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6 01:30 (월)
[김성희의 역사갈피] 어전에서 뜯는 상소
[김성희의 역사갈피] 어전에서 뜯는 상소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7.1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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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인조 임금을 '보통 자질'이라며 거스른 사헌부 장령의 배짱
광해군 세자가 유배지 탈출 후 붙잡히자 자결 명령 처결 비판해
승정원이 뭉갤까 임금에 직접 올리는 봉사(封事)란 언로 덕 봐
광해군의 폭정에 맞선 반정(反正)에서 임금으로 추대된 능양군은 중종 등 이전에 반정 덕에 왕위에 오른 다른 인물들과는 달랐다. 거사 당일 반군을 맞아들이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진(1574년 1월 이이가 왕에게 올린 상소문(오른쪽))=한국학중앙연구원/이코노텔링그래픽팀.
광해군의 폭정에 맞선 반정(反正)에서 임금으로 추대된 능양군은 중종 등 이전에 반정 덕에 왕위에 오른 다른 인물들과는 달랐다. 거사 당일 반군을 맞아들이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진(1574년 1월 이이가 왕에게 올린 상소문(오른쪽))=한국학중앙연구원/이코노텔링그래픽팀.

"전하께서는 '보통 슬기의 천품(中智)'밖에 안 되는 데도 올바르게 인도하는 신하가 없으니, 자질구레하게 살피는 것을 밝다고 생각하시어 말단 사무에만 부지런하고, 국사가 글러지고 국론이 분열되어 위태롭게 어지러운 줄을 알면서도 구하지 않나이까."

이건 인조 12년(1634) 장령 벼슬로 부름을 받은 선비 강학년(姜鶴年)이 임금께 올린 상소다. 임금에게, 감히 '보통 자질'이라 했으니 발칙하지 않은가.

조선 시대 사헌부 장령은 정4품이니 요즘으로 치면 감사원 국장급이 대통령에게 자질이 모자란다고 비판한 꼴이랄까.

광해군의 폭정에 맞선 반정(反正)에서 임금으로 추대된 능양군은 중종 등 이전에 반정 덕에 왕위에 오른 다른 인물들과는 달랐다. 거사 당일 집에서 반군을 맞아들이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즉위 이후엔 반정을 주도한 서인(西人)에 휘둘려, 광해군의 핍박을 받은 인목대비를 우러러 높이 모시는 것 외에는 백성들 형편이 혁명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이괄의 난, 정묘호란 등 내란과 외침이 잇달아 백성들은 고달프기만 했다.

상소는 폐위된 광해군의 세자 지를 자결토록 한 것을 비판하기 위한 글이었다. 폐동궁이 아버지의 유배지인 교동에서 귀양살이 하던 중 탈출했다 붙잡힌 일이 벌어졌다. 인조비 한씨가 "나라의 흥망이 덕치 여하에 있는 것이며, 덕치 여하는 마음에 달렸는데, 마음으로 결단하는 것은 실론 순간에 있는 것이 아니오리까…옛날 아침에 천자가 되었다가 저물어서는 필부가 되고자 해도 얻지 못한 일이 있었사오니…"하며 지친을 죽이지 말자고 했지만 조정에서는 논란 끝에 "자살하게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광해군의 아들은 제 손으로 목 매어 죽었다.

그러니 폐동궁을 자결케 한 무리수를 비판한 강학년의 상소는 중론과 임금의 뜻을 거스른 것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전하께서 반정한 조처는 세상에 드문 처변이라 할 만하오나, 백이(伯夷)가 있었다면 '사나운 것으로 사나운 것을 바꾼다'(以暴易暴)라는 나무람이 반드시 있었을 겁니다."

이처럼 반정의 의미 자체를 비판했으니 강학년이 순탄치 않았음은 불문가지다. 강학년을 추천했던 이조판서 최명길이 사직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도 극단적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비밀스럽게 아뢰는 상소 '봉사(封事)'는 임금 앞에 직접 올리게 하는가 하면 상소 내용이 승정원에 미리 알려지면 상달이 지체되거나 훼방을 받을까 염려하여 밀봉한 상소는 꼭 어전에서 뜯게 하는 등 언로 확보를 위한 제도가 나름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왕조시대의 언로를 모은 『상소』(이전문 지음, 사회발전연구소) 하권에 실린 이야기다. 어째 의도가 수상한 '언론중재법' 입법이 여당에 의해 추진된다기에 찾아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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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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