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몽골 유목민 지역에서 무한광대의 개방감 체험은 잊지 못해
사계여춘(四季如春)쿤밍ㆍ옥룡설산등 운남의秘境 담아낼 것

지금까지 중국의 중원지역에 대한 기행문을 주로 게재해왔다. 중국문화의 원류를 형성하는 지리적 기반인 중원지역은 한족문화가 태동발전하고, 중화문화의 원형을 형성해온 주요한 지역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금의 행정구역으로 섬서성과 산서성을 주로 여행하고 그 지역에 대한 감상을 지난 기행문에 올렸다. 이들 두 개 성지역 이외에 황하 하류지역에 해당하고 역시 중화문화를 꽃피운 하북과 하남 그리고 산동 일원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기행문을 게재할 계획이다.
섬서와 산서는 특히 중국에서 초기 제국시절을 열었던 진과 한이 태동, 발전한 지역으로 그와 관련된 인문 자원이 아주 풍부하였고, 한족문화의 역사적 현장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여행객의 흥미를 자극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다. 한족과 오랜 역사 기간 서로 대항, 충돌하고 이어 융합의 과정도 거친 유목문화의 흔적을 내몽골지역과 섬서 산서의 변경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영하지역에서도 한족문화와 유목민의 문화가 혼재하는, 나그네의 이목을 끄는 많은 역사적 흔적이 남아있었다. 또 내몽골지역은 유목민의 땅답게 일망무제, 광대무변한 초원지역으로, 도시에서 나서 생활해온 필자에게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무한의 개방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많은 한국인들이 필자와 비슷한 감상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몽골초원 가운데서도 특히 내몽골지역의 최북단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헤이룽장 지역과 접경을 이루는 후룬베이얼 초원이 단연 압권이었다. 아마 세계적으로도 이처럼 넓고, 풀의 상태가 좋은 초원은 거의 유례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경이로운 초원지역이었다.
섬서와 산서는 한족문화의 태동지역이기도 하지만 바로 적대적인 유목민과 바로 접경하는 최전선의 지역으로, 과거 수천년 동안 이들 양대 문명의 충돌과 교류를 음미해볼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자료라는 측면에서 아주 흥미로운 곳이었다. 섬서의 최북단의 위린은 그런 면에서 아주 흥미로운 여행지였다. 이곳에 소재한 과거의 군사전망대 전베이타이는 아주 상징적인 구조물이었다.

이곳에서 눈을 돌려 반대로 보면, 구릉과 수목이 보이는 한족의 땅이지만, 전면을 바로 보면 광대무변의 거대한 몽골초원이 끝없이, 한없이 펼쳐진다. 과거 이곳은 두 문명이 충돌하는 문명의 충돌지점이자 전장으로, 서로 죽고 죽이는 무정한 살육이 벌어진 최전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나그네가 보기에 더 할 수 없이 평화스런 분위기다. 과거에 서로 원수였을 한족과 몽골족은, 한족의 표현( 공산당의 표현 )으로 ‘한 형제’가 되었다.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간에 적용되는 진리나 원리가 있기는 한 것인가? 인간사나 자연계에서 과연 변하지 않고 영속하는 것이 있을까,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믿고 싶어하는 것 아닐까 등등 이러저러한 생각이 전베이타이 군사전망대에서 많이 들었다.
그냥 자연과 풍물만을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뭔가 나그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이 지역의 기행은 진정한 여행경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산서성의 따퉁과 우타이산에서는 종교가 그 중에서도 불교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필자는 불제자가 아니지만, 중국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불교에 대해서도 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윈깡 석굴이나 부근의 ‘하늘에 매달린 절’ 현공사를 참관할 때, 인간의 신앙심이 참으로 위대하고 대단하다는 느낌을 새삼 갖게 됐다.

