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 단위' 점처져

삼성SDI가 미국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Stellantis)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위해 손잡았다. 삼성SDI는 그동안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없이 독자 노선을 유지해왔는데, 스텔란티스와 협력을 계기로 북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최근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텔란티스로서는 전날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두 번째 합작사 설립이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투자와 합작공장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투자금액이 적어도 조 단위 이상일 것으로 관측한다.
삼성SDI는 국내 울산과 중국 서안, 헝가리 괴드 등 3개 거점에 배터리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과 달리 미국에 배터리 공장이 없다.
그런데 2025년 발효되는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부품 현지생산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최근에는 미국 일리노이주 등 복수 후보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이탈리아와 미국이 합작한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프랑스 자동차업체 '푸조시트로엥'(PSA)이 합병해 올해 1월 출범한 회사다. 2025년까지 전기차 전환에 300억유로(약 4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크라이슬러, 피아트, 마세라티, 지프, 시트로엥 등 브랜드를 두고 있으며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순위는 3위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협업설은 올해 상반기부터 주기적으로 제기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GM, 포드와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반면 삼성SDI만 완성차와의 협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텔란티스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협업을 바탕으로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날 스텔란티스와 북미 지역에 연간 4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스텔란티스가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삼성SDI와도 손잡은 것은 전기차 배터리 유형 때문으로 보인다. 산하 자동차 브랜드가 많아 전기차 배터리 타입이 다양한 스텔란티스는 현재 각형 배터리와 파우치형 배터리를 혼용하고 있는데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원통형 배터리를, 삼성SDI는 각형·원통형 배터리를 제조한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스텔란티스로부터 각각 파우치형, 각형 배터리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