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세월 석가모니가 한 번 새로 환생해 망시에 살았다는 전설 전해
호텔 앞의 시외버스터미날에 망시행 버스는 없었다. 터미널 직원에게 문의하니 북부터미날로 가라고 한다. 위치를 몰라 택시를 탔고 요금은 8위안이었다. 터미널에 따로 매표소도 없고 제대로 된 건물도 없으며 낡은 중소형버스들이 정돈되지 않은 너저분한 맨땅위에 그냥 여러 대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터미널 초입의 버스를 보니 행선지가 다른 곳이었고 주변에 물어보니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보라고 한다.
발걸음을 좀 옮겼더니 한 낡은 중형버스에 사람들이 제법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고 바로 그 차가 망시행 버스였다. 대뜸 올라탔다. 이어 사람들이 더 모여들었고 좌석이 거의 차게 되자 차주인 듯한 사람이 나타나 차표를 판다. 35위안이다. 차표도 영수증도 없고 승객이 좌석을 다 채우자 버스는 바로 떠난다.
루이리 주변과 교외풍광에 눈길을 주고 있는데 루이리 강변을 달리고 있는 동안 짙은 안개가 주변을 가득 덮었고 날씨는 어제와는 달리 아주 쌀쌀하다. 어제 텅총에서 이곳 루이리로 올 때는 더웠던 기억이 생생해 아침에 셔츠만 걸치고 나온 게 잘못이었던 것 같았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한기에 맞서기 위해 온몸에 가득 힘을 주고 쌀쌀한 날씨에 정면으로 맞섰다. 약 2시간 가까이 지나 버스는 망시의 시외버스터미날에 닿았다.
내려서 그냥 느낌으로 중심가 방향을 잡고 걸었는데 제대로 된 방향이었다. 곧 망시의 중심가인 거리로 들어서게 되었고 거리이름은 사회주의 국가답다 싶은 생각이 드는 이름으로 ‘단결대가’였다. 오는 동안 차창을 통해 전해져온 한기를 견뎌내느라 좀 힘이 들었는데 따뜻한 음료 한잔이 생각난다. 지나가는 초등학생에게 패스트푸드점의 위치를 물어보니 곧장 가라고 한다.
2블럭이 지나자 중국의 대표적 패스트푸드점인 Dicos 가 나타난다. 더운 커피와 감자 튀김을 주문해 햇볕이 내리쬐는 대형창 앞 좌석에 자리잡고 몸을 녹였다.
커피를 마신 후 중심지역을 좀 더 산책하자 거대한 보리수 계통의 나무가 불탑을 완전히 둘러싸서 감아올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좀 더 걸음을 옮기니 부근 보리가에 있는 보리사가 나타난다.
거리이름이 보리가였지만 실제 길거리에 식재된 나무는 보리수가 아니라 늘씬하게 자란 큰 키의 야자수였다. 거리이름은 거리의 실제 모습이 아닌 하나의 종교상징을 여행자에게 강하게 호소하는 것 같다. 앞으로 가게 될 시수앙빤나와 여기 루이리와 망시지역은 바로 남방불교를 신앙하는 다이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 남방불교의 영향이 생활 곳곳에 스며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곳이 중국이지만 정통 중국의 모습과는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지역이고 거리풍광이었다. 이 보리가의 중간 쯤에 보리사가 있다.
이 절은 북방불교가 아닌 독특한 건축디자인과 황금빛을 많이 사용하는 남방불교의 풍격을 지닌 사찰로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여겨졌으나 자료에 의하면 청 강희연간에 초건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찰내부에서는 사찰의 연혁을 설명하는 표지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사찰을 참관하는 시간에 약간의 사찰 건물의 수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시내의 관광지를 몇 군데 더 탐방하고 인근의 켄터키 치킨집에서 점심을 먹고, 매장 건너편 도심공원으로 갔다. 이 공원에는 이 지역 주요 소수민족들의 부인들이 자신의 전통 고유의상을 입은 모습의 동상 6기가 세워져 있었다. 각 민족의 전통 복장을 한 부녀자의 동상은 소수민족의 복식을 이해하는데 약간의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곳을 둘러본 후 교외에 있는 大金塔을 보러 이동했다. 택시비는 20위안이 나왔다. 이 사원 역시 20세기에 건립됐으나 문혁 시기 모두 파괴된 것을 이후 거액을 들여 중건한 것이라는 설명이 쓰여져 있다. 글자 그대로 온통 황금빛이다. 탑의 높이는 무려 76미터, 탑의 하단 기단부의 직경은 5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도 크기이지만 탑의 구조와 디자인이 중국 내지의 대승불교 전통의 불교사탑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밑이 아주 넓은 원형의 원추꼴인 탑으로 태국이나 미얀마에서 흔히 보는 그러한 남방불교 불탑의 유형이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불탑 옆에 제작된 金鳥구조물이었다.
불탑 부근에 세워진 금조는 전신이 모두 황금빛을 드러내 보였고, 이 금조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설명문에 의하면, 억겁의 시간 가운데 석가모니가 한번은 새(鳥)로 환생하였고 바로 지금은 중국 땅인 이곳 망시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억겁의 세월을 윤회하면서 인간이 언제나 반드시 인간으로 전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도 혹은 다른 생명체도 될 수 있다는 불가적인 세계관은 생명체 가운데 인간의 절대적인 지위를 상정하고 있는 기독교의 세계관과는 아주 선명히 대비된다 싶었다.
이 금조구조물은 우리에게 인간의 겸손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불교도이든 불교도가 아니든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었던 석가모니가 인간의 모습이 아닌 새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갔다는 사실은 우리가 어떤 자세로 이 세상을 살아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인류사에 손에 꼽히는 위대한 스승이 새로 왔다는데 우리 보통의 인간들은 억겁의 윤회과정에서 어떤 생명의 모습으로 오고 갔을까. 곤충과 벌레 아니 벌레 중에서도 바퀴나 그보다 하등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형태로도 충분히 오지 않았을까? 우리가 불교의 세계관을 받아들인다면 말이다. 아무리 잘나고 훌륭한 인간도 결국 먼지가 되고 미물로 유전하고 그런 것이 인간의 다양한 모습 가운데 한가지라면 아무리 자신을 낮춰도 낮추는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여하튼 이곳의 금조구조물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요컨대 이 새는 단순히 새가 아니라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와서 우리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간 석가모니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리라. 사찰의 주위를 좀 더 둘러본 후 버스를 타고 루이리로 되돌아왔다. 교자와 쇠고기, 고추요리와 맥주를 곁들여 저녁을 먹고 휴식에 들어가다. 내일은 바오샨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