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2 08:25 (수)
[김성희의 역사갈피] 노벨 평화상 수상자 '자서전의 본질'
[김성희의 역사갈피] 노벨 평화상 수상자 '자서전의 본질'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8.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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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 출신의 '빈민 인권운동가'의 행적 논란
남동생이 굶어죽지 않았고 집안형편도 좋아 사립 기숙학교 두 번 생활 밝혀져
노벨 평화상委 "자서전은 다 미화", 대학 교수는 "軍政만행 더 부각" 옹호해
리고베르타 멘추(오른쪽)는 1992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 출신의 인권운동가로, 우리나라에도 두 차례인가 방문해 기사화되었던 인물이다. 사진(리고베르타 멘추)=Nobel Foundation archive/이코노텔링그래픽팀.
리고베르타 멘추(오른쪽)는 1992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 출신의 인권운동가로, 우리나라에도 두 차례인가 방문해 기사화되었던 인물이다. 사진(리고베르타 멘추)=Nobel Foundation archive/이코노텔링그래픽팀.

리고베르타 멘추란 여성을 아는지? 기억하는 이가 별로 없을 테지만 1992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과테말라 출신의 인권운동가로, 우리나라에도 두 차례인가 방문해 기사화되었던 인물이다.

마야 원주민 출신인 그녀는 커피농장 노동자, 하녀 등 고난을 겪었고, 군부독재에 맞서 농민운동을 벌이던 부모와 남동생을 불의에 잃어야 했다.

1981년에 멕시코로 망명해서도 과테말라의 현실을 고발하는 데 앞장서던 그녀는 파리 국제회의에서 베네수엘라 출신 인류학자 부르고스를 만나 함께 1983년 『나, 리고베르타 멘추-과테말라의 한 원주민 여성』이란 자전적 이야기를 펴내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88년 과테말라로 돌아가서 체포됐다가 풀려난 후 원주민 학살의 참상을 알리며 과테말라의 인권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상금으로 재단을 운영하고 빈곤층을 돕기 위한 제약회사를 설립하는 등 시민운동을 이어가던 그녀는 2007년에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거짓말쟁이 이야기-거짓말의 역사』(제레미 캠벨 지음, 나무와 숲)를 꺼내고자 함이다. 이 책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미국의 미들버그대학 교수인 데이비드 스톨이 멘추의 저서를 분석해보니 과장되고 허구적인 내용이 많았다고 한다. 그녀가 국제적 명성을 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책인데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남동생이 굶어죽는 것을 보았다고 했는데, 그 남동생이 과테말라에 건강하게 살아 있단다. 게다가 어린 시절을 가난하게 보내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썼는데 실은 그녀는 사립 기숙학교를 두 군데나 다녔다고 한다. 부유한 상류층이나 갈 수 있는 학교 아닌가 싶은데.

문제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한 반응이다. 웰즐리대학의 마조리 어고진 교수는 "나는 그녀의 책이 사실에 충실한지 아닌지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우리는 학생들에게 과테말라 군대의 만행과 그 군대에 자금을 지원하는 미국의 잔학행위에 대해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노벨 평화상 위원회 역시 "모든 자서전은 어느 정도 미화된다"며 리고베르타 멘추를 옹호하기까지 했다.

사실 멘추의 저서 내용이 진실인지, 스톨 교수가 어떤 목적이 있어 허위로 지적했는지는 가릴 수 없다. 그렇지만 역사라기보다 거짓말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이 책을 읽자니 정당한 목적을 위한 '사소한' 거짓말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요즘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법정' '진실의 법정' 운운하는 몇몇 볼썽사나운 인물들이 뉴스를 장식하기에 문득 생겨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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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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