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7 05:35 (토)
[김성희의 역사갈피] '난장판 된' 보궐선거
[김성희의 역사갈피] '난장판 된' 보궐선거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4.05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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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생사갈린 전투 치르듯 공약 남발에 물불 안가리는 막말 잔치
건곤일척의 전쟁도 군 깃발 떨어뜨려 싱겁게 승부가 갈린 싸움도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선이 어떤 어처구니 없는 결말 맺을지 궁금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이코노텔링그래픽팀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 운동 양상을 보노라면 '전쟁'이 떠오른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공약(空約)에 물불 안 가리는 막말이 오가는 모양새는 그야말로 각 당이 생사존망이 걸린 듯 총력전을 펼치는 듯해서다.

뭐, 이번 보궐선거 자체가 유례없는 사태이기 하지만 역사를 뒤져보면 지금 보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전쟁이 벌어지거나 전개된 사실을 만날 수 있다. 우선 가장 어처구니 없는 전쟁은 소인국 전쟁이다. 아, 이건 물론 사실(史實)이 아니다. 조나단 스위프트의 유명한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니 말이다.

주인공 걸리버가 희한한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의 첫 이야기는 소인국이다. 상세한 이야기야 워낙 유명해서 생략하지만 걸리버가 소인국 간의 전쟁에서 맹활약하는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이 전쟁의 원인은 삶은 계란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른 이견이었다. 즉, 계란의 둥근 쪽부터 깨서 먹느냐, 뾰족한 쪽부터 깨서 먹느냐를 두고 불화를 빚은 나라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었다.

사실 독자 대부분이 읽은, 아동용으로 수정된 『걸리버 여행기』에는 이 전쟁의 원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단지 스위프트가 당대 영국 정치를 풍자할 목적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 점을 기억하고, 원본을 읽는다면 좀 더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건 픽션이고 전쟁 원인에 관한 것이지만 실제 어처구니 없는 전쟁 전개를 보여주는 사례를 『세상의 모든 역사』(수잔 바우어 지음, 부키)에서 만났다. 4세기 로마 제국에서 벌어진 전쟁이다. 북아프리카 속주가 길도라는 자의 지휘 아래 제국에 반란을 일으켰다. 이 지역은 제국에 식량을 공급하는 곡창지대였기에 이를 진압하기 위해 길도의 동생 마스케젤의 지휘를 받는 5,000명의 로마군이 아프리카로 파견되었다. 그러나 반란군은 7만 명에 이르렀으니 로마군의 악전고투가 예상됐지만 전쟁은 싱겁게 끝났다.

두 아들을 형에게 잃은 마스케젤은 전장에서 길도 진영의 기수를 만났을 때 그의 팔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그러자 기수의 손에서 군기가 땅에 떨어졌는데 이를 항복의 군호로 해석한 다른 기수들이 일제히 군기를 내렸고, 그 배후에 줄지어 있던 병사들이 항복했다. 그렇게 해서 로마군은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내지 않고 식민지를 제압할 수 있었다.

글쎄, 길도가 환관의 꼬임에 빠져 반란을 일으켰던 만큼 전쟁에선 명분이 승패를 가를 만큼 중요하다는 사실로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적어도 일사불란하다는 것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고, 구성원끼리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보면 이번 현대판 전쟁, 보궐선거는 어떤 어처구니 없는 결말을 맺을지 궁금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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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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