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21:15 (화)
[김성희의 역사갈피] 言行불일치…지식인의 입과 행동
[김성희의 역사갈피] 言行불일치…지식인의 입과 행동
  •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 jaejae99@hanmail.net
  • 승인 2021.03.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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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뿌리 제공하고 교육론의 고전을 쓴 루소,버젓이 '아동학대'
노동권익 내세웠던 마르크스는 가정부에 땡전 한 푼 안주고 성 착취한 '악덕 주인'
15년만에 재출간된 『지식인의 두 얼굴』(을유문화사)은 지식인의 민낯 염증 반영
ⓒ이코노텔링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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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시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다가오니 온갖 미사여구와 흑색선전이 판친다. 이 중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지식인들의 행태다. 일찍이 '어용 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도 나왔거니와 말과 글로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정작 처신은 자신의 말과는 영 딴판이거나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이 속속 드러나면서 '과연 지식인이란 어떤 사람인가'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한데 이런 사태가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현상이 아닌 듯해서 작은 위안을 준다. 장 자크 루소란 프랑스 사상가가 있다.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프랑스혁명에 사상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역사에 남을 지식인이다. 대표 저서는 『사회계약론』이라 하겠지만, 특유의 교육론을 설파한 『에밀』도 그의 대표 작품이다. 자연에 대한 예찬, 야외 생활에 대한 애호, 자발성과 활력을 강조한 그의 교육론은 후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에밀』은 교육 분야의 고전으로 꼽힌다.

그런 루소가 실은 냉정하다 못해 요즘 같으면 아동학대의 주범으로 꼽힐 만한 아버지였다. 열 살이나 어린 세탁부 테레즈를 정부로 두었는데 1746~1747년 첫 아이를 낳았다.(연도가 불확실한 것에 주목하자. 아이는 성별도 모르고, 이름도 얻지 못했다.) 루소는 '그녀의 명예를 지키기 위하여' 테레즈를 설득해 아이의 옷에 숫자를 적은 카드를 넣고는 고아원에 갖다버리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이어 얻은 네 아이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처리했다. 이 가증스런 사람이 교육론의 대가라니!

루소가 자유주의 진영의 대표적 이중인격 지식인이라면, 카를 마르크스는 표리부동한 좌파 지식인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그는 『공산당 선언』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주장하며 국제적 단결을 호소했지만 사생활은 본인의 이념과 전혀 달랐으니 말이다.

마르크스 일가가 영국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 부인 예니 집안에서 보내준 '렌첸'이란 가정부가 함께했다. 렌첸은 요리와 설거지, 세탁뿐 아니라 생활비 관리까지 도맡았지만 마르크스는 그녀에게 동전 한 푼 주지 않았다. 무려 45년간이나.

뿐만 아니다. 마르크스의 정부가 된 렌첸은 1849~1850년 아이를 임신했다. 온 가족이 두 개의 방에서 생활하던 처지였다. 렌첸은 1851년 아들을 낳았는데 마르크스는 자기가 친아버지임을 부인했다. 결국 아이는 루이스라는 노동자 가정에 맡겨졌다. 나중에 마르크스 집안을 방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지만 현관문은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부엌에서만 어머니를 만나야 했다. 이게 자본가들의 착취를 비판했던 마르크스의 맨 얼굴이다.

이 이야기들은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인 폴 존슨이 언행불일치 지식인들을 다룬 『지식인의 두 얼굴』(을유문화사)에 나온다. 2005년 국내에 소개됐는데 지난해 다시 출간된 것을 보면 일부 '지식인'들의 두 얼굴에 염증을 느낀 이들이 위로 받기 위해 이 책을 꾸준히 찾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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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이코노텔링 김성희 객원 편집위원 커리커처.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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