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8:55 (금)
[이필재의 CEO 스토리]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뒤집어 생각한다
[이필재의 CEO 스토리]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뒤집어 생각한다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jelpj@hanmail.net
  • 승인 2021.11.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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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디자인 하고 물건을 엔지니어가 만들게 했던 잡스의 전복(顚覆)적 사고가 디자인의 원천
그가 내놓은 커피 드립 겸용 텀블러(샤블리에)는 '사소한 불편'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LG전자 디오스 냉장고,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슬라이딩 컴팩트, 웅진 조약돌 정수기 등의 약진에 디자인으로 기여했다. 사진=이노디자인/이코노텔링그래픽팀.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LG전자 디오스 냉장고,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슬라이딩 컴팩트, 웅진 조약돌 정수기 등의 약진에 디자인으로 기여했다. 사진=이노디자인/이코노텔링그래픽팀.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은 '디자인 구루'로 통한다. 김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주로 활동하던 2000년대 초의 일이다. 이노디자인 USA가 실리콘밸리에 있다. 서울에 출장 와 어느 날 스타벅스에 앉아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지나가는데 하나 같이 MP3 플레이어를 목에 걸고 있었다. 그 시절 목에 거는 MP3 플레이어는 검정색의 투박한 것이었다. 무겁기까지 했다.

'MP3 플레이어를 목걸이형으로 만들어 거기에 이어폰 줄을 넣을 수 있겠군.'

그는 냅킨을 펼쳐 스케치를 시작했다. 그때까지 세상에 없던 제품 아이리버 목걸이형 MP3 플레이어는 이렇게 세상에 들어왔다.

5년 전 그가 디자인한 커피 드립 기구 겸용 텀블러 '샤블리에'가 탄생할 때도 그랬다. 어느 주말 집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핸드 드립 기구와 텀블러를 융합하면 드립부터 마시는 것까지 앉은 자리에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때도 제품 아이디어를 곧바로 종이에 옮겼다. 두 가지 기능을 복합하려니 텀블러를 뒤집어야만 했다. 뒤집는다는 생각에서 모래시계가 연상됐다. 샤블리에는 불어로 모래시계다. 그는 드립까지 하는 텀블러를 모래시계처럼 한 손에 잡히도록 디자인했다. 머릿속 상상은 마침내 한 장의 스케치가 됐다.

샤블리에는 무엇보다 경제적이다. 가격이 6만 원이지만 샤블리에 전용 커피백은 단 돈 500원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점 커피 값의 10분의 1 안팎 수준이다. 제품 수명도 길다. 더욱이 친환경적이다. 전기는 물론 어떤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는다. 디자이너가 친환경의 커피 비스니스를 디자인한 셈이다.

커피를 내리는 뒤집는 텀블러 샤블리에와 소리 나는 목걸이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는 한 마디로 그의 '전복적(顚覆的) 사고'의 결과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상징인 성화대를 직접 디자인 했다. 사진(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대 앞에서의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대를 직접 디자인 했다. 사진(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대 앞에 서 있는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의 모습)=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디자이너로 하여금 먼저 디자인하게 하고 그러고 나서 그 물건을 엔지니어가 만들게 하라'고 했어요. 이 전복적 사고가 바로 빅 디자인적 발상입니다. 이 발상의 전환이 브랜드 파워 내지는 브랜드 밸류 1위 기업 애플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애플뿐 아니라 구글·페이스북·아마존·에어비앤비·우버와 최근 시가총액 세계 7위에 오른 테슬라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오늘은 대부분 창업자의 전복적 사고의 성과였다고 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를 여전히 스타트업 정신으로 경영합니다. 시가총액 700조 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 지금도 먹을거리를 끈질기게 찾아다니죠. 머스크야말로 잡스가 한 말 '스테이 헝그리'의 뜻을 알아챈 거 같아요."

김 회장은 삼성전자 휴대전화, LG전자 디오스 냉장고,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슬라이딩 컴팩트, 웅진 조약돌 정수기 등의 약진에 디자인으로 기여했다. 그가 디자인한 삼성전자 애니콜 SGH C-100은 750만 개, 1조 원어치 팔렸다. LG유플러스 TV 리모콘은 약 300만 개나 팔려나갔다.

근 20년 전 일이다. LG전자 오너 CEO이던 구자홍 부회장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구 부회장은 "GE와의 합작이 틀어져 LG가 단독으로 양문형 냉장고를 1년 안에 출시해야 하는데 디자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양문형 냉장고 지펠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 직후였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김 대표가 빠다 냄새 나는 디자인을 해 주세요. 부탁합니다."

네 가지 시안을 들고 나타난 김 회장에게 구 부회장은 어느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가 고른 시안에 대해 구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내 취향과 같군요."

뒷자리에 앉아 있던 그는 이 한 마디를 던지고 품평회장을 떠났다. 디오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7개월 만에 나온 디오스는 지펠을 추월했다. LG전자는 지난 상반기 글로벌 가전 경쟁자인 월풀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생활가전 1위에 등극했다.

김 회장이 디자인한 샤블리에가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건 아니다. 세상이 알아주는 브랜드가 되지도 않았다. 그는 브랜드가 되려면 남들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만한 아이디어, 남들은 그냥 참고 마는 사소한 불편을 시시하다거가 귀찮게 여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별화야말로 브랜딩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브랜드의 핵심은 '나는 다른 제품과 다르다'는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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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 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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