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01 12:15 (화)
중국 구석구석 탐색② 청조의 정원, 원명원
중국 구석구석 탐색② 청조의 정원, 원명원
  • 홍원선 이코노텔링 대기자(중국사회과학원박사ㆍ중국민족학)
  • wshong2003@hotmail.com
  • 승인 2019.03.17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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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 국력 쇠락하면서 서방열강에 의해 초토화… 파괴흔적 그대로 보존해 '후세의 경계'삼은 듯

이른 비행기를 타기위해 5시에 일어났다. 짐을 다시 한번 정리하고 간단한 아침식사를 끝낸 후 집을 나섰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잠실롯데월드 대한항공 리무진버스승차장으로 도보로 이동하여 출발 직전의 인천공항행 버스를 타다. 어제 비가 좀 내려서인지 하늘이 아주 청량하고 맑다. 올림픽도로 위 차창에서 내다본 한강은 맑은 날씨 때문인지 잔물결도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강남 강변도로의 가로수도 아주 짙푸르다. 옅게 드리운 새털구름과 검은 구름이 뒤섞인 하늘도 여행자의 마음을 약간 들뜨게 만든다.

원명원의 연밭과 수로.  연밭 사이의 수로에서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호수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원명원의 연밭과 수로. 연밭 사이의 수로에서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호수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공항에 닿은 후 바로 탑승수속을 끝내고 북경행 남방항공 여객기에 올랐다. 이륙후 20여분이 지난 후 기내식이 배식되었다. 상당히 큰 종이박스였으나 뜯어보니 오렌지주스와 샌드위치가 들어있다. 크기를 4분의 1로 줄여도 충분할 듯 했다. 출발시간 2시간이 지나 북경공항 2터미날에 도착했다. 현재 북경수도공항엔 1,2,3터미날이 있으나 국제선은 주로 3터미날을 이용한다. 지난 99년 중국으로 공부를 하러 왔을 때 이용한 항공청사는 바로 1터미날이었다. 당시 1터미날에 대한 감상은 규모나 시설면에서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우리의 중소도시 시외버스터미날 규모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왜소하고 낡았었다. 이어 차례로 2터미날과 거대한 3터미날이 잇달아 아주 빠른 시일내에 건설되었고, 국제공항으로서 북경수도공항의 면모를 완전히 일신하였다. 바로 북경수도공항의 공항청사 건물의 변화가 바로 최근 20여년 간의 중국의 변화와 경제발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구조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대도시의 국제공항엔 유명 음식료브랜드가 대거 입점해 치열한 고객유치경쟁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 모습일 것이다. 커피에 관심이 있어 공항의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전문점의 커피가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태리인들이 미국인들의 묽은 커피를 지칭하는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스타벅스는 22위안, 맥도날드는 19위안, 켄터키치킨은 17위안을 받고 있다. 이렇게 브랜드별 커피가격의 위계가 형성되었다. 켄터키치킨과 맥도날드 등 두 패스트푸드점의 커피 가격이 시내 매점에 비해 아주 비쌌다. 커피숍에서 파는 커피는 이미 커피 자체를 파는 상품이기보다는 특정한 장소와 분위기를 파는 상품으로 봐야될 게 아닌가 싶다. 같은 도시 내에서도 큰 가격차가 나는 것이 바로 이를 정확하게 나타내는게 아닐까.

파괴된 원명원의 전각들. 중국정부는 파괴된 유적을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서 중국인의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다시 이런 파괴를 당하지 않으려면 국가가 강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무너진 전각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파괴된 원명원의 전각들. 중국정부는 파괴된 유적을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서 중국인의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다시 이런 파괴를 당하지 않으려면 국가가 강한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무너진 전각을 통해 웅변하고 있다.

