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13:15 (토)
[김성희의 역사갈피] 한글은 언제 나랏말 됐을까
[김성희의 역사갈피] 한글은 언제 나랏말 됐을까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9.2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1년에 공휴일서 빠진 후 2013년 22년 만에 휴일로 '부활'
일본과 1876년에 맺은 첫 근대적 조약문도 진문(한문)으로
1910년 주시경『국어문법』(國語文法)서 국어로 대접 받아
'국어'라 하면 언뜻 생각하기에 공문서와 대중매체, 도서 등에 널리 쓰이고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그 요건이다. 그런 점에서 한글이 '국어'가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국어'라 하면 언뜻 생각하기에 공문서와 대중매체, 도서 등에 널리 쓰이고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그 요건이다. 그런 점에서 한글이 '국어'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쁜 마음에 달력을 들척이며 공휴일을 따지던 중 한글날이 눈에 들어왔다. 1446년 세종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온 국민이 기리는 날인데 한동안-1999년부터인가-공휴일 지정에서 해제되었다가 다시 공휴일이 된 사연이 있는 날이다.

이제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도 한글을 뗀 어린이가 수두룩할 정도로 보편화되었고, '국어(國語)'란 말은 당연히 한글을 가리킨다. 한데 한글은 언제 우리 국어가 되었을까, 문득 그런 의문이 생겼다. 훈민정음은 '언문'이라 해서 양반들에게 외면당했고, 심지어는 부녀자들이나 익히고 쓰는 문자란 뜻으로 '암클'이라 불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국어'라 하면 언뜻 생각하기에 공문서와 대중매체, 도서 등에 널리 쓰이고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그 요건이다. 그런 점에서 한글이 '국어'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독립신문'은 순 한글로 제작되었지만 그 당시 사람들이 한글을 '국어'로 인식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독립신문'은 영문으로 제작되었으니 말이다.

'독립신문' 창간 불과 20년 전인 1876년 조선은 일본과 통칭 '강화도 조약'으로 불리는 수호 통상 조약을 맺는다. 조선이 외국과 맺은 최초의 근대적 조약으로 정식 명칭은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인데 조선이 '자주지방(自主之邦)', 즉 청나라의 속국이 아님을 처음으로 선언한 의미가 있다.

이 조약에서 두 나라가 교환할 외교문서의 문자는, 일본의 경우 '기국문(其國文)', 조선의 경우 '진문(眞文)'으로 하기로 했다. 여기서 '진문'은 곧 한문이니 당시만 해도 조선에 '국문'은 한자였다. 이를 보면 조선은 한자를 당연히 '국어'로 생각하는 통에 아예 '국문'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후 18년이 지난 1894년에야 의정부(議政府) 학부아문 편집국이 "국문 철자와 국문 번역 및 교과서 편집 등의 일을 관장한다(掌國文綴字國文飜譯及敎科書編輯等事)"는 규정을 공포하기에 이른다. '국문'이란 용어가 처음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이라지만, 이 역시 한자로 표기됐으니 한글이 온전히 '국어'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 싶다.

한일합방 직전인 1910년 4월 출간된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의 『국어문법(國語文法)』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글이 국어로 자리 잡았다 할까. 그나마 한일합방 이후인 1911년 재간된 이 책은 『조선어문법』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니 '국어'로서의 한글 수명은 퍽이나 짧았다 하겠다.

'일본'을 키워드로 우리의 정체성에 관한 허위의식을 일깨우는 독특한 책 『우리를 지키는 더러운 것들』(김철 지음, 뿌리와 이파리)에서 눈에 들어온 대목들이다.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