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23:30 (화)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오타니의 미라클
[손장환의 스포츠史說] 오타니의 미라클
  •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 felix3329@naver.com
  • 승인 2021.09.01 23: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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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120년 역사상 투타 겸업의 성공 신화
1일 현재 8승, 42홈런, 22도루의 '好투好타好주'
전인미답 기록 제조기…'괴물신화의 끝은 어딘가'
9월 1일 현재 오타니 쇼헤이(27, LA 에인절스)선수는 투수로는 19경기에 나와 8승 1패, 평균 자책점 3.00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선수)=오타니 쇼헤이 인스타그램/이코노텔링그래픽팀.
9월 1일 현재 오타니 쇼헤이(27, LA 에인절스)선수는 투수로는 19경기에 나와 8승 1패, 평균 자책점 3.00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선수)=오타니 쇼헤이 인스타그램/이코노텔링그래픽팀.

이제는 오타니 쇼헤이(27, LA 에인절스) 이야기를 할 때가 왔다. 동네 야구도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를 겸하고 있는 선수. 그런데 둘 다 잘 한다. 그냥 잘 하는 게 아니다. '아주' 잘 한다.

9월 1일 현재 투수로는 19경기에 나와 8승 1패, 평균 자책점 3.00을 기록하고 있다. 등판 횟수가 적어서 그렇지 12승 8패, 평균 자책점 3.92인 류현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타자 기록은 더 놀랍다. 42개의 홈런을 쳐 양대 리그 합쳐 전체 1위다. 2위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39개)보다 3개나 더 많다. 현재 추세로는 60개까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홈런왕이 유력하다. 투수가 지명타자보다 더 많은 홈런을 날린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 현실에서, 그것도 메이저리그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것만이 아니다. 1일 경기에서 홈스틸까지 하면서 도루 기록을 22개까지 늘렸다. 30(홈런)-30(도루)을 호타준족의 기준으로 삼는데 투수를 하면서도 이미 40(홈런)-20(도루)을 넘어섰다. 에인절스 사상 첫 기록이다. 이제 50-30도 노리고 있는데 지금까지 어떤 타자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투타 겸업을 하겠다는 동양의 웃기는 선수'가 이제 '메이저리그 120년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고시엔 대회에서 초고교급 투수가 나타나면 '괴물'이라는 표현을 쓴다. 1970년대 에가와라는 선수가 고교 시절 140km가 넘는 강속구로 퍼펙트 2회, 노히트노런 9회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애니메이션 '괴물군'의 주인공과 얼굴이 비슷해서 붙여졌다는 일설도 있다.

1973년 한일 고교대항전 때 에가와가 한국에 왔다. 워낙 떠들썩한 선수라서 흥미롭게 지켜봤는데 중앙고 유대성에게 홈런을 맞아 뻘쭘해졌다. 더구나 유대성은 홈런타자가 아니었다.

에가와 이후 마쓰자카, 다나카 등 '괴물' 투수는 계속 이어졌다. 마쓰자카 역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 때 이승엽에 결승타를 얻어맞고 패전 투수가 되었기에 일본의 '괴물'은 호들갑이라고 생각했다.

그 별명을 오타니가 이어받은 것이다. 키가 193cm인 오타니는 고3 때 시속 160km를 던졌다고 한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 오타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타니는 한국과의 개막전과 준결승에서 모두 선발로 나와 13이닝 동안 3피안타에 21개의 탈삼진, 무실점으로 한국 타자들을 농락했다.

오타니는 프로에 진출해서도 투타 겸업을 고집하며 일본 최초로 10승-10홈런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주위의 평가는 냉정했다. 대 선배인 장훈이 "프로야구는 동네 야구가 아니다"며 호통을 칠 정도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부를 때도 투타 겸업을 고집했다. 본인은 투수보다 타자에 더 마음이 있는데 모든 팀은 투수로 쓰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오타니를 잡기 위해 에인절스가 '말도 안 되는' 이런 조건을 받아들였고, 오타니는 2017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다.

미국에서는 호기심 반, 비웃음 반으로 오타니를 지켜봤다. 3년 동안 오타니의 실험은 지지부진했다. '일본과 미국은 다르다'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았고, '투수에 전념하라'는 충고가 이어졌다.

오타니는 고집을 꺾지 않았고, 4년 만에 드디어 꽃을 피우고 있다. 철저히 역할을 분담하는 현대 야구에서 과연 이도류(二刀,미야모토 무사시가 창안했다는, 양손에 칼을 잡는 검법)가 바람직하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래서 오타니는 진짜 '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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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손장환 편집위원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6년 중앙일보 입사. 사회부-경제부 거쳐 93년 3월부터 체육부 기자 시작. 축구-야구-농구-배구 등 주요 종목 취재를 했으며 93년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을 현장 취재했다. 중앙일보 체육부장 시절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으며Jtbc 초대 문화스포츠부장을 거쳐 2013년 중앙북스 상무로 퇴직했다. 현재 1인 출판사 'LiSa' 대표이며 저서로 부부에세이 '느림보 토끼와 함께 살기'와 소설 '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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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1-09-02 05:08:04
멋진글 감사합니다 후속기사도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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