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가 주택 매매와 전세 거래 관련 자금 수요 때문에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한국은행이 진단했다.
한은은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주택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데다 생활자금, 위험자산 투자 수요도 이어지면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최근 주택시장 상황과 높아진 가계의 수익 추구 성향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대출 수요가 크게 둔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 금융권 가계대출은 79조7000억원 늘어 지난해 하반기(77조원)와 비슷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43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도 비수도권, 중저가 중심의 주택 구입과 전세 관련 자금 수요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의 경우 36조1000억원 증가했다. 대형 공모주 청약 때마다 신용대출이 급증했고, 이 가운데 일부가 상환되지 않고 주식, 암호자산 등 자산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한은은 추정했다.
한은은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5.0%로 조사대상 43개국 가운데 스위스(132.7%), 호주(123.5%), 노르웨이(114.9%), 캐나다(112.2%), 덴마크(111.9%)에 이어 6번째로 높은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도 소개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기자 간담회에서 금융불균형 문제의 해법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 만으로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 주택공급 정책 등도 계속 잘 추진돼 효과가 같이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