북경에서는 시내 중심가인 3환로 동북방향 허핑리 소재의 후이차오(惠僑)호텔에서 주로 묵는다. 부근에는 한국유학생들이 많은 중국 중의학대학과 대외경제무역무역대학, 화공대학 등 대학들이 제법 많이 자리잡고 있다. 이 호텔은 한국인에게 중국투숙객보다 조금 저렴하게 방을 제공한다. 그러나 직접 창구로 가면 혜택을 받지 못하고 호텔 내에 영업하고 있는 한국식당을 통해서 수속할 경우에 이런 우대를 해준다. ( 금년에는 그동안 한식당을 경영해온 우리 중국동포가 업종을 바꿔 이슬람식당으로 전환했으나 주인은 그대로였다. ) 원래 이 호텔의 숙박요금이 180위안일 때부터 이용했으나 재작년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한 이후 방값은 300위안으로 올랐으나 대신 방이 깨끗해지고 쾌적해졌다.

여장을 푼 후 로비에 있는 비즈니스센타에서 내일 시안(西安)행 고속열차표를 문의했으나 다 팔리고 없다. 우선 점심을 먹고 난 뒤 교통편을 알아보기로 하고 호텔 부근의 후난(湖南)음식점으로 가서 쇠고기버섯볶음과 두부요리 그리고 밥과 맥주를 주문했다. 중국에서 점심이나 저녁식사 때 식사손님들이 맥주를 마시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필자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우선 맥주 값이 싸고 또 맥주의 알콜도수가 낮다. 고급식당이 아니고 보통의 식당에서는 500mm 한병 기준으로 5위안 ( 우리돈 900원 전후 )전후로 비교적 저렴하고 알콜도수도 2.5%에서 3.5%로 저알콜도수이다. 여름철 여행객들은 많이 이동하고 걷기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 맥주가 갈증을 없애주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필자가 여행 중에 식사시간에 주로 마신 맥주의 알콜도수는 2.5%로 우리나라의 라이트비어보다 알콜도수가 낮은 편이다. 식사비는 맥주 6위안 포함하여 모두 64위안이었다. 후난 요리는 아마도 중국의 여러 가지 요리 가운데서 우리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맞지 않나싶다. 기본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향신료라 할 수 있는 마늘 생강 파 양파 고추 등을 많이 넣어 적당히 매운데다 이를 고열에 빠른 시간에 볶거나 튀기기 때문에 매콤한 맛과 기름의 고소함이 화학작용을 해서 우리의 침샘을 자극하기 때문일 것이다.

식사후 시안행 기차표를 구하러 몇 곳을 다녔으나 내일 표가 없어 결국 모래 시안행 고속철 2등석 표를 520.5위안에 구입했다. 원래 차표는 515.5위안이었으나 시내 곳곳에 있는 매표대행업체들은 5위안의 수수료를 받아 가격이 높아진다. 저녁 무렵 왕푸징으로 가보았다. 왕푸징거리 입구에는 아시아의 가장 부유한 사람이자 ( 최근 포브스지의 발표에 의하면 아시아 최고부유집안의 순위가 바뀌어 삼성 이건희 가가 최대 부자로 올라섰다 ) 범 중화권을 통털어 가장 부유한 사람인 홍콩의 리카이싱이 거대자본을 투입하여 지은 동방광장이란 거대한 몰이 있다. 이 건물은 위치( 북경의 중심가인 장안가에서도 가장 중심인 왕푸징 초입에 소재 )와 건물의 세련미에서 장안의 관심이 집중된 곳이기도 하다. 이 몰 지하에 많은 음식점이 있어 깨끗한 환경에서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추천할 만한 곳이다. 음식점의 숫자도 음식의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우리가 일본에서 자주 보는 대표적 패스트푸드점인 요시노야가 오래전부터 중국에 진출하여 영업을 하고 있었고 영업이 매우 활발했다. 중국대륙의 요시노야는 일본자본이 직접 경영하는 것이 아니고 홍콩자본이 중국내 사업권을 인수하여 사업을 벌여왔으나 메뉴구성도 맛도 이전만 못 하다는게 필자의 생각이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중국을 여행하면서 문을 닫는 요시노야가 많아진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저녁을 먹은 후 왕푸징을 좀 더 산책하게 되었다. 이곳에는 청조 초기순치제 집정시절( 1655년 ) 이태리와 포르투갈 출신의 천주교신부에 의해 초건되고 이어 몇 차례 성당건물이 훼손되고 중건된 로마식의 성당이 있다. 전체 성당건축은벽돌과 나무로 건설되었고 서양풍의 건축양식에 전통중국건축의 특징도 반영하였다. 왕푸징을 나타내는 하나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이 성당에서 이방인으로서 좀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됐다. 성당은 본당 건물과 함께 본당 앞의 광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광장에서 마을주민들이 체육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주 고음의 앰프와 스피커소리가 시끄럽고 아주 어수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시민들이 공원처럼 조용히 앉아서 휴식하거나 대화를 하는 것은 좋다싶은데 앰프소리에 춤인지 체조인지 모를 단체행동은 경건해야 할 종교시설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를 바라보는, 특히 서양의 종교를 바라보는 보통 중국인의 마음이 드러나는 것일는지?

