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0 20:45 (금)
[손장환의 스포츠史說]황영조와 강호동의 '예능 외도'
[손장환의 스포츠史說]황영조와 강호동의 '예능 외도'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inheri2012@gmail.com
  • 승인 2022.01.26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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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강도 높은 훈련에 염증 … 황영조,마라톤 연습중 "달리는 차에 뛰어들 생각" 토로
말솜씨 좋아서 온갖 프로그램에 불려 다녔지만 강호동처럼 방송인으로 자리는 못 잡아
선수로서 정점에 있을 때 은퇴하고 방송인으로서 정상에 오른 전 씨름 선수 강호동(왼쪽)과 체육계뿐만 아니라 방송계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전 마라톤 선수황영조(오른쪽). 사진=SM C&C,국민체육진흥공단/이코노텔링그래픽팀.
운동 선수로서 정점에 있을 때 은퇴하고 방송인으로서 정상에 오른 전 씨름 선수 강호동(왼쪽)과 체육계뿐만 아니라 방송계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전 마라톤 선수 황영조(오른쪽). 사진=SM C&C,국민체육진흥공단/이코노텔링그래픽팀.

프로야구 이대은(KT)과 유희관(두산)의 은퇴 소식이 잇따라 들렸다. 만 38세로 하향 곡선을 그린 유희관의 은퇴는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이대은은 의외였다. 지난 시즌 KT의 첫 우승에 함께 했을 뿐 아니라 이제 만 33세로 올 시즌에도 활약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TV 예능 프로그램에 아내와 함께 출연한 이대은을 보고 혹시 방송인 전업을 염두에 두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실제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유희관은 현역 시절부터 워낙 입담이 좋아 은퇴하면 해설자나 방송인이 될 거라고들 했다.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 진출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부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서장훈, 허재, 현주엽 등 이미 방송인으로 화려하게 꽃피운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업을 위해 은퇴한 게 아니고, 은퇴 한참 뒤에 우연한 기회에 방송인이 된 경우다. 허재와 현주엽은 지도자 생활까지 했다.

선수로서 정점에 있을 때 은퇴하고 방송인이 된 경우로는 강호동이 있다. 강호동은 만 19세에 씨름 천하장사에 올라 파란을 일으키더니 고작 22세인 1992년에 은퇴했다. 한창 잘 나갈 때, 더구나 젊은 나이에 은퇴한 것도 놀랐는데 전혀 영역이 다른 방송계로 진출했으니 더욱 놀랄 일이었다. 쇼맨십이 뛰어난 선수이긴 했으나 방송에 적응하긴 쉽지 않았을 텐데 본인의 대단한 노력 끝에 방송인으로서도 정상에 올랐다.

"훈련이 너무 힘들어 아령을 발등에 떨어뜨릴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아프긴 하겠지만 힘든 훈련을 안 해도 되니까"라는 말에서 그의 조기 은퇴 이유를 추론해 볼 수 있다.

강호동이 은퇴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가 생각난다. 영웅이 되어 귀국한 황영조는 기자회견에서 "훈련할 때 너무 힘들어서 달리는 차에 뛰어들 생각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황영조는 머리가 좋고, 말을 잘했다. 그와 인터뷰할 때 깜짝 놀랐다. 당시에는 인터뷰 잘하는 선수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황영조는 질문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조리 있게 대답했다. 방송에서 좋아할 요소를 다 갖춘 황영조는 온갖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배우, 가수들과 친하게 지냈다. 아마 강호동이 조금 더 일찍 방송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더라면 황영조도 충분히 방송인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본다.

황영조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이 다가왔다. 그해 봄 열린 동아 마라톤이 대표선발전을 겸했다. 이미 마라톤에서 마음이 떠난 황영조는 35km 지점에서 기권했다. 확실한 금메달 후보가 대표선발전에서 기권을 해버렸으니 난리가 났다. 육상연맹은 '추천 선수'로 대표팀에 넣었고, 어쩔 수 없이(?) 히로시마에 간 황영조는 또 금메달을 따버렸다.

황영조와 이봉주의 스승인 고 정봉수 감독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정 감독은 "영조는 세계최고기록까지 낼 수 있는 선수였다"라며 황영조의 조기 은퇴를 안타까워했다. 이봉주의 가능성을 묻자 "봉주는 괜찮아요. 말을 못 하잖아요"라며 황영조의 은퇴 이유를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황영조는 다시 마라톤 지도자로 돌아왔고, 당시 "예, 아니요" 밖에 못 하던 이봉주는 이후 일취월장, 준 방송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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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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