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운영자금이 아닌 설비투자 자금조달 어렵다면 증자는 불가피
로보티즈의 유상증자 케이스는'성공적'…소모성 자금조달 목적 유상증자는 퇴출해야
개미투자자들이 유상증자를 바라는 시각이 꼭 옳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아 보인다.
고려아연의 사례를 통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고려아연 이사회는 2024년10월30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MBK-영풍 연합 측과의 경영권 분쟁 와중에서다. 그날 고려아연 주가는 하한가로 끝났다. 373만주에 달하는 물량 부담을 일단 회피하고 보자는 투자심리가 발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주주들은 앉아서 당한 꼴이었다. 결국 2024년11월13일 유상증자 철회 결정을 내렸지만 주가는 보름 전 유상증자 결정일 보다 낮은 가격으로 마감했다. 얼마 후 주가가 급등해 2024년12월6일 장중 역사적 고점 240만원을 넘기기도 했으나, 유상증자 해프닝에 휩쓸려 손실을 보고 주식을 팔아버린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하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 사례가 일반투자자들에게 유상증자에 관해 어떤 인식을 심어줬을지는 불문가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위에서 언급한 개미투자자들의 유상증자에 대한 인식에 타당한 일면이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확인해주고 있기도 하다. 물론 나중에 대반전도 있었다.
2025년12월15일 고려아연 이사회는 사실상 미국 전쟁부(국방부)를 대상으로 고려아연 주식 약 221만주에 대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공모 아닌 사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는 대체로 최소 1년 내지 그 이상의 상당 기간 동안 주식이 시장에 매물로 풀릴 가능성이 없기에 개미투자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고려아연의 두 사례는 평상시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아니다. 그렇지만 상장사의 유상증자와 관련된 일반투자자들의 인식과 반응을 살펴보기에는 적절한 케이스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왜 필요하고 어떤 경우에 해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유상증자는 크게 설비투자를 위한 목적과 운영자금 확보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호재로 볼 수 있다. 향후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매출이 실제로 늘어나는 시점이 도래하기 전까지는 자기자본 대비 이익률은 전보다 낮아진다. 후자의 경우는 대체로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설비투자는 미래의 성장을 예정하고 있는 반면 운영자금은 현상유지에 필요한 소모성 자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긴 호흡으로 장기투자를 하는 경우라면 기업의 성장성을 기대하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그런데 설비투자 자금 조달을 꼭 유상증자 방식으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 내부에 쌓아놓은 돈으로 하는 게 일반적으로 더 좋다고 할 수 있다. 주가 측면에선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으로 설비투자 자금 조달이 어렵다면 필요시 유상증자를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유상증자를 결정한 약 150개 상장사들 상당수는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였다. 설비투자자금 조달보다는 운영자금 확보 차원의 경우가 더 많았다. 대부분 코스닥 상장사들 이었다. 우려할만한 현상이다. 이 대목에서 또 한 번 위에서 언급한 개미투자자들의 유상증자에 대한 인식에 타당한 일면이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코스닥 상장사 로보티즈의 유상증자 케이스를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2025년8월28일 로보티즈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주주 대상으로 보유주식 1주당 0.1033주를, 주당 74,100원(예정가, 확정가는 2025년11월4일 공시)에 1,349,528주(보통주) 배정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공시 후 주가는 대체거래소(NTX) 거래에서 전일 한국거래소 종가 대비 10.05% 하락한 85,000원으로 마감했다. 난리가 났다. 개미투자자들은 SNS와 종목게시판 등을 통해 한 목소리로 회사의 결정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그 후로도 맥을 쓰지 못하던 주가는 9월 중순부터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해 권리락일인 2025년9월29일엔 종가 156,100원으로 끝나 증자 결의일 대체거래소 종가 85,000원 대비 83%나 상승했다. 그 후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바람에 2025년11월4일 유상증자 발행가격이 155,500원(이 날 주가는 269,000원으로 마감)으로 확정돼 애초의 발행가격 대비 110% 높아졌음에도 2025년11월10일 청약은 100% 마감됐다. 회사는 이사회 결의일 당시 유상증자로 조달하려 했던 자금 목표액 10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2100억원의 돈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주가는 지금까지도 대체로 250,000원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처음에 비난을 쏟아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개미투자자들의 온갖 비판, 비난, 험담을 늠름하게 이겨내고, 요즘 시장 참여자들의 유상증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도 극복하면서 성공스토리를 쓴 셈이다. 물론 이런 경우가 드물긴 하다.
그러나 회사의 미래 성장성이 담보된 유망 기술·성장기업이라면 유상증자로 자금조달을 하는 일은 꼭 필요한 것임을 로보티즈 사례가 보여주고 있다. 유상증자가 당장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권리락 등의 과정을 거치며 성가시게 하고, 추가 상장 후 늘어난 물량부담을 이겨내 주가가 기존 추세로 복귀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조건 유상증자는 나쁘다는 개미투자자들의 태도 또한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다. 시장이 지나치게 포퓰리즘적 요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상장사들도 유상증자 결정시 공시나 기업설명회 등을 통해 전보다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유상증자 목적, 필요성, 자금용도를 밝힐 필요가 있다.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할 수 있도록. 아울러 오로지 연명만을 목적으로 소모성 운영자금만을 조달하려는 기업의 유상증자가 개미투자자들을 울리는 일은 더 이상 없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