우타이산의 넉넉하고 푸근한 산세와 그 속에 자리잡고 있는 많은 사찰들은 능히 중국의 불교성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원지역 구체적으로 섬서와 산서기행은 아쉬운 대로 일단 마무리하고, 이제는 중국의 서남단 국경지역에 있는 ‘구름이 머무는 곳’, 평화스럽고 아름다운 雲南으로 발길을 향한다. 필자가 중국에서 공부할 때 접촉한 수많은 중국인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다.
시간과 형편이 좋아서 중국 여러 곳을 다녀볼 수 있으면 그것이 최상이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단 한곳을 둘러봐야된다면 운남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다양한 사람이었지만, 여행에 관한 한 그들이 추천하는 지역은 놀랍도록 똑 같았다. 그곳이 바로 이제 필자가 감상을 전개해보려고 하는 운남이다.
운남은 우선 전천후로 여행이 가능한 곳이라 생각된다. 운남의 성도인 쿤밍을 흔히 사계여춘(四季如春)이라고 표현한다. 약간의 과장이 들었지만, 날씨가 일년내내 봄날 같다는 것이다. 기후가 좋을 뿐 아니라, 가장 아름답고 다양한 자연경관이 그곳에 있다. 또한 인문환경으로 보자면, 중국에서 소수민족 ( 일정한 규모 이상의 )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이곳으로, 아주 다양하고 다채로운 문화가 존재한다.
특히 운남의 남쪽 시수앙빤나 다이족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한족의 문화와 뚜렷이 대조되는 독특한 문화로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멋진 곳이다. 그곳은 아열대의 짙푸른 녹음이 일 년 내내 함께 하는 곳이었고, 중국불교와는 다른 남방불교가 널리 신앙되는 지역이다. 사찰 건물과 탑의 구조나 모양 특히 색채가 중국 사찰과는 아주 대비된다. 사찰의 색은 기본적으로 황금빛이다. 보이지역에는 광대한 야산에 차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웬양지역의 계단논밭은, 이 계단논을 찰랑찰랑 채우는 물에 의해 빛이 반사되면서 아주 아름다운 모습을 여행객에게 선사해준다. 운남의 서쪽은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는 곳으로, 대표적인 도시 루이리로 가는 길은 새로운 느낌으로 나그네에게 다가온다.

대리에서 이곳 루이리로 가는 길의 도로연변에는, 갓 수확한 사탕수수가 한길을 넘어 웬만한 집채만한 규모로 군데군데 쌓여있고, 아직 수확이 끝나지 않은 사탕수수는 거대한 키를 뽐내면서, 짙푸른 녹색을 경염하고 있었다. 1월 중순임에도 이곳은 진정한 남국의 열기를 여행객에게 준다. 운남의 북쪽은 장족의 땅으로, 낙원으로 여겨지는 샹그릴라와 더 북쪽에는 장족에게 수 천년 동안 聖山으로 여겨지는 매리설산이 있다.
매리설산은 산세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장족이든 아니든 불교신자이든 아니든 누구라도 쳐다본다면, 성스럽고 신비스러운 느낌이 들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운남에서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라면, 성도인 쿤밍과 대리 그리고 리장지역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대리는 얼하이 호수와 호수를 감싸 안듯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창산이, 리장은 리장고성과 함께 교외의 옥룡설산이, 보는 이를 감탄의 도가니로 몰고 간다. 옥룡설산의 아래 계곡이 세계적으로 이름높은 호도협 계곡이다.
리장고성의 가장 중심가인 사방가( 동서남북 사방으로 연결되는 길이라는 의미로 제법 규모가 되는 광장임 ) 의 한 카페 2층 창문을 통해 보는 옥룡설산의 모습은, 이 세상 그 어떤 풍광에 비해서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리장 근교의 玉水寨는 글자 그대로 이 세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깨끗한 물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일텐데 바로 그랬다.

옥수채 안에는 수십개의 수많은 작은 연못들이 수십센티미터에서 1미터 정도의 낙차로 미니 폭포로 이어져 있는데 너무나 물이 맑고 깨끗한 곳으로 이곳은 인간세상이 아닌 仙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짙푸른 수초와 송어 떼는 맑은 물만 있는 연못보다 더욱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이곳 옥수채와 시수앙빤나 그리고 매리설산의 풍광은, 이미 이곳을 다녀온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필자의 뇌리에 지금도 생생히 살아있다.
필자는 위에서 말한 운남지역을 여행한 감상을 중원지역의 1부 기행에 이어 2부형식으로 새해 초에 이코노텔링에 게재할 계획이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일독과 격려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