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가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 불을 당겼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소득절벽에 직면해 생계가 어려워진 서민 5만여명에게 전주시가 다음달부터 52만여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주시의회는 13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재난 기본소득 지원금 263억5천여만원 등 총 556억5790만원 규모의 긴급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전주시는 자체 예산으로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첫 지자체가 되었다.

전주시의 재난 기본소득 지원은 김승수 시장이 지난 10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코로나19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일용직 근로자, 실직자, 생계형 아르바이트 등 취약계층 5만여명에게 50만원씩 지원하자"고 제안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코로나19로 생계 위기에 직면한 시민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에 공감한 시의회는 이달 20일 열기로 했던 임시회를 열흘 앞당겨 10일 개회한 데 이어 전주시가 당초 책정한 '1인당 50만원' 지원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규정에 따라 '52만7158원'으로 증액해 이날 신속 처리했다.
전주시의 재난 기본소득 지원은 실업자와 비정규직 등 5만여명을 대상으로 지역은행의 체크카드 형태로 4월에 지원된다. 3개월 안에 전주 지역에서 사용하는 조건이 붙는다. 다른 제도를 통해 지원받는 소상공인, 실업급여 수급대상자, 정부의 추경예산 지원 해당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전주시는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보다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건강보험관리공단, 지역 은행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TF는 대상자 자격 요건 및 선별, 접수 방법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한다.
정치권도 환영했다. 민주당 김성주 예비후보는 "전주시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예산 편성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민생당 정동영 예비후보도 "IMF 이후 최대 국난인 코로나19를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전폭적인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며 100억원의 추경예산을 전주시에 편성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다른 지자체장들도 재난 기본소득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다. '전주형 재난 기본소득'은 이들이 건의한 정부 예산이 아닌 시 자체 예산으로 지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지자체들이 재난 기본소득 지원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재정자립도가 낮아 재원 마련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북만 해도 전주를 제외한 다른 지자체들은 재난 기본소득 지원을 도입하기 힘든 처지다. 그래도 정치권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 부양과 생계 위기에 직면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일정 수준의 재난 기본소득 지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4·15 총선을 앞두고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돈이 남아도는 지자체는 없다. 다만 예산 사용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도로 하나를 깔지 못하더라도 소득절벽에 직면한 서민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도록 민생 대책을 더 강력히 추진해 코로나19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