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수소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에너지 혁명 근간"
오너 3세 조현준(53) 효성그룹 회장이 마침내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인 울산 액화수소 공장 착공을 통해서다. 이를 위해 그는 앞으로 5년간 총 1조 원이 넘는 대형 투자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조 회장은 21일 울산 효성화학 용연3공장 부지에서 '효성·린데 수소 사업 비전 선포 및 액화수소 플랜트 기공식'을 주재하고 대규모 미래산업에 도전장을 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수소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에너지혁명의 근간"이라며"효성의 액화수소 공장이 국내 수소산업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수소사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SK그룹, 포스코 등 재계 10위권 내 그룹이 앞장선 가운데 조 회장이 이끄는 효성그룹(26위)도"국내 수소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겠다"며 뛰어들었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수소 저장·운송 사업을 통해 효성의 100년을 담보해 내겠다는 포부다.
효성이 생산하게 될 액화수소는 기체수소를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로 냉각시킨 수소다. 효성중공업과 독일 굴지의 가스·화학업체인 린데그룹이 세운 합작법인 린데수소에너지㈜는 2023년 5월까지 1차로울산에 연산 1만3000t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게 된다. 이는 수소 승용차 10만 대를 한 번에 충전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추가 증설에도 나서 2026년께 생산 능력을 연산 3만9000톤까지로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23년께 울산 액화수소 충전소를 시작으로 전국 30여 곳에 대형 액화수소 충전소를 짓기로 했다. 2024년까지 액화수소 충전 기술과 관련 설비 국산화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에 앞서 조현준 회장은 2017년 1월 16일"100년 효성의 미래를 새로 열겠다"며 취임했다. 당시 49세였고, 효성그룹이 창립 51주년을 맞는 해였다. 예상을 깨고 사장에서 바로 회장으로 승진해 재계를 놀라게 했다. 사상 최대 실적(2016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 견인, 아버지 조석래 전 회장의 건강ㆍ재판 문제 등이 조기 승진의 배경으로 꼽혔다.
하지만 그의 취임에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창업자 조홍제 회장(1984년 작고)과 2세 조석래(86) 회장은 섬유(화섬)를 기반으로 50년 동안 효성을 키워 냈다. 무엇보다 새 성장 동력 확보가 시급한 시기에 젊고 경험이 적은 3세 조 회장이 취임했으니 그런 걱정들이 나올 법도 했다. 그에 대한 수차례의 사법처리, 형제간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이미지가 훼손된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취임 5년째에 접어든 조 회장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재계 안팎에서 보여 왔던 우려 섞인 시선들을 씻어내려 한다는 느낌을 던져 주고 있다. 미래사업인 수소에너지를 통해 효성 역사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각인시킬 태세다. 기공식에서"효성의 역사가 시작된 울산에서 100년 효성으로 나아갈 새 장을 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한 부분에서 그런 점이 느껴진다.
재계에서도 그가 효성 오너 1, 2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가 기질을 드디어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다만, 미래형 사업인 만큼 앞으로 닥쳐올 숱한 난제를 여하히 극복하고 이 사업을 성공시킬 것인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