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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의 미디어 프로스펙트] ㊥ 토종OTT의 힘겨운 반격
[이영렬의 미디어 프로스펙트] ㊥ 토종OTT의 힘겨운 반격
  • 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 younglyo@naver.com
  • 승인 2021.11.2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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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티빙· 왓챠 등 토종3사 콘텐츠 제작에 향후 3~4년내 최대 1조원 투자 승부수
넷플릭스,국내 제작한 '오징어 게임' 돌풍에 국내 제작 비용 크게 늘려 시장확대 맞불
드라마 제작비 오르자 국내 방송사들은 A급 작가와 연출가 등 붙잡기 힘들어 발동동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12일. 토종 OTT 가운데 선두(9월 사용자 수 기준)에 선 웨이브는 '스튜디오 웨이브'에서 제작한 단독 오리지널 드라마'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공개했다. 웨이브는 이날 올해에만 콘텐츠 제작·확보비로 1천억 원을 투자하고,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티빙은 지난 달 18일 독립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오리지널 콘텐츠 신작 라인 업 총 20 편을 공개했다. 또, 오리지널 콘텐츠의 장르를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등으로 다양화 하고, 영화 급 규모의 스케일 감 넘치는 오리지널 시리즈도 제작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3사의 매출액 총합은 2337억 원으로 넷플릭스 국내 매출 4154억 원의 56%에 불과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br>
지난해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3사의 매출액 총합은 2337억 원으로 넷플릭스 국내 매출 4154억 원의 56%에 불과했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토종 OTT들은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향후 3~4년에 걸쳐 각각 수천억 원에서 최대 1조원을 쏟아 붓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스페인 인기 드라마 등 전 세계 콘텐츠를 앞세운 글로벌 OTT에 맞서 토종이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선 로컬(국내) 콘텐츠로 차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넷플릭스 국내 제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시청 1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 제작 콘텐츠의 탁월함이 입증되면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거인들이 앞다퉈 한국 콘텐츠 제작 편수를 늘리고 있는 현상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2월 25일 2021년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5억 달러(약 58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액수는 넷플릭스가 2016~2020년 5년간 투자한 액수의 70%에 달하는 규모.

그래서,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금년에 한국에 진출하는 디즈니 플러스를 방어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한국 넷플릭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10위 내에는 한국 드라마·영화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 방송·영화 콘텐츠의 수도 매우 많다.

이 때문에, 토종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폭 늘린다고 해도 넷플릭스 공략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때문에 전 세계 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성공하는 상황이 벌어져 토종 OTT가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가 무색해졌다.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 TV 플러스도 국내 콘텐츠 제작 편수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국내 제작 콘텐츠의 경쟁력이 토종 OTT가 설 자리를 좁히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더구나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제작한 드라마 '스위트 홈'의 경우 편당 제작비가 30억 원으로, 지상파 방송 주중 드라마의 10배 가까운 액수여서, 국내 방송 제작 단가가 전체적으로 치솟게 되었다. 국내 방송사들은 A급 작가와 연출가 등 제작자들을 잡기가 어려워지고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오른다고 아우성이다. 

지난해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3사의 매출액 총합은 2337억 원으로 넷플릭스 국내 매출 4154억 원의 56%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은 토종 3사 모두 적자였다. 웨이브가 169억 원, 티빙 61억 원, 왓챠 154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

토종 OTT는 지난 해 부터 본격화 된 오리지널 제작 등에 힘입어 올 들어 유료 가입자가 늘어났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적자가 흑자로 반전 되었다는 소식은 전해 주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 국내 제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시청 1위를 기록하였다. 자료=넷플릭스. 

이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확보에 각 사가 수백 억 원 이상씩 쏟아 부어도 유료 가입자의 증가는 비용의 증가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적자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어 국내 OTT 업계의 구도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경쟁을 거쳐 빅 3 기업과 틈새 기업들만 살아남는다는 이른바 '빅 3 법칙'이 통용 된다(잭디시 세스·라젠드라 시소디어, 빅3 법칙, 신철호 옮김, 21세기 북스, 2002).

국내 OTT 산업에서도 향후 2년 내에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글로벌과 토종을 막론하여 빅 3와 소규모 OTT로 재편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국내에서 가입형의 경우 2~4개가 강세를 보이고 그 외 3~5개는 어느 정도 범위에서만 위치를 차지하는 다극화 체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이상원,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동영상 OTT 산업, 한울, 2020).이 과정에서 국내외 OTT 및 미디어 사이의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이 벌어질 것도 예상된다.

글로벌 OTT의 경우도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가 사운을 건 '다 걸기(All-in)'의 싸움을 하고 있어 이 양강의 파워는 점점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즈니는 이미 디즈니 플러스 출범 때 2023년까지 18억 달러(2조 1천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겠다고 했고, 지난 3월 1억 가입자를 돌파하자 2024년까지 그룹 차원에서 3억~3억 5천만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다시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많은 가입자들이 2개 이상의 OTT에 복수로 가입하는 가운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아마존), 훌루(디즈니), 피콕(NBC 유니버셜), HBO 맥스(AT&T) 등 OTT가 선전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빅 3와 소규모 OTT로 재편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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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이영렬 서울예술대학교 영상학부 교수.

◇이영렬 교수=중앙일보 기자, 산업부 차장, 기획팀장을 거쳐 KT olleh tv (IPTV) 본부장, 전사 TFT장을 역임하고 2015년부터 서울예대에서 미디어 및 창업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경영학 박사로서 국제 저명학술지(SSCI)에 논문을 발표했다. 영문 연구서 'Managing Consumers' Online Complaints (2005, KERI)와 IPTV 뉴 비즈니스 혁명(2009,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등을 책으로 펴냈다. 언론계 재직시 한국기자상(2000), 관훈언론상(1998, 공동)을 수상했다. 2015년 영국 컨설팅 그룹 Informa & Telecoms에 의해 인터넷tv 전문가 100인(Connect 100)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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