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업무가 각각 달라 하나의 통제 시스템으로 관리 어렵다고 판단
신축적 조직으로 거듭나…신제품별 시장조사와 생산조직이 꾸려져
1929년 미국 자동차 시장서 점유율 32.2%로 포드 (31%) 뛰어 넘어
[김성희 이코노텔링 편집고문] 1918년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29년 대공황이 시작되기 전까지 미국 경제는 전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기업 경영이란 측면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킹 질레, 하인즈, 록펠러 등 창업자들이 전문경영인을 고용했으며, 1920년 200만 명이었던 주주가 1930년에는 1,0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자본주의는 성공을 구가했다.
이 시대 스타 경영인이 1923년 GM의 사장이 된 앨프레드 슬론이다. 훗날 자서전에서 "나의 특기는 경영이다"라고 자부한 슬론은 경영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이공계 출신이다. M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후 입사한 회사가 GM에 합병되면서 GM에 합류한 그는 현장 바닥부터 올라간 인물이기도 하다.
대주주였던 피에르 뒤퐁에 의해 발탁된 슬론의 가장 큰 업적은 사업부제의 도입이다. 슬론은 회사 업무가 본질적으로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닌 만큼 하나의 통제 시스템으로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승용차, 트럭, 부품, 액세서리란 네 개의 독립부서로 나누었다. 그러면서도 힘의 분산과 협력이라는 모순적 목표를 추구했는데 이를테면 철강에서 문구류에 이르기까지 전 사업부의 공동 구매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식이었다.
결과적으로 GM은 사업부 중심의 신축적 조직으로 거듭났으며, 이는 신제품별로 이를 전담하는 시장조사와 생산조직이 꾸려지는 형태였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능력과 목적에 맞는 차를 제때 공급함으로써 평생 고객을 만들어냈다. 예컨대 승용차의 경우 부자들에게는 캐딜락을, 편안한 것을 찾는 이들에게는 올즈 모빌을, 혈기방장한 사람들에게는 뷰익을, 돈은 없지만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폰티액을, 서민들에게는 시보레를 권하는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반면 마이 카 시대를 연 헨리 포드는 성공에 취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나 경영기법을 철저히 무시했다. 엉성하기 짝이 없는 사내 조직도표를 훔쳐보는 사람은 바로 해직시키겠다는 경고를 발할 정도로 '거대 제국'의 모든 것을 스스로 관리하려 했다.
그 결과 1929년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포드사의 점유율은 31%로 떨어진 반면 GM의 점유율은 17%에서 32.3%로 역전되기에 이르렀다. 거대 제국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었다. 이후 미국 자동차시장의 판도는 우리가 아는 바다. 또한 스탠더드 오일, 제너럴 일렉트릭, 유에스철강 등 대기업들이 앞다투어 사업부제를 채택하면서 슬론은 기업 경영의 전환점을 이룬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역사』(존 미클스웨이트 외 지음, 을유문화사)에 소개된 이야기이다. 개인이 역사 흐름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시대 흐름을 외면하는 아집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뭐, 슬론이, 해마다 신모델을 선보여 소비자를 유혹하고 시장을 늘리는 '계획적 진부화'의 개척자라는 또 다른 '악명'이 있다는 사실은 일단 젖혀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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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정년퇴직한 후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8년엔 고려대학교 언론학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선 이후 2014년까지 7년 간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겸임교수로 미디어 글쓰기를 강의했다. 네이버, 프레시안, 국민은행 인문학사이트, 아시아경제신문, 중앙일보 온라인판 등에 서평, 칼럼을 연재했다. '맛있는 책 읽기' '취재수첩보다 생생한 신문기사 쓰기' '1면으로 보는 근현대사:1884~1945' 등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