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는 기원전 600년 올림픽의 승리자에게 병사의 2년치 월급 지급
마법의 약물 활용 등 '도핑'도 … 기원전 388년 대회땐 상대선수 매수도
몇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 올림픽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코로나가 여전히 기세를 떨치고 있는 만큼 일본 안팎에서 개최 불가론이 제기되는 탓이다.
이는 올림픽이 단순히 국가 간에 스포츠 역량을 겨루는 기회가 아니라 국력을 견주는, 가히 지구촌 잔치라 할 만큼 의의가 크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 올림픽은 정정당당, 순수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이는 이미 옛날 일이다. 그야말로 올림픽 메달 순위가 국력 또는 국부의 상징인 양 여겨지면서 '전쟁'처럼 치러지는 현상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승리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근대 올림픽을 부활시킨 프랑스의 쿠베르탱은 이렇게 말했지만 말이다. 사실 올림픽 정신의 변질은 예고된 것이었다. 올림픽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만 봐도 부정으로 얼룩진 프로 스포츠였다. 뭐, 올림픽 개최 기간 중엔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들이 전쟁을 멈추는 등 평화의 상징이었다고 해도 그렇다.
고대 올림픽은 속임수와 스캔들, 도박, 부정으로 가득 찼는데 심지어 점술가와 마법사에게 승리를 위한 마법의 약물을 구했으니 요즘 같으면 도핑의 원조라 하겠다. 또한 기원전 388년 데살리의 권투선수 에우폴러스는 상대 선수 3명에게 모두 뇌물을 먹여 거짓으로 다운당한 척 시켜 승리를 움켜쥐었으니 이것이 역사상 1호 부정사례다.
경기 승리자에게는 세금 면제, 연금 및 상금 수여 등 금전적 혜택이 주어졌으니 올림픽이 상징하는 아마추어리즘은 애당초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예를 들면 아테네의 대정치가 솔론은 기원전 600년 올림픽 승리자에게 500드라크마의 상금을 주었는데 이는 병사의 2년간 급여에 해당하는 액수였다. 다른 폴리스에 매수되어 '국적'을 속이는 일도 빈번했으니 이탈리아 남부 크로톤 출신의 육상 챔피언 아스틸로스가 시라쿠사의 대표로 출전하자 고향 사람들이 그의 집을 부수고 교도소를 짓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수'들이 이토록 우승에 목말라 했던 것은 물론 돈과 명예, 특전이 막대했기 때문이었다. 승리자의 동상은 예사고, 아테네처럼 평생 공짜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것들은 『세계사 오류사전』(조병일 외 지음, 연암서가)에 나오는 사실들이다.
그런데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에 지금도 한창 땀 흘리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한마디 꼭 묻고 싶다. 우리나라가 설령 올림픽 금메달 획득 1위가 된다면,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이 되는 걸까 아니면 적어도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국민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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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