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6 00:55 (월)
[이필재의 CEO 스토리] 크몽의 박현호 '플랫폼 승부수'
[이필재의 CEO 스토리] 크몽의 박현호 '플랫폼 승부수'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jelpj@hanmail.net
  • 승인 2021.06.3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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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출신으로 세 차례 창업 실패 한 뒤 2억 원 빚지고 낙향
이스라엘 파이버 벤치마킹해 프리랜서 재능 대행 업체 설립
콘텐츠 제작 · 통번역ㆍ 레슨ㆍ컨설팅 등 대행 서비스 23만종
사진(크몽 박현호 대표),자료=크몽/이코노텔링그래픽팀.
크몽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수 주문하듯이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사진(크몽 박현호 대표),자료=크몽/이코노텔링그래픽팀.

'프리랜서 마켓'을 표방하는 플랫폼 기업 크몽의 박현호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20대에 창업해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서비스를 개발했다.

마케팅도 거의 안 했다. 서비스를 잘 만들면 고객이 알아서 찾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패착이었다.

엔지니어나 개발자 출신 창업가가 흔히 범하는 오류다. 그는 크몽 창업 전 세 번 회사를 차렸고 열두 개의 아이템을 시도한 후 나이 서른셋에 2억 원의 빚을 졌다.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의 집으로 내려갔다. 다니던 대학도 졸업을 못해 중퇴했다. 부모는 그가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기 바랐다. 동네 사람들은 빚 있는 대학 중퇴자가 하는 이야기를 잘 믿으려 들지 않았다. 한때 투자도 받고 큰 상도 받아 친구들 사이에선 나름 유명했던 그로서는 자존심이 상했다. 세 끼 라면만 먹고도 살 순 있었지만, 마음이 힘들었다.

2011년 봄 그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파이버를 벤치마킹해 크몽의 베타 사이트를 오픈했다. 그보다 1년 전 탄생한 파이버는 단돈 5달러에 각종 심부름, 디자인, 문서 번역 등의 서비스 또는 재능을 판매했다. 뒤이어 미국에서 런칭한 태스크래빗은 잡무와 심부름을 대행했다. 영국에서는 음식 주문을 대행하는 딜리버루가 출시됐다.

크몽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수 주문하듯이 디자인, 프로그래밍 등 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콘텐츠 제작, 마케팅, 통·번역, 비즈니스 컨설팅, 레슨 등 크몽에 등록된 서비스는 23만여 종에 이른다. 운세 상담도 있다. 월 거래 건수는 4만 건 이상, 거래를 마치면 의뢰인 즉 구매자가 5점 만점으로 평점을 매긴다. 의뢰인들의 이용 만족도는 평균 98% 수준이다. 박현호 대표는 "전문적인 스킬을 판매하는 프리랜서들의 만족도도 플랫폼 상에서 평가를 하게 돼 있지는 않지만 높다"고 말했다.

"요즘 시대에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능을 모두 기업 내부에 둘 순 없습니다. 이런 기능을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도록 의뢰인과 전문가 즉 프리랜서를 우리가 연결해 주는 거죠."

박 대표는 이 점에서 크몽은 비즈니스 성공의 파트너이고 프리랜서들 역시 크몽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의뢰인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창업을 준비 중인 예비 창업자들이다. 이들이 반대로 전문 스킬의 판매자가 되기도 한다. 즉 크몽의 의뢰인은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이기도 하다.

크몽이 우버, 카카오택시 등의 운전 서비스 중개와 다른 점은 일반적인 노동이 아니라 전문적 스킬 거래를 중개한다는 것이다.

프리랜서 마켓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 중이다.

"코로나 탓에 원격으로 일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서인지 프리랜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 프리랜서가 아닌 사람들의 82%가 장차 프리랜서를 하고 싶어 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도 이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일수록 삶의 질과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해 프리랜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밀레니얼 세대로 표상되는 이들 세대는 직장에 얽매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회사인간'이 되기보다는 투 잡, 쓰리 잡을 하는 N잡러로서의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크몽은 긱 경제(Gig Economy) 플랫폼이다. '긱'은 일시적인 일을 뜻한다. 1920년대 미국 재즈 클럽들이 단기적으로 무대에 세우려 섭외한 연주자를 긱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1980년대 시작된 우리나라의 퀵 서비스, 대리운전 서비스는 긱 경제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프리랜서들은 긱 경제를 통해 1인 기업화하고 있다. 긱 경제 일자리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박 대표는 "크몽 덕에 디자이너 출신 '경단녀'가 일을 다시 시작해 잘 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플랫폼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업체 하이퍼커넥트의 화상 채팅 앱은 전 세계적으로 쓰이는데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올려요. 글로벌 경제 시대에 국내 시장만 보고 정부가 규제하면 국내 기업에 역차별로 작용할 소지가 있어요. 플랫폼 시장이야말로 명실상부한 단일 시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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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이코노텔링 이필재 편집위원 ■ 중앙일보 경제부를 거쳐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월간중앙 경제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ㆍ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 전문기자 등을 지냈다.
<최고가 되려면 최고에게 배워라-대한민국 최고경영자들이 말하는 경영 트렌드>, <CEO를 신화로 만든 운명의 한 문장>, <아홉 경영구루에게 묻다>, <CEO 브랜딩>, <한국의 CEO는 무엇으로 사는가>(공저) 등 다섯 권의 CEO 관련서 를 썼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잡지교육원에서 기자 및 기자 지망생을 가르친다. 기자협회보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로 있었고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초빙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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