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50년 되던 날' 김재철 회장 스스로 물러나
'동원그룹 50년 되던 날' 김재철 회장 스스로 물러나
  • econotelling(이코노텔링)
  • 승인 2019.04.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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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식 행사장 임직원앞에서 전격 은퇴 선언 … '해외어장 개척'의 산증인 "새 역사 써 달라"
차남 김남정 부회장 그룹 경영 전면에… 장남 김남구 부회장은 금융부문 맡는 기존체제 유지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실습 항해사로 바다로 나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창립 50년 기념식장에서 전격 은퇴선언을 했다 바다개척의 선구자요, 산증인인 그가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며 쓴 선상 편지글은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가 30대 중반에 창립한 동원은 오늘날 재계 4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뉴스1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의 실습 항해사로 바다로 나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창립 50년 기념식장에서 전격 은퇴선언을 했다 바다개척의 선구자요, 산증인인 그가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며 쓴 선상 편지글은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가 30대 중반에 창립한 동원은 오늘날 재계 4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집무실에 세계지도를 거꾸로 붙여놓고 바다로 향한 그의 집념을 보여줬다. /뉴스1

동원그룹 김재철(84) 회장이 16일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하고 회사를 이끌어 온 지 50년 만이다. 한국 경제계 역사에서 창업세대가 스스로 명예롭게 퇴진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김 회장의 퇴진 소식은 포털 검색어 상위에 오르는 등 주목을 받았다.

김 회장은 이날 오전 경기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통해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며 “역량을 십분 발휘해 더욱 찬란한 동원의 새 역사를 써달라”고 말했다. 이때까지 김 회장 사퇴는 일부 고위 임원만 알고 있어서 행사에 참석한 일반 직원은 크게 놀랐다.

회사측에 따르면 사장단은 알고 있었지만 실무진은 전날에서야 알고 퇴진 이후 절차를 준비했다. 일부 직원들은 사내 방송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대표적인 재계 1세대 창업주다. 23살이던 1958년 한국 최초 원양어선 지남호의 실습항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3년 만에 최연소 선장이 됐다. 당시 원양어선을 타며 그가 쓴 편지글은 초․중․고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가 30대 중반에 창립한 동원은 오늘날 재계 4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김 회장은 해외어장 개척에 앞장섰다가 원양어업이 위축되자 1982년 참치가공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내 수요를 창출해 캔 참치를 ‘국민 필수 식료품’ 반열에 올렸다. '동원참치'는 출시 이래 지금까지 지구 12바퀴 반을 돌 수 있는 양인 62억캔이 넘게 팔렸다.

2019년 4월16일 김재철 회장이 창립기념 행사장에서 연설하면서 자신의 은퇴를 공식화 했다./동원그룹
2019년 4월16일 김재철 회장이 창립기념 행사장에서 연설하면서 자신의 은퇴를 공식화 했다./동원그룹

김 회장은 평소 “한국인은 한국을 떠나야,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아야 위대해진다”라고 강조하면서 집무실에 세계지도를 거꾸로 걸어놓았다. 그는 두 아들에게 현장을 철저하게 익히도록 교육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차남 김남정(46) 부회장에게 동원 입사 이후 동원참치 제조공장에서 생산직과 영업사원을 거치도록 했다. 장남인 김남구(56) 부회장은 앞서 대학을 마치고 6개월 동안 북태평양 명태잡이 어선을 탔다. 두 아들 모두 현장에서 11년 동안 경험을 쌓은 뒤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이날 창립 기념사에서 “동원이 창립된 1969년은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딘 해로, 선진국이 달에 도전할 때 동원은 바다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엄청난 갭이 있었다”며 “하지만, 열심히 땀을 흘리고 힘을 모은 결과, 동원은 1, 2, 3차 산업을 아우르는 6차 산업을 영위하며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의 급격한 변화는 과거를 자랑하고 있을 여유가 없고, 기업경영은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이겨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이다 인공지능이다 하는 등 새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만, 동원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 정신을 발휘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기념식에 이어 참석자 230명과 드론을 띄워 항공 샷을 찍었다. 이날 행사의 유일한 이벤트였다. 기념사 외에는 별도의 코멘트나 의식은 없었다.김 회장의 자진 퇴진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단으로 전해졌다. 창업세대로서 소임을 다했고, 후배들이 마음껏 일하도록 물러서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동원그룹은 “김 회장이 그간 하지 못했던 일,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일도 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앞으로 동원그룹은 김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 체제로 이어간다. 장남 김남구 부회장은 동원그룹이 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한 뒤 운영하다 이후 금산분리로 계열 분리한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