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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의 역사갈피] 과거시험의 효용가치
[김성희의 역사갈피] 과거시험의 효용가치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9.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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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만 받다 보니 지방 유력자의 농간, 세습적 문벌 정치의 폐해 낳아
"한 번 시험으로 인생 좌우"지적 불구 인성 측정 방안 나올때까진 유효
수나라 양제는 자신이 직접 주관하는 전시 도입과 함께 과거제에는 획기적인 개혁이 실시되었다. 바로 호명(糊名)과 등록(謄錄)이다. 사진=드라마'성균관 캔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수나라 양제는 자신이 직접 주관하는 전시 도입과 함께 과거제에는 획기적인 개혁이 실시되었다. 바로 호명(糊名)과 등록(謄錄)이다. 사진=드라마'성균관 캔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시험을 통해 관리를 뽑는 '과거'는 7세기 중국 수나라 양제 때 시작되었다.

이전의 한나라 때는 지방장관의 인재 추천을 받아 등용하는 '향거리선제'(많이 알려진 현량방정(賢良方正) 등)가, 삼국시대서 남북조까지는 '중정'이란 사정관을 파견해 인재를 가려 선발하는 '구품중정제'가 각각 400년 가까이 시행되었다.

이는 지방 유력자의 농간, 세습적 문벌 정치란 폐해를 낳았다. "수재에 천거되었어도 책을 알지 못하고, 효렴(孝廉)으로 뽑혔어도 부친과 별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에 중앙집권을 강화하려던 수 문제는 이를 폐지했고, 뒤를 이은 양제는 시험제인 진사과를 설치했다. 인물 본위·추천제 대신 능력 본위가 자리 잡게 된 것인데 흔히 이를 과거의 기원으로 꼽는다.

수나라 다음에 들어선 당나라 때는 현에서 치르는 향공시(鄕貢試)(합격자는 거인(擧人)), 주에서 치르는 예부시(합격자는 진사)로 2단계로 실시되었다. 송대에 들어 황제 앞에서 시험을 치는 전시(展試)가 추가되며 과거시험의 3층제가 완성되었다. 여기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송 태조가 예부시의 부정급제를 간파하고 재시험을 명한 것이 전시 도입의 계기가 되었다.

전시 도입과 함께 과거제에는 획기적인 개혁이 실시되었다. 바로 호명(糊名)과 등록(謄錄)이다. 호명은 과거시험 답안의 작성자 이름과 본적 부분을 봉해서 채점하는 방법인데, 여기서 '호'는 붙이는 풀을 뜻하는 글자이니 이름을 어떻게 가렸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등록'은 필적으로 작성자를 알아채 부정하게 채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답안 사본을 가지고 채점하는 제도로, '등'은 베끼다란 뜻의 한자이다.

이 두 법이 시행되면서 혈연과 정실이 관리 채용에 개입할 여지는 사라졌다. 북송의 명신 구양수도 자기 사람을 급제시키고자 했으나 이 두 법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다. 이렇게 해서 실력있는 거인이 대거 등용되고, 연줄에 의한 벼슬운동이 사라졌으니 당시 사람들은 "그 무정함은 조화(造化·자연)와 같고, 공정하기가 권형(權衡·저울추) 같다"고 두 법의 효과를 높이 평가했다.

능력주의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한 번의 시험으로 향후 인생의 진로가 갈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핏줄이나 금력 혹은 친분으로 회사원이나 공무원 등을 뽑는 것은 더욱 불합리하다. 한 번의 시험을 위해 오랫동안 들인 노력을 무시할뿐더러, 시험 외의 인재 채용 방안이 보다 공정하거나 효율적이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협동심, 희생정신, 창의력 등 인성을 따로 측정할 수 없는 한 다른 방안이 나오기까지는 시험은 적어도 '차선'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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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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