. 둘째, 무엇에 대한 신뢰인가? 화폐 가치를 지켜 준다는 신뢰다. 화폐 발행자는 발행량을 늘 일정 수준에 한정시켜 인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 화폐관리, 누가해도 못 믿어

그렇다면 이 신뢰는 지켜졌나? 아니다. 단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 1657년 네덜란드의 기업가 겸 금융인 요한 팜스트루치(Johan Palmstruch)가 설립한 스톡홀름은행. 유럽 최초의 지폐를 찍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과다한 통화발급으로 파산에 직면한다. 국가가 이를 인수함으로써 겨우 파산은 면했지만 세계 최초의 중앙은행 릭스방크(Riksbank)의 탄생 과정에서 우리는 화폐의 근본 문제를 찾을 수 있다.

교역이 크게 증가했던 19세기, 주요 나라 정부는 화폐의 신뢰를 얻고자 너도나도 금본위제를 채택한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으로 무너지고, 전후 이 제도를 재건하려 했지만 이 역시 대공황과 함께 붕괴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채택한 금본위제는 어떤가? 이 역시 1971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이유? 돈에 대한 인간의 욕심 또는 체제의 성격 그 자체 때문이다. 돈이란,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새 돈을 안 찍으면 시스템 붕괴까지 각오해야 한다.

유럽 최초의 지폐를 발행한 스톡홀름은행
유럽 최초의 지폐를 발행한 스톡홀름은행

'신뢰'가 무너진 이유? 당연히 화폐가치의 하락, 즉 인플레이션이다. 화폐가치가 지나치게 폭락한 경우 상식적인 인플레이션의 수준을 넘어서는, 즉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지금, 또는 미래는 어떨까? 마찬가지다.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일정 한도 내에서만 찍어 화폐가치를 유지시킨다는 것에 대한 믿음은 갖기 어렵다. 마지막 질문. 그럼에도 화폐의 발행과 관리를 정부ㆍ중앙은행에 계속 맡겨야 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답은 '그렇다'이다. 왜? 대안이 없으니까.

그러나 최근 일군(一群)의 사람에게서 전혀 다른 주장이 나온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상관없이 화폐의 발행 및 관리 주체 그 자체를 없애자고 한다. 혁명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화폐의 등장 이후 수 천 년 동안 화폐의 발행 및 관리주체가 없었던 적이 없었으며 따라서 그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의구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과연 그게 가능한 것일까?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그 근거를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서 찾는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화폐의 발행 및 관리주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화페의 발행ㆍ관리주체가 필요 없는 화폐. 바로 비트코인이 그 주인공이다. 비트코인은 사실 출발부터 이 '신뢰'의 문제를 걸고넘어진다. 2008년 10월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최초의 비트코인 관련 논문에서 개발자가 했던 말을 들어보자.

"전자결제를 처리하기 위해 우리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인 외부의 금융기관에 의존해 왔다. <중략> 그러나 여전히 신뢰기반모델(trust based model)이 갖는 태생적 약점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중략>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신뢰가 아닌 암호학적 증명(cryptographic proof)에 기초해 거래의사가 있는 두 당사자가 신뢰받는 제3자 없이 서로 직접 거래하게 해주는 전자화폐 시스템이다."

2008년 10월이면 모두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해 9월 15일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했다.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라는 말까지 나오게 하며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대사건이었다. 중앙 및 시중은행은 물론 정부에 대한 불신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3개월 뒤인 2009년 1월 3일 사토시는 비트코인 최초의 블록인 '제네시스 블록'을 만들고 "더 타임스, 은행들의 두 번째 금융을 앞두고 있는 U.K. 재무장관"이라는 글을 남겼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또 다시 영국이 금융지원을 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아직도 실체를 알 수 없는 나카모토 사토시를 기리는 부다페스트의 동상
아직도 실체를 알 수 없는 나카모토 사토시를 기리는 부다페스트의 동상

2009년 2월 11일 그가 쓴 "비트코인 오픈 소스 p2p 통화 구현(Bitcoin open source implementation of P2P currency)"은 그가 비트코인을 개발한 의도를 가장 명확하게 알려준다.

"전통 화폐의 근본 문제는 그것을 작동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모든 '신뢰'에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를 평가절하하지 않도록 신뢰해야 하지만, 법정통화의 역사는 그러한 신뢰의 위반으로 가득 차 있다. 은행은 우리의 돈을 보관하고 전자적으로 송금할 수 있도록 신뢰해야 하지만, 그들은 신용 거품의 물결 속에서 아주 적은 준비금으로 돈을 빌려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는 그들을 믿어야 하며, 신원 도용자들이 우리의 계정에서 몰래 돈을 빼나가지 않도록 그들을 믿어야 한다."

비트코인의 핵심은 지금까지의 화폐가 필요로 했던 모든 '신뢰'가 필요 없도록 고안됐다는 점이다. 비트코인의 운영 아이디어는 ①네트워크상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복잡한 연산문제를 푸는 '채굴' 과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얻고 ②'블록체인(Block Chain)'이란 기술을 활용, 각 거래인들 간 정보를 '블록'에 저장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비트코인 개발자는 중앙 및 민간은행, 정부 등의 화폐발행 및 관리 필요성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중앙에 대한 불신 커져도 떨어지는 비트코인

이후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눈이 뒤집힐 만하다. 2010년 5월 22일 미국의 한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 1만 개로 피자 두 판을 구매했을 때 비트코인 가격은 0.004달러로 환산된다. 그러던 비트코인이 2021년 11월 7만6000달러까지 갔다. 최고점으로 환산하면 최초 비트코인으로 산 피자 한 판 가격은 무려 7억6000만 달러가 된다. 상승률이 몇 %인지 계산조차 되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2008년 경제위기로 화폐관리자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헤맨 결과라 해석한다.

하지만 또 의문이 든다. 과연 그럴까?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 우리는 다시 엄청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도 근원적으로 보면 2008년 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8년 위기를 맞자 연준은 '양적완화'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여 돈을 찍어냈고 화폐발행 및 유통량은 팬데믹 이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다. 이 역시 화폐 발행 및 관리자의 책임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탈중앙을 외치는 비트코인의 위세는 더 강해져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022년 6월 현재 2만5000달러 수준이다. 최고점 대비 1/3 가격밖에 되지 않는다. 화폐발행ㆍ관리자의 잘못으로 화폐가치는 다시 한 번 추락했다. 그런데 왜 탈중앙을 외치는 비트코인 값이 함께 떨어지는 것일까? 2008년 위기 10여년 동안은 중앙은행과 정부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값이 올랐었는데. 우리는 여기서 화폐의 본질에 대한 또 하나의 측면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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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광 이코노텔링 대기자❙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사회학(고려대)ㆍ행정학(경희대)박사❙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뉴욕주립대 초빙연구위원, 젊은영화비평집단 고문, 중앙일보 기자 역임❙단편소설 '나카마'로 제36회(2013년) 한국소설가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영화로 쓰는 세계경제사』, 『영화로 쓰는 20세기 세계경제사』, 『식민과 제국의 길』, 『과잉생산, 불황, 그리고 거버넌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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