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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친왕에서 고진영까지' 골프산업 역사 100년의 여정
'영친왕에서 고진영까지' 골프산업 역사 100년의 여정
  •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 yunheelife2@naver.com
  • 승인 2019.11.17 2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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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5주년 맞은 세계골프역사 박물관)

비운의 황태자 영친왕 1927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서 라운딩
1930년대 골프 붐 일어 … 왕실 지원 받은 군자리 골프장, 어린이대공원으로
한 해에 4대 메이저 석권한 밥 존스의 스포츠맨십은 골프 매너 교과서로 기록
국내 첫 골프웨어 만든 슈페리어가 박물관 조성해 국내외 골프史의 흐름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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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친왕은 일본 육사에서 교육을 받고 軍사단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늘 고국 나들이를 다니면서 국권 회복의 의지를 가다듬었다고 한다. 그는 현 우리은행의 전신인 천일은행의 설립을 주도했고 그 자신이 2대 은행장에 취임하기도 했다. 저물어가는 조선왕조를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순종이 붕어한 이듬해에 부인 이방자 여사(왼쪽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유럽여행을 떠났고 그 때 세인트앤드루스 코스(오른쪽 사진이 티샷 준비를 하는 영친왕)에서 골프를 했다. 사진=세계골프역사 박물관 전시사진 촬영/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골프의 메카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에서 처음으로 라운딩을 즐긴  한국 사람은 누굴까.

 조선왕조 비운의 황태자 영친왕을 꼽을 수 있다. 1926년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서거하자  창덕궁(昌德宮)에서 이왕(李王)의 자리에 올랐으나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이듬해인 1927년 부인 이방자 여사와 함께 유럽여행을 떠났다.

이 때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에 들러 라운딩을 했다.  일본에 볼모로 가 있던 영친왕은 일본 육사를 다니면서 골프를 접했다고 한다. 국내에 들를때마다 효장공원이나 청량리에 있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 등 한국 골프사에서 빼 놓을수 없는 인물이다.

지금의 어린이대공원 자리인 군자리에 있었던 국제 규격의 18홀 골프코스를 개발하는데도 힘을 보탰다. 영친왕이 왕실자산이었던 토지 30만 평과 기부금 2만 원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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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프로골퍼인 연덕춘. 그는 약관 25세 나이에 일본 오픈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군자리(현 서울시 광진구 군자동) 골프장은 이를 기초로 1927년 착공하여 1929년 6월 22일 개장하였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 원당 서삼릉 자락에 있는 '서울ㆍ한양컨트리' 클럽의 뿌리이다. 1972년 청와대의 지시로 군자리 골프장을 어린이대공원으로 개발하게 되자 서울CC란 이름으로 운영중이던 이 골프장은 한양CC의 지분을 100% 인수해 지금의 서울ㆍ한양 CC가 됐다.

그럼 우리나라에 골프장을 처음 개장한 곳은 어딜까. 1897년 함경남도 원산항이 개항하자 이곳에서 세관 업무를 돕던 영국인들이 산중턱에 6홀 규모의 골프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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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는 슈페리어 김귀열 회장의 후원으로 미국 PGA대회에 진출해 통산 6승을 거뒀다. 아시아선수론 최다승이다. 세계골프역사 박물관은 그의 코너를 특별히 마련해 전시하고 있다. 사진= 고윤희 이코노텔링 기자.

또 1913년 원산 근처 갈마반도의 외인촌(外 人 村)과 황해도의 구미포에 외국인만 즐기는 골프 코스가 있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 골프사는 100년을 넘었다.

이후 1921년 조선철도국은 미국인 댄트의 설계로 지금의 서울 효창공원에 9홀 규모의 코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일대가 공원으로 지정됨에 따라 폐장하고 1924년 이왕가(李王家)의 육림 중심지인 청량리로 옮겨 18홀이 완공되었다.

그 뒤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크고 작은 골프장 건설붐이 일어났다. 특히 1930년대에는 정원과 야외에 '퍼팅게임'을할 수있는 약식 골프인 '베이비 골프'가 전국적으로 유행했다. 신문에 골프장의 사용료와 이용방법응 소개한 광고가 실릴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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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랭킹 1위인 고진영 선수는 지난 7월 올 마지막 LPGA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자신이 쓰던 골프백을 이 박물관에 보냈다.골프백 밑에 그의 사인이 보인다.

