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4 18:30 (목)
[김성희의 역사갈피] 임진왜란때 태국의 출병 타진
[김성희의 역사갈피] 임진왜란때 태국의 출병 타진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6.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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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조흥국 교수가 쓴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교류사』에서 언급해 눈길
아유타야 왕국의 조공 사신단이 명나라에 와서 "일본의 후방을 견제" 제안
明서 논의 끝에 거절…최근 심화된 미중 갈등사이 우리나라의 안녕이 걱정
사진=KBS 1TV '임진왜란 1952'/이코노텔링그래픽팀.
사진(배경)=KBS 1TV '임진왜란 1952'/이코노텔링그래픽팀.

역사에서 난(亂)이라 하면, 정통 거대 세력에 반하는 소수 반군의 '저항'을 가리킨다. 그런 의미라면 1592년에 시작된 왜의 침략을 가리키는 '임진왜란'은 잘못된 용어다.(지금은 '7년 전쟁'이라 가르친다던가.)

국가 대 국가 간의 싸움이었고, 조선은 오랫동안 병화(兵禍)를 입었기 때문에 반란을 뜻하는 왜란은 가당치 않다.

지금은 단순히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명나라를 정복하기 위한 이른바 '정명가도(征明假道)'를 빌미로 조선을 침공한 것이 아니었고, 동북아의 판세를 뒤흔든 국제전쟁이었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실제 임진왜란의 파장은 막대했다.

그중 부산대학교 조흥국 교수가 쓴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교류사』(소나무)에는 눈이 번쩍 띄는 대목이 나온다. 태국이 조선 지원군을 파병하려 했다는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히데요시는 중국 정복뿐 아니라 세계제국을 꿈꾼 듯하다.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키기 1년 전인 1591년 필리핀의 스페인 식민 총독과 인도 고아의 포르투갈 총독에게 "하늘의 명에 따라 중국 정복을 꾀하고 있는데 당신의 나라로부터는 아직 나에 대한 경의의 표시나 조공이 오지 않았다"며 곧 군대를 보내겠다고 위협했다.

어처구니없는 시도지만 이런 꿈(허황될지라도)을 품은 지도자가 있었다는 사실은 어쩌면 부러운 대목이긴 하다. 어쨌든 당시 동아시아는 히데요시란 폭풍을 앞두고 요동쳤던 것은 사실었던 모양이다. 『명 신종실록』 『명사』에 의하면 1592년 10월 태국 아유타야 왕국의 조공 사신단이 와서 "몰래 군대를 출동시켜 일본을 바로 쳐 후방을 견제하겠다"고 명에 청했다.

이게 인사치레가 아니었던 것이 의주로 피신해 있던 선조에게 보낸 칙서에서 명 신종은 "…류큐(오키나와)와 시암(태국) 등의 나라에도 선유하여 이들이 10만의 군사를 모아 동쪽으로 가서 일본을 정벌하여 원흉을 제거하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는 등 여러 관련 기록이 『선조수정실록』에 남아 있다고 한다.

물론 일본을 겨냥한 태국의 해상원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명 신종실록』에 따르면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긴 했지만 태국에서 일본까지 바닷길로 한 달 이상 걸리는 데다 "오랑캐의 마음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명이 아유타야 측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였다.

여기에 아유타야 왕국이 조공무역을 축으로 한 실용주의 외교를 위해 원병을 제안하긴 했지만, 미얀마의 침공에 시달리던 아유타야 왕국의 형편이 실제 파병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 실제 이유였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태국의 원군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은 뜻밖이었다. 국력을 키워 적병을 물리치지는 못하고, 기껏해야 '란'이라고 붓방아질이나 한 행태가 딱해 보였다. 그러면서 오늘날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국가와 민족의 안녕을 도모하는 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 건지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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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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