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남의 서남쪽 끝자락인 '텅총'行 앞두고 설레…저녁에 칮은 뷔페식당은 '외화내빈'
간밤은 앞으로의 여정을 궁리하느라 잠을 설쳤다. 여기서 주요 관광지인 바라커종 국가공원을 둘러보지 못하고 그냥 하루를 보내는 것 보다는 다음 일정으로 넘어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시 좀 넘어 일어나서 버스표를 사러 나가서 9시 30분발 대리행 버스표를 100위안에 구입했다.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리행 표를 구입해서인지 좌석번호가 15번이다.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니 먼동이 터오기 시작한다. 중심지역을 중심으로 산책 겸 아침식사할 장소를 찾았으나 마땅한 식당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시 호텔로 돌아와 2층의 호텔식당으로 가다. 이제껏 해외여행을 하면서 이렇게 간단한 식사, 아니 식사라고 부를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럽지만, 아침식사는 처음 본다. 미음 비슷한 멀건 쌀죽과 중국어로 만두,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간단한 밀가루 빵이라고 할까 이것이 전부다. 저렴한 식당이나 길거리 가게에서 주는 짠지 같은 것을 잘게 썰어놓은 것이 유일한 찬이다. 죽 그릇도 아주 작다. 죽 3그릇이 밥공기 하나가 안될 것 같은 크기다. 어쨌든 숙박비에 포함되었으니 맛좋게 먹고 짐을 꾸려 나오다. 아침식사는 그렇다 해도 이 호텔은 숙박비는 120위안에 시설도 훌륭하였다.
앞으로 다시 샹그릴라로 온다면 당연히 여기서 묵을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호텔이다. 단지 흠이라면 에어컨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와야 하는데 시원한 바람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불 2채를 덮고 그럭저럭 따뜻하게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더친에서 만난 노신부님이 이곳에서 묵었는지 가방을 들고 나간다. 이 지역이 좁은 탓인가? 신부님은 어제 매리설산의 날씨가 아주 좋았다면서 자신은 5,6년만에 어제와 같은 맑고 청명한 풍광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부님과 작별을 하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니 더친에서 샹그릴라로 돌아올 때와 마찬가지로 햇빛이 눈을 찌르고 또 졸음이 몰려와 도로 연변의 멋진 풍광을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다. 이 계절이 아니고 하절기에 왔다면 푸른 초원과 주변을 둘러싼 고산의 풍광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인간세상의 낙원이 될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동 가운데 야크떼들이 별로 먹을 것도 없을 것 같은 철 지난 초원을 일렁거리며 부지런히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더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또 티벳 장족의 상징인 티벳사원의 사탑인 초르텐과 기도깃발, 장족 특유의 건축양식이 이곳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나그네에게 편안함을 선사하고 있다. 버스가 리장지역으로 들어서도 더친과 샹그릴라 구간만은 못하지만 거대한 협곡과 드문드문 잔설이 남아있는 봉우리 그리고 협곡 사이로 흐르는 녹색 빛의 강물이 어우러져 운남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한껏 펼쳐보이고 있었다.
버스는 3시간 정도 운행한 후 승객들이 점심을 먹기위해 산간의 한 식당 앞에 정차하였다. 2층 식당에 올라가 돼지고기와 목이버섯 그리고 기타 여러 양념을 넣어 볶은 요리 한접시와 거대한 솥에서 막 지어낸 밥 한사발을 주문해 먹었다. 맛이 아주 좋았고 볶음요리 20위안과 밥 한사발 2위안 모두 22위안이었다.
9시반 출발한 버스는 당초 대리까지 6시간이 소요된다고 했으나 5시간만인 오후 3시 30분에 대리시외버스터미날 북정류장에 닿았다. 예정시간보다 앞서 목적지에 닿은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그러나 이 버스터미널에는 텅총으로 가는 버스편이 없다. 이 북부정류장은 리장이나 샹그릴라 더친 방향으로 가는 버스들이 주로 사용하는 터미널이고 서남부나 서부지역으로 향하는 버스는 다른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다. 택시로 다른 터미널로 이동하여 모레 12일 아침 10시 출발 텅총행 버스표를 132위안에 구입하였다.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운남의 서남부지역 여정에 들어가게 된다. 첫 서남방향의 행선지는 텅총을 선택했다. 텅총은 20세기 전반 중국의 유명한 지리학자인 호환용의 중국지리분계선인 서남지역과 동북지역을 가르는 기준지역이기도 하다.
서남의 끝이 텅총이고 동북의 끝선은 바로 흑하 ( 더 자세하게는 막하 ) 로 지난 여름 흑하는 흑룡강지역을 여행하면서 들렀고 이번 겨울 여정에서는 서남지역의 기준선인 텅총을 밟게 되어 적잖이 흥분된다.
호텔로 돌아와서 잠시 휴식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서다. 그러나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식당을 찾기도 어렵고 하나같이 기준에 못 미치는 식당들이다. 중심가의 패스트푸드점과 월마트가 있는 거리를 중심으로 제법 다리품을 팔아 찾은 것이 쇠고기구이가 제공된다는 뷔페식당이었다. 인당 식비가 88위안으로 제법 비싸다.
그러나 식사를 하는 순간 바로 후회가 밀려온다. 먹을 음식이 거의 없다. 삶은 새우와 조갯살이 횟감으로 나온 게 그나마 눈길이 갈 정도다. 제대로 된 야채도 더운 요리도 없다. 한참 동안을 채근한 후에 가져온 쇠고기는 너무 딱딱하고 질기며 맛이 맛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서비스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뷔페식당이었다.
부족한 음식을 바로바로 채워야 할텐데 전혀 그렇지 못했고, 음식 종류가 너무 적었으며 제대로 평가해줄 음식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다. 불만스럽게 저녁을 마치고 애꿎은 커피만 들이켰다. 커피를 마신 후 얼하이 부두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휴대폰으로 야간의 아름다운 대리석으로 만든 다리와 밝고 아름다운 조명 아래의 대리 시가지를 좀 촬영하였다. 상쾌한 강바람과 호수바람을 마음껏 음미하고 별이 제법 보이는 밤하늘도 쳐다보면서 여유를 즐기고자 했으나 약간의 적적함과 여수가 좀 밀려오는 듯하다. 호텔로 돌아와 밤늦게까지 컴퓨터에 보관해둔 예전 음악을 밤늦게까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