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20 20:30 (금)
[김성희의 역사갈피]흡연 홍보전과 정치 선전
[김성희의 역사갈피]흡연 홍보전과 정치 선전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2.01.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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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들 전문가 기용해 홍보,'자유의 횃불' 브랜드 만들어 여성해방 상징으로 미화
부활절 행사 때 흡연 여성에게 수고비도…정치적 목적 위한 편향된 정보 확산과 흡사
케일린 오코너『 가짜 뉴스의 시대 』란 책은 '프로파간다'(선전)의 역사적 의미 추적
1952년 미국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 갑씩의 암'이란 기사가 실렸다. 당시 이 잡지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잡지 중 하나였으니 담배업계로서는 발밑에서 폭탄이 터진 격이었다. 자료=『리더스 다이제스트』영문판 2007년 5월호/이코노텔링그래픽팀.
1952년 미국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 갑씩의 암'이란 기사가 실렸다. 당시 이 잡지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잡지 중 하나였으니 담배업계로서는 발밑에서 폭탄이 터진 격이었다. 사진=『리더스 다이제스트』영문판 2007년 5월호(왼쪽)/이코노텔링그래픽팀.

1952년 미국 월간지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 갑씩의 암'이란 기사가 실렸다. 1920~1948년에 폐암 사망자가 10배 증가했다는 등 과학적 사실을 들어 폐암이 곧 가장 흔한 암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당시 이 잡지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잡지 중 하나였으니 담배업계로서는 발밑에서 폭탄이 터진 격이었다. 실제 이 기사가 나온 후 담배업계 매출이 3,4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담배 재고를 염가로 대량 판매하는 회사도 생겼을 정도였다.

이에 담배회사들은 담배산업연구위원회(TIRC) 중심으로 대응전략을 펼쳤다. 핵심전략은 '과학과 싸우는 최선은 더 많은 과학'. 하지만 담배의 무해성을 입증하는 확실하고 강력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예를 들어 폐암의 다른 환경적 요인, 이를테면 석면과 폐암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홍보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의 전략은 주효해 흡연의 위험성에 관한 여러 증거에도 불구하고 이후 20년 동안 담배 매출은 줄곧 상승세였다. 그러다가 1965년에서야 미국 의회가 담배에 건강 관련 경고문을 붙이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1992년이 되어서야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 판매가 금지되었다.

특히 담배 홍보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것은 홍보전문가 에드워드 버네이스의 활약이다. 버네이스는 담배를 여성해방의 상징인 '자유의 횃불'로 브랜드화한 캠페인으로 유명하다. 이를 위해 1929년에는 '럭키 스트라이크' 제조업체인 아메리칸 토바코 컴퍼니와 계약을 맺고 뉴욕에서 열린 부활절 축제 행진 중에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에게 수고비를 지불하기도 했다.

이는 선전의 위력이기도 하고, 거짓 정보의 생명력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우리는 흔히 프로파간다(propaganda)하면 '흑색 선전'을 떠올린다. 그러나 프로파간다의 사전적 의미는 그저 '선전'이며, 이는 17세기 초 교황 그레고리오 15세가 '포교성성(Sacra Congregatio de Propaganda Fide)'을 만들었을 때 등장했다. 라틴어의 본래 의미는 '확장' 정도였다나. 이 기구는 프로테스탄트가 득세하던 유럽 지역에서 선교를 통해 로마가톨릭 신앙을 전파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이 종교적 복음화 차원 이상의 활동을 펴면서 오늘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보를 조직적이고 편향된 방식으로 확산시키는 활동을 '프로파간다'라 일컫게 된 것이다.

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은 요즘 '일단 질러놓고 보자'는 식의 막말, 허튼 소리, 가짜 뉴스가 얽혀들며 유권자들의 판단을 어지럽힌다. '잘못된 믿음'이 어떻게 형성되고, 퍼지고, 위력을 발휘하는지 분석한 『가짜 뉴스의 시대』(케일린 오코너 외, 반니)에서 눈에 들어온 한 토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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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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