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7 05:20 (토)
[김성희의 역사갈피] 女權 무시한 프랑스 대혁명
[김성희의 역사갈피] 女權 무시한 프랑스 대혁명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3.30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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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랭프 드 구즈"여왕과 공주에게 봉사하는 여성 국민병의 징집"주장
혁명후 나온 나폴레옹 법전은 여성지위에 대해선 구체제로 회귀 오명
자신의 성별에 맞는 덕성을 잃어버린 여성으로 꼽혀 단두대의 이슬로
사진(올랭프 드 구즈(오른쪽)),자료=올랭프 드 구즈 홈페이지/이코노텔링그래픽팀.
올랭프 드 구즈의 모습을 그린 그림,자료=올랭프 드 구즈 홈페이지/이코노텔링그래픽팀.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째서 이번 선거를 치르게 되었는지는 까마득히 잊히고 막말과 공허한 공약만 오가는 모양새다. 이쯤에서 여성 인권을 위한 투쟁사 한 토막이 떠올랐다.

올랭프 드 구즈란 여성이 있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기를 살다간 여인인데 그 유명한 프랑스 혁명 시기의 '인권선언'에 빗대어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선언'을 발표한 선각자다.

그녀는 계약을 맺고 자유로운 결합을 지향하는 결혼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으며, 여성의 작품만 공연하는 프랑스 국립극단의 설립, 여왕과 공주들에게 봉사하는 여성 국민병의 징집 등 시대를 앞서간 주장을 공개적으로 펼쳤다.

지금 봐도 약간은 과격한 주장이 담겼으니 당대의 반응이 어땠을까. 인류사에서 시민의 인권에 대한 전환점으로 꼽히는 프랑스 대혁명은 그러나, 여성들을 배신했다. 1793년 5월 법은 여성들을 국민의회 연단에서 내몰았으며, 이어 "과격한 정열 때문에 무질서와 혼란을 불러일으킬 경우 국가의 이익이 희생될 것"이란 이유로 여성들의 사회적 모임의 클럽들을 폐쇄했다.

대혁명을 중단시킨 나폴레옹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대표적 치적 중 하나인 '나폴레옹 법전'은 현대 법전의 전범으로 꼽히지만 여성의 지위에 관한 한 혁명 전의 구체제로 회귀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예를 들면 나폴레옹 법전은 남편이 부부 공동재산의 유일한 주인임을 인정했다. 때문에 남편이 첩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내의 소유권을 멋대로 박탈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사회가, 국가가 올랭프 드 구즈를 어떻게 대했을까. 그녀는 "자신의 성별에 적합한 덕성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몰려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했다. 당시 임신한 여성은 아기를 낳기 전에 처형할 수 없다는 규정을 이용해 아기를 가지려고 애썼지만 그녀를 진단한 의사와 산파들은 그녀가 단두대에 설 수 있는 상태라고 얼러뚱땅 판정해 결국 시대의 희생양이 되었다. 그런 그녀는 "여성이 사형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연설 연단 위에 오를 권리도 당연히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야기가 조금 벗어나지만 구즈의 '여성 국민병' 제안은 일부 여성들에게 호응을 받았다. 메리쿠르, 루이즈 로베르, 로즈 콩베르는 전시에 여성도 군에 입대하여 싸울 권리를 주장했고, 폴리느 레옹은 여성들을 무장시키고 훈련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가 담긴 『세계여성사』(G. 트뤽 지음, 문예출판사)를 보면 좁게는 여성 참정권, 넓게는 여성의 인권을 위해 투쟁했던 여성들의 피와 땀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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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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