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5 06:45 (월)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최민정의 눈물에 얽힌 사연
[손장환의 스포츠 史說]최민정의 눈물에 얽힌 사연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02.17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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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때 '왕따' 피해 … 빙상연맹 실세 의도대로 진학 안해 따돌림
심석희의 SNS에 속앓이 … 황대헌은 여자 선수 앞서 '성추행 피해' 당해
빙상연맹과 지도자가 선수 수준에 걸맞게 ' 환골탈태 '하는 게 당면 과제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황대헌 쇼트트랙 선수(왼쪽)와 최민정 쇼트트랙 선수(오른쪽)가 남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사진=황대헌 쇼트트랙 선수,최민정 쇼트트랙 선수 인스타그램/이코노텔링그래픽팀.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황대헌 쇼트트랙 선수(왼쪽)와 최민정 쇼트트랙 선수(오른쪽)가 남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사진=황대헌 쇼트트랙 선수,최민정 쇼트트랙 선수 인스타그램/이코노텔링그래픽팀.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나 쇼트트랙 종목은 16일 여자 1,500m 결승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은 남녀 500·1,000·1,500m와 남녀 계주, 그리고 혼성 계주 등 모두 9개의 금메달이 걸려있었다.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를 따낸 한국은 개최국 중국과 네덜란드(각각 금 2, 은 1, 동 1)를 제치고 최고 성적을 거둠으로써 쇼트트랙 강국의 위치를 재확인했다. 황대헌과 최민정이 남녀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1,000m(최민정)와 남녀 계주에서 각각 은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징계와 부상으로 올림픽 직전에 대표선수가 바뀌고, 개막 후에는 중국의 홈 텃세에 고전하는 등 온갖 악재를 극복하고 거둔 성적이어서 더욱 값진 선물이다.

한국 선수단의 베이징 올림픽 목표는 쇼트트랙에서 최대 2개의 금메달을 따서 종합 15위 안에 드는 것이었다. 이전 대회와 비교하면 매우 소박했다. 목표가 2개라면 선수단 자체에서도 '노 골드'까지 예상했다는 말이다. 나 역시 이번에는 금메달 한 개도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여건이 좋지 않았다.

올해 초,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 심석희가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코치와 나눈 SNS 대화가 알려지며 큰 파문이 일었다. 동료인 최민정을 험담하고 도청한 내용, 심지어 고의 충돌 의혹까지 들어있었다. 실제로 심석희와 최민정이 부딪친 일이 있었기에 더 충격이었다. 이 일로 심석희는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고, 선발전 3위였던 김지유도 부상으로 빠지는 등 선수단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최상의 지원과 최고의 분위기를 조성해줘도 모자랄 판에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자중지란이 일어났으니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더구나 '타도 한국'을 외치던 개최국 중국이 혼성 계주와 남자 1,000m에서 편파 판정 논란 속에 금메달 2개를 싹쓸이하면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 와중에서 월등한 실력으로 금메달을 차지한 최민정과 황대헌의 정신력을 높이 사고 싶다.

최민정은 내홍의 최대 피해자다. 평창올림픽 때 '왕따' 취급을 당한 사실이 4년 만에 밝혀졌으니 지금까지 계속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다. 빙상연맹 실세가 원했던 한체대로 진학하지 않고 연세대로 간 것이 발단이었고, 대표팀 코치로부터 한체대 소속이었던 심석희에게 메달을 양보하라는 압력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정이 이번 1,0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펑펑 울었던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부담을 털어낸 최민정은 1,500m에서 압도적인 추월 실력을 발휘하며 1위로 골인, 환하게 웃었다.

황대헌은 2019년 진천선수촌에서 일어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다. 암벽훈련을 하던 중 선배인 임효준이 황대헌의 바지를 벗겼고, 여자 선수들도 있는 자리에서 창피를 당한 황대헌은 그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 임효준은 빙상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를 받았고,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던 도중 중국으로 귀화했다. 그 임효준이 있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올림픽인데다 1,000m에서 편파 판정으로 실격당했으니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1,500m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계주에서도 은메달을 이끌었으니 가히 '강철 멘탈'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들은 세계 최고의 실력과 정신력을 겸비했음을 다시 증명했다. 이제는 빙상연맹과 지도자들이 그 선수들에 걸맞은 수준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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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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