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7 06:00 (월)
[김성희의 역사갈피] GSGG와 反가톨릭 음모
[김성희의 역사갈피] GSGG와 反가톨릭 음모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9.0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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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영국의 찰스 2세를 암살하려 한다는 모함을 꾸민 ' 오츠의 혀 '
듣고 싶었던 내용이어서 사실 무시…왕비 등 저명한 신자 22명 처형
『진실의 흑역사』(톰 필립스 지음, 윌북)'정치인의 거짓말' 편에 17세기 영국에서 활약한 타이터스 오츠란 인물이 등장한다. 사기와 위증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오츠는 1677년 이즈리얼 텅이란 반가톨릭 음모론자를 만나 역사에 남을 사기를 친다. 교황이 영국의 찰스 2세를 암살하려 한다는 모함을 꾸민 것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진실의 흑역사』(톰 필립스 지음, 윌북)'정치인의 거짓말' 편에 17세기 영국에서 활약한 타이터스 오츠란 인물이 등장한다. 사기와 위증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오츠는 1677년 이즈리얼 텅이란 반가톨릭 음모론자를 만나 역사에 남을 사기를 친다. 교황이 영국의 찰스 2세(그림·왼쪽)를 암살하려 한다는 모함을 꾸민 것이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진실의 흑역사』(톰 필립스 지음, 윌북)이란 책이 있다. 영국의 언론인이 인류 역사에서 도드라진 거짓말 사례를 유머러스하고도 신랄하게 소개한 책이다. 'GSGG'란 희한한 신어가 등장하고, 다시 이에 대한 억지 해명이 등장하는 등 요즘 한창 논란인 '언론재갈법' 논란과 관련해 참고할 만한 사실들이 나오기에 흥미롭고 유용하다.

'정치인의 거짓말' 편에 17세기 영국에서 활약(?)한 타이터스 오츠란 인물이 등장한다. 사기와 위증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오츠는 1677년 이즈리얼 텅이란 반가톨릭 음모론자를 만나 역사에 남을 사기를 친다. 교황이 영국의 찰스 2세를 암살하려 한다는 모함을 꾸민 것이다.

오츠와 텅은 68페이지짜리 소책자에 음모 내용과 100명 이상의 공모자 이름을 빽빽이 적어 반가톨릭 열성분자였던 리처드 베이커 경의 자택에 떨궈놓았다. 그 다음 날 텅은 '우연히' 그 책자를 발견했고 베이커 경은 이를 왕에게 일러바쳤다. 찰스 2세도 고발을 믿지 않았지만 밑의 대신들과 의회 의원들은 달랐다. 추밀원 회의에서 증언을 하고 국왕의 심문을 받으면서 오츠의 고발은 힘을 더 받았다.

가톨릭 교도들이 자기들과 원수진 사람의 집에 음모 계획을 소상히 적은 책자를 실수로 놓아둘 리가 없다는 상식은 통하지 않았다. 가톨릭을 증오했던 세도가들은 오츠의 고발을 믿었다. 듣고 싶었던 내용이었기에 주장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무시한 채 오츠에게 살 집과 급료까지 주었다.

그렇게 해서 가톨릭교도여서 인기가 없던 포르투갈 출신의 왕비 등 저명한 가톨릭 신자 22명이 처형되었다. 한데 이 중에는 옛날에 오츠를 퇴학시켰던 학교 교장도 포함되었다 한다. 언론과 대중의 공포에 불이 붙고, 터무니없는 '창작'이 보태져 오츠 파동은 이후 1678년부터 3년간 영국 전역에서 기승을 부렸다.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대중이 원하는 내용을 들려줬다는 점 외에도 오츠의 개성이 큰 몫을 했다. "오츠는 한마디로 탁월한 개소리꾼이어서,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할 때조차 듣는 재미가 있었다"할 정도로 청중을 사로잡는 재주가 있었다는 것이다. 어째 요즘 맹활약(?)하는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는지?

지은이는 "정치적 기만의 역사가 딱 정치만큼 오래된" 이유로, 정치가 거짓말 재주를 아주 공공연하게 펼칠 기회가 한껏 제공되는 장이고 정치인이 정직을 택했을 때 손해를 볼 만한 요인이 훨씬 많다는 점을 든다.

따르면 요즘 정치판의 막말 사례가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위안이 되지만, 앞으로 개선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울한 통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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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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