 다음날 아침을 호텔 옆‘용허대왕’이란 브랜드의 중국계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었다. 죽과 기름에 튀긴 꽈배기 그리고 두장(豆漿) 한그릇을 14위안에 주문했다. 유명한 패스트푸드점인만큼 깨끗하고 쾌적하며 또 시원하다. 그러나 음식값은 제법 비싼 편이다. 물론 요즘도 값싸게 아침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도시의 동네마다 적지 않게 있다. 그러나 도시가 점차 개발되고

바다와 같은 호수, 원명원에서 가장 넓은 호수인 福海의 모습. 한 컷으로 호수의 전체 모습을 담을 수 없었다.
바다와 같은 호수, 원명원에서 가장 넓은 호수인 福海의 모습. 한 컷으로 호수의 전체 모습을 담을 수 없었다.

발전하면서 예전에 싼값으로 아침을 먹던 구멍가게 같은 식당이나 아니면 노점상 등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대신 쾌적한 환경에서 위생도 고려한, 가격이 비싼 식당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중국의 추세인 듯하다. 예전 중국에 막 공부하러 왔던 1999년이나 2000년 아침 식사비는 훈둔 ( 일종의 물만두국) 1위안, 순두부 한그릇 1위안, 두장 한그릇 0.5위안, 꽈배기튀김 0.5위안으로 3위안이면 아침을 푸짐하게 먹었으나 지금은 배불리 먹으려면 20위안쯤 드는 것 같다.

오늘도 북경에 머물러야 하니 오전에 어딘가를 다녀와야겠는데 어딜 갈까를 궁리하다 웬밍웬 ( 圓明園 )으로 가기로 하다. 웬밍웬은 북경대학 청화대학과 담을 거의 맞대고 있는 북경시내 북쪽에 소재한 청조 황제의 정원이었다. 현재는 공원으로 바뀌어 많은 북경시민이나 아니면 외지에서 북경에 온 사람이나 외국인들이 한번씩 들리는 명소이다. 아편전쟁이후 서방 열강의 8국 연합군이 쳐들어와 이곳을 대부분 파괴하였는데 파괴된 지역의 상당부분은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이는 중국식 교육방식이고 동시에 교육장소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파괴된 그 흔적을 그대로 보존함으로써 중국인들에게 남의 멸시를 받지 않으려면 부강한 중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것 같다. 입장권은 공원 내 모든 곳을 둘러보는 표가 25위안이었다. 오늘 관광의 핵심은 연꽃이었다. 웬밍웬을 가득 채우다싶이한 크고 작은 수많은 호수마다 연이 푸른 이파리를 경염하고 있었고 연꽃도 그다지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싱그러움을 뿜어내고 있다. 연밭이 이렇게 넓게 펼쳐져 있는 것을 이전에 북경에 살 때는 잘 몰랐다. 또 하나 기존의 상식을 깬 것은 이전에 연꽃은 수질이 좋지 않고 지저분한 곳에서 자라는 식물로 알았는데 오늘 이곳에서 본 연밭은 하나같이 아주 깨끗한 곳이었다. 2015년 여름의 기행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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