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집값 시가총액이 1995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5천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집값 시가총액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배율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주택 시세의 합인 주택 시가총액(명목)은 5056조7924억원으로 2018년(4709조6118억원)보다 7.4% 증가했다. 국내 집값 시가총액은 2000년 처음으로 1천조원을 넘었고, 2006년에 2천조원을 돌파했다.
다시 2010년에 3천조원, 2016년에 4천조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해 5천조원을 돌파했다. 총액 1천조원이 늘어나는 데 불과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통계 집계 이래 집값 시가총액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한 차례밖에 없었다.
김대중 정부 말기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2∼2007년에는 매년 10% 이상 시가총액이 불어났다. 특히 2002년(1321조4267억원)에는 한 해 전보다 16.8% 늘어 역대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승률은 2012년과 2013년에 2.5%, 2.6%로 2%대로 낮아졌다가 점차 상승했고, 2018년(9.2%)에는 다시 10%에 육박했다.
경제 성장세와 견줘 주택시장이 얼마나 활성화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명목 GDP 대비 시가총액 배율은 지난해 2.64배로 역대 최고치로 올라섰다. 이 배율은 2005년 처음으로 2배를 넘은 뒤 4차례를 제외하곤 매년 상승했다. 이 배율이 높아짐은 전반적인 경기 흐름보다 주택시장이 더 호조세를 보였다는 의미다.
한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최근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명목 GDP 성장률은 2017년 5.45%에서 2018년 3.40%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GDP 성장률이 1.1%(1898조2천억→1919조원)로 2018년의 3.4%(1835조7천억→1898조2천억원)보다 큰 폭으로 내려갔다.
이 기간 집값 시가총액이 크게 불어난 반면 명목 GDP 성장률은 둔화하면서 GDP 대비 집값 시가총액 배율은 껑충 오른 것이다. 2017년 2.35배였던 것이 2018년 2.48배로, 지난해 2.64배로 급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투기과열지구를 6년 만에 부활시키는 등 여러 차례 고강도 부동산 규제 대책을 내놨는데도 집값은 잡히지 않고 배율은 높아져만 갔다. 특히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배율의 변화폭은 2006년 이후 가장 컸다.
국내 가계자산의 대부분이 주택이고,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가계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 배율의 상승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한 나라에 부가 쌓이면 부동산에도 반영되므로 이 배율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데다 집값이 오르면 가계부채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난해처럼 급격하게 배율이 튀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급격히 올라 집값이 양극화했기 때문에 우려는 더 커진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이 살고 싶어 하는 지역 중심으로 집값이 뛰는데 은행권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지면 수요자들로선 비싼 이자를 내는 위험한 대출을 당겨써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