이 같은 골프역사를 한 곳에 담은 곳이 있다. 바로 서울 삼성동 슈페리어빌딩에 있는 세계골프역사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골프의 탄생 역사는 물론 세계 골프대회를 주름잡았던 국내외 전설적인 골퍼들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있다. 골프의 룰 제정 배경과 정직한 라운딩 자세를 강조한 공간도 눈에 띈다. 골프장비와 골프 공의 변천사도 이곳에 만날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골퍼인 연덕춘 선수를 비롯해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PGA대회를 석권한 최경주에 대한 특별 코너가 있다. 최경주는 자신이 받은 주요 우승 트로피를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

최경주는 슈페리어 김귀열 회장의 후원으로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기회를 얻었다. 또 올해 LPGA 메이저 대회서 2승을 거둔 고진영은 지난 7월29일 에비앙대회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자신이 쓰던 골프백을 지난 9월9일 이곳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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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에서도 골프붐이 일었다. 정규 골프장이 아닌 퍼팅만 하는 연습장이 전국 곳곳에 있었다. 당시 전주에 있는 한 골프연습장이 신문광고를 냈다.

 한국 프로골프역사는 1935년 제1호 프로골퍼가 된 연덕춘 선수가 길을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6년 태어난 그는 17세에 골프를 배웠다. 그의 실력을 눈여겨 본 한 일본인의 주선으로 일본에 가서 골프수업을 체계적으로 받았다. 1935년 2월 일본에서 프로 자격증을 따고 1941년 25세 나이에 일본오픈골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연덕춘은 1968년에는 제자인 한장상 등과함께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출범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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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에 한 남자가 신사복을 입고 담배를 문 자세로 골프 퍼팅 연습을 하는 모습이다.

골퍼라면 누구나 한 번 가고 싶은 골프의 성지는 모두에 언급한 세인트앤드루스 링크스 올드코스다. 스코틀랜드 중부 해안의 자연한경을 그대로 이용해서 만들어진 천혜의 골프장이다. 1475년 조성된 을드코스를 비롯해 11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5의 배수로 끝나는 해 이 골프장 올드코스에서 디 오픈(The 0pen) 챔피언십이 열린다. 세계 3대 골프장으로 꼽히는 인트앤드루스, 페블비치, 오거스타 내셔널 중에 가장 오래 된 골프장이다.

이 골프장은 신이 빚은 곳으로 여겨진다. 황량한 해변을 따라 모래 황무지가 형성됐고 밀려오는 바닷물에 의해서 흙이 쌓여 둔덕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그런 까닭에 자연스럽게 벙커와  페어웨이가 민들어졌다. 거센 바람에 실려온 각종 식물의 씨앗이 퍼져 자연스럽게 골프코스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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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5년에 지어진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의 클럽하우스 모습. 해변을 따라 자연스럽게 조성된 이 골프장은 골프의 성지로 꼽힌다.

이곳 세계골프역사 박물관에 있는 ‘골퍼의 전설’ 보비존스를 소개하는 코너도 발길을 붙잡는다. 보비 존스는 하버드대학에서 영문학,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에모리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해 변호사 자격까지 따낸 지성미를 갖춘 골퍼다.  골프역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4대 메이저 골프대회를 모조리 석권했다. 하지만 세계골프사가 그를 위대한 골퍼하라고 쓰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위대한 선수에 앞서 스포츠맨쉽과 페어 플레이의 상징으로 더 평가된다.

그는 1925년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차로 앞서며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샷 자세에서 그만 공을 건드리고 말았다. 이를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공을 건드렀으니 한 타 친 것과 다름이 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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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미를 갖춘 밥존스는 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전설의 골퍼다. 특히 그는 아무도 눈치를 못챈 벌타를 스스로 고백해 팬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미국프로골프협회(USGA)는 그의 이름을 따 매년 스포츠맨십상을 주고 있다.

1벌타를 받았고 그게 빌미가 돼 동점을 허용해 연장전으로 갔고 결국 우승컵을 놓쳤다. 이런 플레이 자세를 지켜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며 격려했다. 그러나 그는 “은행을 털지 않았다고 칭찬하는 것 과 다를바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런 겸손함과 솔직한 대도로 인해 미국 골프협회(USGA)가 주는 스포프맨십상은 그의 이름을 따 밥 존스상(Bob Jones Award)이라고 부른다.

2014년 문을 열어 올해로 개관 5주년을 맞은 세계골프역사박물관은 같은 장소에 있는 갤러리와 연계해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 브런치를 곁들인 특별 프로그램(‘문화가 있는 날’)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박물관의 이동은 큐레이터는 “이 날은 안내인이 전시공간을 직접 설명하는 도슨트(docent) 투어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 박물관의 건립은 ㈜슈페이러 김귀열 회장(78)의 필생의 시업중 하나다.국내 최초로 골프웨어를 만드는 그는 국내 여러 골프대회를 후원했고 특히 최경주 프로를 발굴 육성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골프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그에 걸맞게 골프 박물관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김 회장은 “제가 골프를 처음 접할 당시만해도 골프는 소수 부유층이 즐기는 귀족 스포츠였지만 이제 국내 골프선수들이 세계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고 골프는 많은 부를 창출하는 효자산업이 됐다”라며 “한국 골프가 세계골프를 이끄는 시대가 어서 오기를 바라는 바람에서 박물관 건립을 추진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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