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뮤직 등 서비스 늘리고 아이폰의존 줄여

애플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상장기업 가운데 최초로 장중 시가총액 2조달러(약 2356조원)를 돌파하며 미국 증시 역사를 새로 썼다. 2조 달러는 지난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1조 6295억달러) 보다 많고 세계 8위인 이탈리아 GDP와 비슷한 수준이다.
2018년 시가총액 1조달러를 넘긴 지 2년여만에 이룬 성과다.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애플컴퓨터를 설립한 지 44년 만, 1980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한 지 40년 만이다.
애플 주가는 이날 오전 뉴욕증시에서 최고 468.65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2조달러(약 2천356조원)의 기준선인 467.77달러를 훌쩍 넘겼다. 장중 한때 1.4% 올랐던 애플 주가는 오후에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고 462.83달러(0.58%↑)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시가총액 1조9790억달러(약 2331조원)로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 애플이 2조달러 고지에 오른 것은 2018년 8월2일 1조달러를 넘어선 지 불과 2년여 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시총 1조달러에 도달하는 데 42년이 걸렸지만, 2조달러에 이르는 데에는 단지 2년이 더 필요했다"고 보도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1조달러에서 2조달러를 넘기는데 걸린 실질적 기간이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코로나19가 크게 번지던 3월 중순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다가 불과 21주만에 2조달러 선에 이르렀다.
3월 23일 224.37달러로 바닥을 찍었던 애플 주가는 현재 2배 넘게 올랐고, 연초 대비로는 60% 정도 오른 상태다. 그 사이 애플은 지난달 31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시가총액을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으로 등극했다. 아람코는 지난해 12월 기업공개(IPO)를 한 뒤 시가총액이 장중 2조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와 유가 폭락 등을 겪으며 기업가치가 떨어졌고 현재는 약 1조8000억달러로 평가된다.
애플의 이날 업적은 코로나19 대유행 속 실리콘밸리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나왔다. 코로나19로 자택에서 원격 근무 또는 수업을 하고 가상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IT 기술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애플은 지난 분기에 매출(597억달러)과 이익(113억달러) 모두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했다. 이날 장중 시가총액 2조달러 돌파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2011년 애플 CEO가 된 그는 중국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애플뮤직과 앱스토어 등을 아우르는 서비스 사업에 치중하며 과도한 아이폰 의존도를 낮췄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평가했다.
또한, 애플이 지난 2년 동안 별다른 새 사업을 하지 않고도 시가총액을 두 배로 불린 점은 더욱 놀랍다고 NYT가 평했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워치 5시리즈, 에어팟 프로, 아이폰 11프로맥스 등 기존 제품군을 업데이트한 신상품만을 출시했다. 여기에 음악과 영화 스트리밍, 뉴스 등 구독 서비스를 강화했다.
시가총액 2조달러 고지에는 애플 외에 다른 IT 공룡들도 조만간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WSJ가 전망했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성장에 힘입어 시가총액 1조6천억달러를 넘어섰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도 1조달러에 육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