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9:10 (금)
◇해외 현지 취재 1信= 南美경제 우등생 '칠레의 눈물'
◇해외 현지 취재 1信= 南美경제 우등생 '칠레의 눈물'
  • 산티아고 (글ㆍ사진)=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 iexlover@hanmail.net
  • 승인 2019.12.18 2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지 성태원 편집위원 산티아고 特派)

한여름 날씨에 공항엔 캐롤송 … 입국하자 우리 외교부는 '신변안전 주의'메시지
폭동 두달지난 산티아고 곳곳에 방화,약탈,파괴 흔적 …유명 관광지 관광객 한산
남미 유일 OECD가입국의 경제모순 폭발…지하철 무너져 자전거 출퇴근 긴행렬

중남미 우등생 칠레가 두달 넘게 폭동 수준의 시위로 몸살을 겪고 있다. 수도 산티아고에서 촉발된 시위는 들불처럼 전국 주요 도시로 번졌다. 도화선은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30페소(50원 상당) 인상이었다. 탄력을 받은 시위대는 교육, 의료, 연금 등에 관한 30년 적폐 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극심한 빈부 격차와 불평등 때문에 못살겠다며 대통령 퇴진과 헌법 개정을 압박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내년 4월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를 약속했지만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간 칠레 사태는 여전히 불안하고 유동적이다. 이코노텔링은 성태원 편집위원을 산티아고로 보내  칠레 사태의 원인과 전개 과정, 한국과의 연관성 등을 현지취재했다. 오늘 1신을 보내온 성 편집위원은 열흘동안 현지에 머물며 남미 유일의 OECD국가인 칠레의 현장경제를 취재할 예정이다.<편집자주>

칠레 산티아고 아치형 다리구조물 좌우에 그려놓은 눈(eye) 그래피티 그림. 지난 10월 시위대 중 230여명이 경찰 고무탄에 맞아 실명 위기에 놓이자 이를 항의하고 시위를 독려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산티아고=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칠레 산티아고 아치형 다리구조물 좌우에 그려놓은 눈(eye) 그래피티 그림. 지난 10월 시위대 중 230여명이 경찰 고무탄에 맞아 실명 위기에 놓이자 이를 항의하고 시위를 독려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산티아고=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12월 13일(금) 오전 8시(현지시간) 오랜 비행 끝에 마침내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했다. 착륙을 서두르고 있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산티아고는 안데스 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에 둘러싸인 분지 형태였다. 중남미 4대 도시로 꼽히는 이곳에 칠레 인구(1,837만명/2017년 칠레 통계청)의 3분의 1이 넘는 700여 만 명이 몰려 산다.

인천에서 이곳을 찾아오는데 비행시간만 꼬박 하루가 넘게 걸렸다. 인천~뉴욕 14시간, 뉴욕~산티아고 10시간 30분이 각각 소요됐다. 멀고도 먼 곳이다. 한국과는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해 계절도 이곳은 여름이 한창이었다. 국토 면적은 남한의 약 7.7배인 76만㎢이며, 길이는 4,270㎞(폭 평균 180㎞)로 세계에서 가장 길쭉한 나라다. 중남미의 유일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2010년 가입)이며, 1인당 GDP(2018년)는 1만6,331달러로 세계 53위다.

칠레 산티아고 공항 짐을 찾기 위해 서 있는 사람들. 삼성 TV 모니터가 눈에 들어 오는 가운데 한 여름의 캐럴송이 퍼졌다.
칠레 산티아고 공항 짐을 찾기 위해 서 있는 사람들. 삼성 TV 모니터가 눈에 들어 오는 가운데 한 여름의 캐럴송이 퍼졌다.

중남미에서 정치·경제적으로 비교적 안정되고 앞섰던 칠레에서 지난 10월부터 폭동 수준의 시위가 이어져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중남미 우등생으로만 알았던 칠레가 이번 사태로 그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면서 칠레인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도 향후 사태 추이를 불안하게 바라보게 됐다. 극심한 내부 분열로 스타일을 구긴 칠레가 한때 세계 경제 강국으로 큰소리치다 주저앉은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유럽, 미국보다 훨씬 멀고 이국적인 칠레를 찾는다는 기대와 설렘을 갖고 갔을 터인데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 입국 당시 외교부에서 날아온 문자가 그런 기분을 부추겼다. 10월 21일자로 칠레 전역에 내린 여행경보 2단계(여행 자제) 발령이 유효하니 신변 안전에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칠레 항구도시 발파라이소 노천 시장의 한 과일 가게 모습. 칠레인들의 경제 활동은 평상시나 다름 없어 보였지만 활기는 많이 떨어져 보였다.
칠레 항구도시 발파라이소 노천 시장의 한 과일 가게 모습. 칠레인들의 경제 활동은 평상시나 다름 없어 보였지만 활기는 많이 떨어져 보였다.

