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6 00:05 (월)
[김성희의 역사갈피] 위조문서로 탄생한 '교회 국가'
[김성희의 역사갈피] 위조문서로 탄생한 '교회 국가'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6.2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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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에게 이탈리아의 서부지역 관할권 넘긴다는 콘스탄티누스의 기증장은 꾸며진 것
중세에 이르면 교황권이 왕권을 눌러 황제가 맨발로 눈밭에 선 ' 카노사의 굴욕 ' 초래
사진(콘스탄티누스 개선문,콘스탄티누스1세(오른쪽))=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 홈페이지/이코노텔링그래픽팀.
역사적으로 보면 가장 파장이 컸던 위조문서는 이른바 '콘스탄티누스 기증장(Konstantinische Schenkung)'를 꼽을 수 있다. 사진(콘스탄티누스 개선문과 콘스탄티누스1세 청동상))=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 홈페이지/이코노텔링그래픽팀.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누가 만들었는지 여야 간에 공방전이 뜨겁고 내용을 두고도 사실이라거니 검증을 해야 한다거니 해서 말깨나 한다는 정치인들, 언론이 나서 시끄럽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한동안 파문을 일으켰던 '생태탕 파문'을 보면 그 끝이 짐작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X파일'의 파괴력은, 현재로선 상당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가장 파장이 컸던 위조문서는 이른바 '콘스탄티누스 기증장(Konstantinische Schenkung)'를 들 수 있겠다. 이 문서는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밀라노 칙령을 발표한 서기 313년에 작성된 것으로 되어 있었다.

문제는 이 문서가 황제가 당시 로마에 있던 교황 실베스터 1세에게 이탈리아의 서부 지역에 대한 권한을 넘겨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그 후폭풍이 컸기 때문이다. 가톨릭 측은 이 문서를 근거로 서로마제국에서 우월한 지위를 주장했으며 이는 결국 '교회 국가'의 탄생으로 이어져 중세에 이르면 교황권이 왕권을 누르고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1077년 신성로마제국 하인리히 4세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의 파문 위협에 눈밭에서 사흘간 맨발로 서 있는 이른바 '카노사의 굴욕'을 겪은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위조문서 탓이었다.

한데 이 문서는 754년 교황 스테파누스 2세가 정치적 목적으로 위조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1440년 로렌조 발라가 위조 사실을 밝혀낼 때까지 위력을 발휘했으니 중세 유럽사, 나아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위조문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이보다 파장은 덜하지만 '요한 사제의 편지'란 위조문서도 유명하다. 프리드리히 1세 궁정에서 만들어진 이 편지는 사제 요한이 세상의 끝에서 본 왕국의 기적을 묘사하는 내용이었다. 거기 사람들은 500세까지 살고, 백 년마다 한 번씩 마법의 우물로 젊음을 되찾고, 모두 정직하고 서로 신뢰하는 미덕의 나라…. 7세기에 다시 씌어진 이 편지는 기독교의 동방 진출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됐다. 동쪽 끝에 있는 신성한 나라와 기독교 세계가 합쳐지기 위해 그 사이에 있는 회교도 등 이교도들을 멸망시켜야 하는 '성스러운 임무'가 모두 요한 사제의 이름으로 행해졌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유럽 열강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식민지를 만들고 이슬람 세계를 공격하는 것이 정당화됐다.

이는 『거짓말에 관한 작은 역사』(마리아 베타티니 지음, 가람기획)의 내용 중 일부다. 지금 보면 이 두 위조문서의 크고, 오랜 영향력이 어처구니없다. 하지만 진실 여부가 판명될 때까지 적어도 거짓말장이에게는 그 열매가 달기까지 위조 유혹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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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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