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02 01:05 (목)
[이영렬의 미디어 프로스펙트] ㊦ OTT생존 '연합과 제휴'에 달렸다
[이영렬의 미디어 프로스펙트] ㊦ OTT생존 '연합과 제휴'에 달렸다
  • 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 younglyo@naver.com
  • 승인 2021.11.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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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서로 다른 웨이브와 티빙 등이 손잡고 통합 'K콘텐츠 원 플랫폼' 추진론 주목
로컬 콘텐츠 보강해 차별화 시급…국내 기업 '쿠키'의 미얀마 성공사례는 눈여겨 볼 만

OTT의 경쟁 전략을 단순하게 말하자면, 몸집을 크게 키우거나 틈새에 자리 잡는 것 두 가지 길이 있다. 몸집을 키우는 것은 글로벌 OTT 같은 '규모의 경제'를, 틈새 자리 잡기는 로컬 콘텐츠 또는 전문장르 강화를 의미한다.

글로벌 OTT 거인들에 맞서는 토종 OTT의 전략을 이야기 하면, 먼저 콘텐츠가 서로 다른 웨이브와 티빙 등이 하나로 합치는 통합 콘텐츠 플랫폼이 거론된다. 하지만 각자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경쟁하는 이들 기업에 이러한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토종 OTT들이 연합하여 한류와 국내 콘텐츠 (K-콘텐츠)의 인기가 높은 아시아 지역에서 하나의 플랫폼을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제안도 있다(김종원, 디즈니 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 이은북, 2021).

웨이브는 미국 NBC유니버셜과 손잡고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NBC유니버셜의 인기작을 받아 독점 제공했다. 자료=SK텔레콤.
웨이브는 미국 NBC유니버설과 손잡고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NBC유니버설의 인기작을 받아 독점 제공했다. 자료=SK텔레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8월18일 국내 OTT 4개사와의 간담회 직후 "넷플릭스 등 해외 OTT에 맞서려면 국내 사업자 간 제휴와 협력이 중요하다. 국내 OTT '협업 형 해외 진출'을 지원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면 토종 OTT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법인을 세우고 공동으로 사업을 경영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는 않다. 티빙은 지난달 18일 독립 출범 1주년 행사에서 "내년에 일본과 대만에 진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파트너는 토종 OTT가 아니라 메신저 라인이었다.

그래서 먼저 토종 OTT들이 공동 투자조합을 만들어 대작 콘텐츠를 함께 만들어 각각의 토종 OTT에서만 방영하고, 추후 세계로 나갈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성동규 중앙대 교수)도 나온다. 토종 OTT의 국내 경쟁 상황과 자금 사정이 더 악화된다면, 업계의 필요에 의해 공동의 대작 콘텐츠 제작 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틈새(Niche) 전략은 글로벌 OTT에 맞서는 토종 OTT의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남아 최대 가입자를 가진 OTT '아이플릭스(iflix)'는 2019년 7월 콘텐츠의 중심축을 미국 할리우드 영화 등으로부터 동남아 로컬(현지) 프로그램으로 옮긴다고 발표했다.

아이플릭스는 현지 제작사와의 제휴를 통해 로컬 영화의 개봉, TV 드라마 방영, 국가별 언어 더빙, 지역 스포츠 생중계, 중국·한국 드라마 다수 방영 등 로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 최대 통신사 PCCW의 자회사인 OTT '뷰(Viu)'도 '뷰 오리지널' 이라는 이름으로 동남아 지역 등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뷰는 지난 8월 동남아 등에서 OTT 유료 가입자 5,200만을 확보해 이 지역의 넷플릭스 가입자 4,800만을 앞섰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수치는 요금 수준과 매출액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 '지옥'이 지난 19일 공개되고 24시간 만에 전 세계 드라마 시청 1위를 기록했다. 자료=넷플릭스/이코노텔링그래픽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 '지옥'이 지난 19일 공개되고 24시간 만에 전 세계 드라마 시청 1위를 기록했다. 자료=넷플릭스/이코노텔링그래픽팀.

OTT 사업은 좋은 콘텐츠에 따라 가입·해지의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으로 인해 콘텐츠가 핵심이지만, 이 콘텐츠를 사용하는 편리함 같은 사용자 경험(UX)과 요금제도 중요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에 가입하면, 스마트폰 · 태블릿 · 스마트TV · 제휴된 IPTV에서 시청할 수 있다. 그러나 토종 OTT는 IPTV에서 아예 제공되지 않고 있다. 또 가입자에게 여러 개의 프로필을 제공하는 기능에서도 토종 OTT들은 글로벌OTT와 비교하면 최상위 요금제로 제한하는 등 사용하기 어렵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갖추고 있는 영어 등 다국어 자막과 편리한 가입·해지 기능도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는 '무릇 싸움은 정공(正攻, 동등 요소)으로 맞서고 기공(奇攻, 차별 요소)으로 이긴다'고 했다. 토종 OTT는 글로벌 OTT의 플랫폼 기능에서는 동등하게 따라 잡고 로컬(현지)의 강점을 살려 차별화(기공)해야 입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OTT의 요금제도 중요한 차별화 요소이다. 동남아의 아이플릭스는 처음에는 넷플릭스와 같은 월 구독형 요금제만 운용하다가 2018년 4월부터 광고 기반의 무료형과 유료 프리미엄(VIP)형 2개로 바꿨다. 뷰(Viu)나 중국의 OTT 아이치이(iQiyi)도 이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국내 기업인 블룸스베리가 미얀마에서 운영하는 OTT '쿠키'는 아이플릭스의 정액제 구독형과는 다른 사업 모델로 아이플릭스를 꺾고 가입자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보도 되었다. '쿠키'는 생업에 바빠 영화 여러 편을 볼 수 없는 미얀마의 소비자 행태를 분석, 저렴한 월정액(약 1700~7000원)에 최신작 영화의 할인 모델을 도입하여 가입자 몰이를 했다.

토종 OTT의 또 다른 무기는 발 빠른 제휴이다. 웨이브는 미국 NBC유니버설과 손잡고 자사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신 NBC유니버설의 인기작을 받아 독점 제공했다. 티빙이 네이버와 제휴하여 네이버 플러스 멤버쉽 가입자에게 티빙 이용 혜택을 준 것도 한 예이다. 토종 OTT는 제휴를 통해 큰 연합군을 결성하고 필요하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현재 여건에서 토종 OTT가 입지를 구축하려면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글로벌 OTT가 할 수 없거나 약점인 부분을 찾아내 로컬(현지)의 강점을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앞 차를 앞지르려면 차선을 바꿔야 하는 것 처럼 토종 OTT는 고객 가치의 혁신을 통해 글로벌 OTT와 다른 길을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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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이영렬 교수=중앙일보 기자, 산업부 차장, 기획팀장을 거쳐 KT olleh tv (IPTV) 본부장, 전사 TFT장을 역임하고 2015년부터 서울예대에서 미디어 및 창업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경영학 박사로서 국제 저명학술지(SSCI)에 논문을 발표했다. 영문 연구서 'Managing Consumers' Online Complaints (2005, KERI)와 IPTV 뉴 비즈니스 혁명(2009,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등을 책으로 펴냈다. 언론계 재직시 한국기자상(2000), 관훈언론상(1998, 공동)을 수상했다. 2015년 영국 컨설팅 그룹 Informa & Telecoms에 의해 인터넷tv 전문가 100인(Connect 100)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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