"도무지 칠레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두 달 동안 이어진 폭동 수준의 시위 사태는 어떻게 돼 있을까" 대개 이런 두 가지 큰 궁금증을 갖고 산티아고를 찾은 것이다. 공항은 평시 분위기 그대로였다.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캐럴송'이 울려 퍼졌다. 더운 여름에 캐럴송이라니 듣는 기분이 좀 묘했다. 눈에 띄는 칠레인들의 표정도 느긋해 보였다. 공항 택시 호객꾼들의 모습에서도 일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시위가 소강상태구나"라는 직감이 들었다. 숙소로 향하는 도중에도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튿날인 12월 14일(토) 산티아고에서 약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유명 항구도시 발파라이스를 찾았다. 간혹 도로나 건물 곳곳에 시위의 상흔이 남아 있었지만 자동차 이동이나 식당 이용, 관광 등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발파라이스 노천 시장이 보란 듯이 잘 열리고 있었고, 벽화로 유명한 구역에도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시위로 관광객이 줄어 다소 한산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취재한 칠레 시위 사태의 현황과 속사정을 요약하면 이렇다. △10,11월 두 달간 이어진 시위는 12월 접어들면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방화, 약탈, 건물 파괴 등 갈수록 폭동화됐던 시위가 잠복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 여름 휴가철에 접어들어 시위의 동력이 떨어진데다 정치권에서 사태수습을 위해 내년 4월 개헌 국민투표를 들고 나온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재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0월 18일 산티아고에서 본격화한 시위는 10월 25일 산티아고 100여만명 시위로 피크를 이뤘다. 시위대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퇴진과 전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방화, 약탈, 건물 파괴 등 시위대의 폭력성이 높아지자 경찰 당국의 대응도 점차 폭력화돼 국제사회가 지탄하고 나섰을 정도다. 현지 언론은 최근까지 시위로 22명이 숨졌고, 2000명 이상이 다쳤으며, 이 중 230여 명이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실명했다고 전했다.

신티아고에서 칠레사태를 현장 취재중인 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 편집위원은 열흘간 현지에 머물며 남미경제의 우등생 칠레의 민생경제 시스템이 무너진 현장을 보도할 예정이다.
신티아고에서 칠레사태를 현장 취재중인 성태원 이코노텔링 편집위원. 성 편집위원은 열흘간 현지에 머물며 남미경제의 우등생 칠레의 민생경제 시스템이 무너진 현장을 보도할 예정이다. 성 특파원의 배경그림은 칠레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의 거리벽화. 이 도시의 다양하고 컬러풀한 벽화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시위는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 30페소(50원 상당) 인상 문제에서 출발했지만 전국 주요 도시로 번지며 동시다발 양상을 보였다. 칠레 국민들의 지지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얘기다. △시위대는 도로, 상점, 주택가, 지하철, 주요 공공건물, 학교 등지에서 방화, 약탈, 건물 파괴 등을 일삼아 휴교, 상점 철시, 지하철 운행중단 등 국민들에게 불편과 불안함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시위대는 자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하철과 버스 등을 파괴하고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도 보였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과 같이 칠레에서도 이번에 좌파 표퓰리즘이 가세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으며(올해 2% 예상→1.5%로 하락 전망), 최근 회복 중이긴 하지만 한때 칠레 페소화 가치가 15% 상당까지 절하했다. 시위 직전인 10월 15일 1달러당 716.30이던 칠레 페소 환율은 11월 27일 827.80 페소까지 하락했다가 최근인 12월 15일 761.00 페소로 다소 회복되긴 했다.

중남미 우등생 칠레가 수 십 년간 누적된 사회·경제적 모순이 이번에 일거에 폭발하면서 정치와 사회 시스템 전면 개혁이라는 국민적 요구에 직면해 출구 모색에 고민하고 있다. <2信에서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효령로 229번지 (서울빌딩)
  • 대표전화 : 02-501-63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재열
  • 발행처 법인명 : 한국社史전략연구소
  • 제호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 등록번호 : 서울 아 05334
  • 등록일 : 2018-07-31
  • 발행·편집인 : 김승희
  • 발행일 : 2018-10-15
  • 이코노텔링(econotelling)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코노텔링(econotelling). All rights reserved. mail to yunheelife2@naver.com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장재열 02-501-6388 kpb11@hanmail.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