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마크 리비에라 리조트 법정관리 … 기업 회생 전문가의 역발상 마케팅 추진
고액 베팅 '하이롤러' 치중 벗어나 중산층 휴양객 쉽게 하는 슬롯머신 대거 투입
경영진 반대 불구 카지노 안에 '버거킹' 유치…'도박촌' 이미지 벗어나 휴양지로
'버거킹 혁명'이라고 들어봤는지? 맞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햄버거 체인점 '버거킹'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1980년대 카지노로 유명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시는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경쟁 상대로 떠오른 동부 지역의 애틀랜틱시티의 성장 때문이었다. 이 위기에서 라스베이거스의 명성을 되찾아 준 것은 기업 회생 전문가로 활동하던 변호사 제프리 실버가 주도한 '버거킹 혁명'이었다.
실버는 1984년 라스베이거스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리비에라 리조트가 불황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이를 맡게 되었다. 그는 고급형 카지노 리비에라가 게임 테이블에서 높은 금액으로 베팅하는 '하이롤러'들만 쫓아다닌 것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봤다. 그는 생각을 바꿨다. 중산층 휴양객, 버스를 이용하는 관광객, 캠핑카로 여행 다니는 가족 등 광범위한 고객층을 끌어들이는 것이 라스베이거스가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었다.
테이블에서 5달러씩 베팅하는 고객보다 25센트짜리 슬롯머신 이용자도 중요한 고객이라 믿은 실버는 즉시 리조트 건물을 확장하여 500대의 슬롯머신을 설치하고, 비디오 게임장을 신설했으며,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버거킹을 카지노 내에 입점시켰다. 그러나 '버거킹 혁명'은 단순히 패스트푸드점을 입점 시킨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브랜드는 이른바 대중마케팅의 필요성에 눈뜬, 전략의 전환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호텔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 처음엔 버거킹 입점 계획에 대한 기존 경영진의 반대가 들끓었고 카운티 기획위원회도 호텔 외부에 버거킹 간판 설치안을 승인해주지 않았을 정도였다.
결과는 실버의 혁신이 옳았음을 보여준다. 버거킹 아이디어가 성공하면서 고급 카지노에서도 슬롯머신을 증설하고 패스트푸드점이 활기를 띠면서 라스베이거스는 '거대한 도박촌'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이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은 휴양지로 거듭났다. 갈수록 베팅 금액이 낮은 슬롯머신의 비중이 고급 카지노에서도 더 중요해졌으며, 1988년 슬롯머신에서 얻은 수입이 테이블 게임에서의 수입을 추월했다.
이를 두고 『도박의 역사』(데이비드 G. 슈워츠 지음, 글항아리)의 지은이는 '버거킹 혁명'이라 부른다. 실은 그 무렵 와퍼와 크루아상 샌드위치란 전략 상품을 개발한 버거킹이 라스베이거스 진입을 노리던 참이었다는 사실도 '버거킹 혁명'의 성공에 한몫했다. 그래도 실버의 발상 전환과 추진력이, 마케팅 사상 손꼽히는 이 성공사례의 주역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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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