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완화적…1.50%돼도 긴축은 아냐"
한국은행이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1.00%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하고 급증한 가계부채 등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기준금리는 올해 한두 차례 더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020년 5월 역대 최저인 0.50%까지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지난해 8월부터 이를 정상화하기 시작했다. 한은이 이날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올리면서 기준금리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0월(1.25%) 수준으로 복귀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경제성장과 물가상황 및 전망 등을 고려하면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기준금리는 완화적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며 "앞으로도 경제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올라 1.50% 수준이 돼도 긴축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해 적어도 한 번 이상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는데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등 글로벌 공급망이 차질을 빚고 있고 소비 회복세가 더해지면 물가 오름세가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통화긴축을 서두르는 점도 국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키운다. 금융시장에선 추가 인상이 이어지면서 기준금리가 연내 1.50~2.00%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한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개인 대출자의 연간 평균 대출이자 부담은 약 50만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 금리인상으로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10조원 정도 증가했다는 추산에 따른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는 대출자 1인당 평균 16만1000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는 연간 57조7000억원에서 60조9000억원으로 3조2000억원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지난해 8월부터 이날까지의 기준금리 인상분(0.75%포인트)에 따라 단순 계산한 개인당 평균 이자부담 증가분은 48만3000만원에 이른다. 가계의 총 이자부담 규모도 57조7000억원에서 67조3000억원으로 9조6000억원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