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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재의 CEO 스토리]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편 ㊤ '봉이 김선달' 경영?
[이필재의 CEO 스토리]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편 ㊤ '봉이 김선달' 경영?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jelpj@hanmail.net
  • 승인 2022.07.06 11: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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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글로벌 인수할 당시 일부 대금 세계 각국 휠라 지사장에게 선 로열티 받아 충당
라이선스 사업자의 불안 심리 활용 … "기업가정신 발휘하면 돈 없어도 큰 돈 벌어"
미국서 '경영성공' 질문 받고 "정직하고 행운도 따라야,정직하지 않으면 행운 없어"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은 뉴노멀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백 투 베이직스'를 제안했다. 사진,자료=휠라홀딩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은 뉴노멀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백 투 베이직스'를 제안했다. 사진,자료=휠라홀딩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코로나 19 대유행,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됐습니다. 이런 시대에 효과적인 전략은 기본에 충실해지는 것이죠."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은 뉴노멀 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으로 '백 투 베이직스'를 제안했다.

윤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이다. 15년 전인 2007년 봄 휠라코리아 회장 시절 그는 휠라글로벌을 인수했다. 글로벌 브랜드 휠라의 오너가 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전 월급쟁이 휠라코리아 지사장 시절엔 <내가 연봉 18억원을 받는 이유>라는 책을 냈다. 그 후 휠라코리아를 인수, 오너가 됐다.

휠라글로벌을 인수한 후엔 미래에셋과 손 잡고 글로벌 1위 골프 브랜드인 아쿠쉬네트를 사들였다. 이 회사는 글로벌 넘버원 골프공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넘버원 골프화 브랜드 풋조이를 만든다.

휠라글로벌을 인수할 당시 그는 각국의 휠라 지사장들에게서 선 로열티를 받았다. 종신(life time) 로열티 총액의 50%를 현재가치로 환산, 선불로 받아내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이다. 휠라 브랜드의 미래가치를 현가로 전환한 이 발상의 전환은 그에게 글로벌 브랜드의 오너가 되는 행운을 안겼다. 지사장들로서는 경영의 안정성에 대한 보장이라는 편익과 선 로열티라는 비용을 맞교환한 셈이다.

"라이선스 사업자는 숙명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계약이 끝나면 본사가 라이선스를 회수할까 봐 투자도 과감하게 못해요. 저도 오랜 세월 휠라 브랜드 사용권자였습니다. 상대적 약자로서 불이익을 경험했기에 선 로열티를 받아내면 되겠다는 발상을 하게 됐죠."

4분의 3에 달하는 나머지 인수 대금은 옛 외환은행에서 조달했다.

봉이 김선달을 연상케 하는 이 창조적인 인수 전략은 어디서 나왔을까?

"경영대학원에서는 남이 거둔 성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창의적·혁신적인 전략도 한번 햇빛을 보면 생명력을 잃어요. 성공 전략이란 결국 자기 경험에서 나오는 겁니다."

그는 이런 발상법을 과거 샐러리맨 생활에서 습득했다.

"상사가 지시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럼 때로는 깡다구를 부리고 본때를 보여줄 줄도 알아야 해요.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는 거죠. 물론 그러다 당연히 실패도 합니다. 그래서 겸손해 지기도 하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깡다구를 부려야 큰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깡다구야말로 기업가정신의 바탕이라고 주장했다.

"기업가정신을 발휘하면 돈 없이도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본주의 사회를 교정하는 선순환도 일어나는 거예요."

우리나라가 잃어가는 기업가정신의 요체가 도전이라는 일침이다. 코로나로 주춤했지만 그는 연중 3분의 1을 해외 출장으로 보낸다.

윤윤수라고 실패를 겪지 않은 건 아니다. 성공이라는 주술에 걸린 듯한 그는 살아온 이야기의 절반이 실패담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우여곡절 끝에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그 후 미국 유통업체 J C 페니에서 수완을 발휘해 서른여섯에 신발 제조업체 화승에 최연소 수출 담당 이사로 스카우트된다. 하지만 3년 만에 회사에 60만 달러의 손실을 입히고 자의 반 타의 반 회사를 떠난다. 저작권법에 무지했던 탓이었다. 영화 'ET'의 성공을 지켜본 그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ET 봉제 인형 10만 개를 만들어 미국행 배에 선적했었다. 결국 한 개도 못 팔았다.

화승에서 한국의 신발 제조 능력을 경험한 그는 미국 휠라의 라이선스 사업자에게 신발을 만들어 휠라 브랜드로 팔아 보자고 제안한다. 그의 제안 덕에 스포츠 의류 회사 휠라는 신발 회사로 확장하게 된다.

그 후 한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던 휠라 글로벌은 윤윤수에게 휠라코리아 사장을 맡아달라고 제안한다.

휠라 글로벌을 인수한 후 휠라 USA의 유통센터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한 흑인 젊은이가 연설을 마치고 강당을 떠나는 그의 소매를 잡았다.

"어떻게 하면 당신 같은 사업가가 될 수 있나요?"

그가 답했다.

"정직하고 성실해야 합니다. 물론 그런다고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아요. 행운도 따라야죠. 그런데 정직하지 않고 성실하지도 않은 사람에겐 절대 행운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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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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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효원 2023-01-03 18:07:55
오래 전 있었던 휠라클로벌의 인수 스토리를 검색했는데, 이코노텔링의 기사가 있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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