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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나라를 묶은 작물의 역사
[김성희의 역사갈피] 나라를 묶은 작물의 역사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2.05.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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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때 일본은 포르투갈이 전한 고추 한반도에 남겨
붉은 김치는 우리의 전통 음식이지만 고유식품은 아닌셈
브라질 고무나무 빼돌린 英은 식민지 말레이시아에 농장
세계화는 20세기 새삼 등장한게 아닌 세계사의 오랜 흐름
김치는 우리 전통음식이긴 하지만 '고유 식품'은 아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얼마 전 우리가 즐기는 김치가 중국의 '도발'로 인해 시끄러웠다. 한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김치는 우리 전통음식이긴 하지만 '고유 식품'은 아니란 사실을 잊고 있다. 오랫동안 즐겨온 음식이지만 우리 고유의 식재료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17세기 이전, 정확히는 16세기 후반인 1592년 일어난 임진왜란 이전엔 지금 우리가 즐기는 빨갛고 매운 김치가 한반도에 등장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전까진 조선엔 고추가 보급되지 않아 마늘과 배추를 기본재료로 한 '백김치'가 주류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 땅을 침략했던 일본군이 포르투갈 상인들이 전해준 조총을 사용해 우세를 점했던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 그런데 그 포르투갈 상인들이 화기 제조술만 전해준 게 아니었다. 포르투갈은 신세계에서 고추를 '발견'했는데 이를 일본에 소개했고, 일본군이 한반도에서 물러난 뒤에도 고추 씨앗이 이 땅에 남겨져 한국 하면 고추를 떠올릴 정도로 애호하는 식품이 된 것이다.

신세계의 작물이 포르투갈, 일본을 거쳐 한국의 대표 식품을 낳게 했으니 김치야 말로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세계화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미국 언론인이 쓴 『세계화, 전 지구적 통합의 역사』(나얀 찬다 지음, 모티브)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포르투갈이 관련된 식물의 세계화로는 고무의 사례가 그야말로 세계적이다.

1755년 포르투갈 주제 1세는 아마존 원주민들이 카우추크라고 부르는 나무에서 받아내는 하얀 유액으로 방수 처리를 하기 위해 왕실 부츠 몇 벌을 브라질로 보냈다. 이때 그 유액을 실험용으로 유럽에 보냈는데 19세기 후반 스코틀랜드 과학자가 이를 가공해 우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방수 제품에 주로 쓰이던 천연고무는 자동차 혁명이 일어나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이에 눈독을 들인 영국의 알렉산더 위컴이 브라질에서 고무나무 종자 7만 개를 빼돌렸고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에서 이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는 열대 식민지인 실론과 말레이시아에 고무나무 플랜테이션 농장을 무수히 설치했다. 그 덕에 헨리 포드의 '자동차 혁명'으로 고무나무 수액은 금값이 되었으니 1924년 1,000만 대째 포드 자동차가 선보였을 때 말레이시아는 연 20만 톤, 세계 생산량의 절반이 넘는 천연고무를 수출할 정도였다.

문제는 고무나무 농장의 인력 수요를 대처해야 했는데 이를 위해 약 120만 명의 인도인이 한시계약 노동자로 말레이시아로 이주했다. 그리고 그 결과 오늘날 말레이시아 총인구의 10%를 인도계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국경과 인구의 지형을 바꿀 정도였으니 '세계화'는 20세기에 새삼 등장하게 아닌 세계사의 도도한 흐름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절실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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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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