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5 10:40 (토)
임성기 회장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창조가 있다"
임성기 회장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창조가 있다"
  • 이코노텔링 고윤희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20.08.02 1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미약품 창업주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 … '신약개발의 선구자'
"연구개발은 목숨과도 같다" 며 회사가 적자나도 투자에 팔 걷어
1987년 국내 최초로 글로벌 기업 '로슈'에 항생제 제조기술 수출
한국 제약업계를 이끌어온 한미약품 그룹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사진(한미약품 그룹 임성기 회장)=한미약품.
한국 제약업계를 이끌어온 한미약품 그룹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사진(한미약품 그룹 임성기 회장)=한미약품.

한국 제약업계를 이끌어온 한미약품 그룹 임성기 회장이 2일 새벽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임성기 회장은 '신약 강국'을 이끈 한국 제약업계 거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조그마한 약국에서 시작해 매출 1조원대 제약사를 키워낸 제약업계 산증인이다. '한국형 연구개발(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고 48년간 기업을 일구며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힘썼다.

임성기 회장은 1940년 3월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한 뒤 1967년 서울 종로에 '임성기 약국'을 열었다. 서울 3대 약국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돈도 벌었다. 직접 약을 만들겠다며 1973년 '임성기 제약'을 설립했고, 그 해에 상호를 한미약품으로 바꾼 뒤 지금까지 기업경영에 헌신했다.

임 회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후보물질에 투자하는 R&D 방식을 '한국형 R&D'로 설명한다. 과감한 R&D 투자를 단행한 뚝심 경영으로 한미약품을 신약개발 회사로 체질을 변화시켰다.

한미약품은 해마다 매출액의 최대 20%에 이르는 금액을 혁신 신약 개발에 투자해왔다. 한미약품이 최근 20여년간 R&D에 투자한 누적 금액은 약 2조원에 이른다. 한미약품의 중단 없는 R&D 투자는 평소 "R&D 없는 제약기업은 죽은 기업, R&D는 나의 목숨과도 같다"고 강조한 임성기 회장의 확고한 신념의 산물이었다.

그 결과 한미약품은 1987년 한국 제약업계 최초로 글로벌 제약기업 로슈에 항생제 제조기술을 수출했다. 1997년에는 또 다른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에 '마이크로에멀젼' 제제 기술을 역대 최고 규모인 6300만 달러에 기술이전했다. 노바티스와의 계약 성과는 당시 외환위기(IMF)로 고통 받던 대한민국에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2000년 의약분업 시행 직후 국내 대부분 기업이 투자를 축소할 때에도 임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통해 2000년 이후 제약산업 지형을 바꿔놓았다. 2003년 국내 최초의 개량신약인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을 출시해 한국 제약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입증했다. 2009년에는 국내 최초의 복합신약 고혈압치료제 '아모잘탄'을 기반으로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의 초석을 닦았다.

그러다가 2010년에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다. 이 과정에서 단기 성과에 영향을 받는 투자자는 물론 회사 내부에서도 R&D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그럼에도 임성기 회장은 R&D 투자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총 7건의 대형 신약 라이선스 계약을 글로벌 제약기업에 잇따라 성사시키며, 한국을 역동적인 제약 국가로 탈바꿈시켰다. 2015년 이후 성사시킨 계약 6건 중 5건이 해지되는 아픔도 겪었지만, 임 회장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외롭고 힘들지만, 그 길에 창조와 혁신이 있다"며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임 회장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임직원들과 함께 나눴다. 2015년 대규모 성과를 창출한 이듬해 2800여명 그룹사 전 임직원에게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송영숙 씨와 아들 임종윤·종훈 씨, 딸 주현 씨가 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른다. 유족은 조문과 조화는 사양한다는 뜻을 전했다. 발인은 6일 오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