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주력 출산세대인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가 정책 변화 앞질러"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며 '인구절벽' 위기가 거론되는 가운데 결혼을 한 여성이 아기를 낳지 않는 비율도 점점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여성 중 자녀가 없는 비율이 10년 전의 약 2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통계청 인구총조사과 박시내 서기관과 박혜균 실무관은 통계개발원이 24일 펴낸 '통계플러스' 겨울호에 실은 '저출산 시대, 기혼여성 해석하기'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여성 중 무자녀 여성의 비중은 2010년 4.4%(67만명)에서 2020년 8.4%(139만명)로 4.0% 포인트 상승했다.
이런 변화는 2010년과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2010년 96.0%에서 2020년 91.6%로 10년 사이 4.4%포인트 낮아졌다. 기혼여성의 출산율을 여성의 출생연도에 따라 나눠보면 1970년생 94.3%, 1980년생 90.0%, 1990년생 56.5%, 1995년생 57.1% 등이었다.
집필진은 "최근 출생 코호트(동일집단)의 출산율 하락 현상은 결혼기간이 짧아 출산하지 않았거나 불임 또는 자발적 무자녀인 경우라고 볼 수 있다"며 "10년간 모든 연령층에서 출산율이 하락했는데, 특히 20·30대의 출산율 하락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집필진은 저출산의 원인으로 가임여성 인구 감소, 비혼(非婚) 증가, 기혼여성 출산율의 하락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출산율 하락에는 출산을 미루거나 자발적으로 무자녀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초혼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과 불임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으로 1980∼1984년생인 기혼여성 출산율을 보면, 20세 1.9%, 25세 14.8%, 30세 59.9%, 35세 80.3% 등이었다. 10명 중 4명꼴로 30세에도 미출산 상태였다는 의미다.
1950∼1954년생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20세 16.2%, 25세 69.5%, 30세 92.2%, 35세 95.5% 등으로 1980~1984년생보다 훨씬 높았다. 1970∼1974년생 기혼여성의 출산율은 20세 3.5%, 25세 34.5%, 30세 76.8%, 35세 90.1% 등이었다.
집필진은 "최근 출생 코호트의 기혼여성일수록 출산율이 낮은 것은 혼인연령 상승 및 출산 시기 지연, 무자녀 가구 증가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혼과 출산의 선택에는 객관적 상황뿐만 아니라 결혼과 자녀에 대한 가치관, 태도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며 "지난 수십 년간 혼인과 출산의 주력세대인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는 제도 및 정책 변화보다 빨랐고 이것이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