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초밥집 운영 하던 주인 맥주 공장 컨베이어벨트 견학 후 착안해내
1958년 기자까지 불러 '1초에 8㎝ 이동하는 시스템' 공개하고 특허 출원

코로나 19를 막기 위해 시행됐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폐지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온통 환영 일색이다. 당연히 외식업계에 활기를 띤다. 해서 이번엔 외식업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봤다.
컨베이어벨트에 초밥을 담은 접시가 얹혀 나와 손님들 앞을 돌아가는 '회전초밥집'은 1958년 일본에서 선보였다. 그 주인공은 오사카에서 초밥집을 하던 시라이시 요시아키.
그는 1947년 첫 사업으로 튀김집을 열었다가 1950년대 초 초밥을 팔기로 했다. 패전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인 당시 오사카의 분위기는 전통적이고 동양적인 색깔을 벗고 거대한 산업도시로 발돋움하던 차였다. 도시가 현대화하면서 이동하며 먹거나 서서 먹는 방식이 줄어들고 카운터를 둔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나던 시기이기도 했다.
요시아키는 초밥집이 협소해서 고민이었다. 20세기 중반에 냉장고가 나오면서 생선을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초밥의 인기가 한층 높아지던 터였다. 여기에 인근 공장의 노동자들 중심의 손님이 많은 만큼 이를 수용할 대책이 필요했다. 직원을 늘리고 임금을 올릴 수는 있어도 직원들이 테이블 사이로 돌아다닐 공간이 없었고 가게를 넓히기는 힘들었다.
고민하던 요시아키는 마침 1953년 아사히 맥주회사의 공장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는데 거기서 맥주병이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이동하는 장면에 힌트를 받았다. 초밥집으로 돌아와서는 주방에서 매장으로, 카운터를 돌아 다시 요리사에게로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설계도를 그렸다. 그리고는 아사히의 컨베이어벨트를 제작한 업체를 수소문해 작은 기계장치 제작을 의뢰했다.
요시아키는 1958년 기자들까지 불러 "하늘을 나는 위성처럼 초밥 접시가 이동하는" 시스템을 공개했다. 당시 붐이 일던 우주시대에 걸맞은 컨셉이었다. 1초에 8센티미터씩 이동하는 컨베이어벨트에 가격대별로 차별화한 접시로 계산의 편리함을 더한 '가이텐 스시' 곧 회전초밥은 이렇게 탄생했다. '회전'은 컨베이어벨트가 회전한다는 의미와 함께 고객 회전율도 높아진다는 이중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다. 음식 서빙 속도가 빨라지니 손님들도 가게에 오래 머물지 않아 며칠 만에 고객이 두 배로 증가했을 정도였다.
요시아키는 1962년 회전초밥집 특허를 내고, 분점도 냈다. 요리전문가들은 "생선의 품질이 전통 초밥집에 비해 떨어진다"고 비판했지만 '권위적인 요리사가 부유한 고객을 상대로 만드는 고급 요리'인 초밥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건 영국의 레스토랑 평론가가 음식에 인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정리한 『외식의 역사』(윌리엄 시트웰 지음, 소소의 책)의 한 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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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