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2 08:25 (월)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83) 유행은 있지만 경영본질은 안 바뀐다
[권능오 노무사의 노동법률 이야기] (83) 유행은 있지만 경영본질은 안 바뀐다
  •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 nomusa79@naver.com
  • 승인 2026.03.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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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확산 등 외부 환경 변화 무시해선 안 되지만 모든 유행에 반응할 필요 없어
사업 구조와 업무 방식에 맞는지를 먼저 판단을…회사의 목적과 원칙을 지켜나가길
회사의 목적과 원칙은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된다/이코노텔링그래픽팀.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경영자들을 만나 상담을 하다 보면 간혹 듣는 질문이 있다.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원합니다. 요즘 다들 한다는데, 우리도 따라줘야 할까요?"

이 질문에는 재택근무 제도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안고 있다. 회사가 무엇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외부의 흐름에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택근무가 아니다. 경영 판단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더 중요하다.

"귀가 얇으면 안된다."는 말은 경영자라면 더 뼈속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회사 구성원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외부 환경 변화를 전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유행에 반응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자들이 미디어에 특정 단어와 관련 담론이 등장할 때마다 불안해진다. '재택근무'가 그렇고, 'MZ세대론'이 또 그렇다.

"요즘은 재택근무가 대세다","요즘 MZ세대는 다르다",

먼저 재택근무를 보자. 어떤 회사, 어떤 직무에서는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대면 협업과 현장 관리가 핵심인 조직에서는 오히려 조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재택근무의 타당성은 유행이나 세대 문제가 아니라, 해당 회사의 사업 구조와 업무 방식에 부합하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 그 결론이 '적합하지 않다'라면, 불허하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에 동의하는 인재를 채용하면 그만이다.

MZ세대론도 마찬가지이다. 뭔가 새로운 사회현상 같지만, 그러나 이 역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역사를 조금만 돌아보면, 젊은 세대에 대한 한탄은 언제나 반복되어 왔다. 기원전 1700년경 수메르 점토판에는 "요즘 학생들은 공부는 안 하고 놀기만 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역시 젊은이들이 사치를 좋아하고 권위에 도전한다고 한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8세기 일본의 무사 야마모토 쓰네모노는 『하가쿠레』에서 "요즘 젊은 사무라이들은 무사도를 닦기보다는 개인 이익만 좇는다"고 당시 일본 'MZ세대'를 비판했다.

멀리 갈 것 없이 불과 20~30년 전, 지금의 중·장년층 역시 'X세대' 또는 '신세대'라 불리며 기존 질서를 흔드는 존재로 평가받았다.

세대는 늘 달라 보였지만, 조직의 본질은 크게 달라진 적이 없다. 조직 관리의 핵심은 결국 역할 분담, 책임, 그리고 위계 구조에 대한 수용이다. 흥미롭게도 한국 사회에서 서열 의식은 젊은 세대에서도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 같은 또래 안에서도 몇 개월 차이로 위계를 나누는 한국의 서열 문화에 대해 주한 외국인들은 깜짝 놀라고 한다고 한다. 이 점에서 한국의 이른바 MZ세대가 이전 세대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 나아가, 많은 세대 담론은 본래 조직 관리가 아니라 마케팅 영역에서 출발했다. 소비력이 높은 젊은 층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었고, 그것이 과잉 확장되어 조직 운영의 원칙처럼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행하는 세대론을 그대로 조직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혼란을 키울 수도 있다.

회사는 이익 창출이라는 목적을 위해 모인 협업의 집합체다. 구성원들은 연령과 출신을 불문하고, 입사 시점에 이미 하나의 전제에 동의하고 들어온다. 회사의 목적을 이해하고, 정해진 규율 속에서 서로 협조하겠다는 동의다. 재택근무든, 조직문화든, 세대 담론이든 모든 논의는 이 전제 위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재택근무가 대세라는데 우리도 해야 하나", "요즘 세대라서 특별히 관리해야 하나"와 같은 질문 앞에서 계속 흔들린다면, 그것은 조직의 본질과 경영의 기준에 대한 경영자의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유행은 늘 바뀐다. 담론도 빠르게 소멸한다. MZ세대론도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회사의 목적과 원칙은 쉽게 바뀌어서는 안 된다. 경영자가 지켜야 할 것은 트렌드에 대한 민감함이 아니라,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부할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다. 그 기준이 분명한 회사는 유행을 참고하되 휘둘리지 않는다. 반대로 기준이 없는 회사는, 매번 새로운 단어 등장에 스스로를 소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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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이코노텔링 권능오 편집위원(노무사)■ 서울대학교를 졸업 후 중앙일보 인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20년 이상 인사·노무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율탑노무사사무소(서울강남) 대표노무사로 있으면서 기업 노무자문과 노동사건 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회사를 살리는 직원관리 대책', '뼈대 노동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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