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1 12:20 (목)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50) '꾸안꾸'와 '꾸꾸꾸'를 아시나요
[패션이 엮은 인류경제사] (50) '꾸안꾸'와 '꾸꾸꾸'를 아시나요
  • 송명견(동덕여대 명예교수ㆍ칼럼니스트)
  • mksongmk@naver.com
  • 승인 2025.12.1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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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모임은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를 옷으로 말하는 시간
'꾸민 듯 안 꾸민 듯' 또는 '꾸미고, 꾸미고, 또 꾸밀 건지' 선택난
두 미학의 조화 바람직…패션은 결국 '옷'이 아닌 '태도'의 문제

연말연시처럼 '어떻게 입어야 하나'를 두고 생각이 많아지는 때도 없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화려하게 입자니 부담스럽고, 또 어떤 자리는 너무 소박하면 존재감이 흐려진다. 결국 연말연시는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를 옷으로 말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옷차림 선택이 더 어려워진다.

요즘 패션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유행어가 있다. 바로 '꾸안꾸'다.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말로 멋을 냈지만 과하게 티 내지 않는, 조용한 자신감의 미학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자리 잡은 이 감성은 자기 과시의 피로감과 맞물려 널리 퍼져왔다.

이에 대응하듯 등장한 말이 '꾸꾸꾸'다. 꾸미고. 꾸미고, 또 꾸미는 스타일이다. 명품의 로고, 강한 색채나 디자인의 대비, 과한 액세서리 등으로 존재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다. 꾸안꾸가 '조용한 자신감'이라면, 꾸꾸꾸는 '보여주는 것 자체가 에너지'다. 이들에 대한 세대별 선호도 뚜렷하다. 일반적으로 2030세대는 꾸꾸꾸에, 4050세대는 꾸안꾸에 더 마음을 둔다.

연말연시는 '어떤 인상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옷으로 말하는 시간이다.

'꾸안꾸'냐 '꾸꾸꾸'냐의 패션 미학을 우리네 정치·경제·사회 흐름과 연결하면 더 흥미로워진다. 대비되는 두 스타일은 단순한 패션 취향을 넘어 시대정신의 반영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정치에서는 차분한 실용(주의) 대 강한 메시지, 경제에서는 절제 대 과시, 사회에서는 안정 대 정체성 드러내기라는 흐름이 각각 꾸안꾸와 꾸꾸꾸로 표현된다. 결국 이 두 스타일은 패션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감수성을 비추는 거울이라 하겠다.

앞서 말했듯 연말연시는 '어떤 인상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를 옷으로 말하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고민할 일은 아니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가지, 절제된 꾸안꾸와 화려한 꾸꾸꾸다. 이 두 스타일은 경쟁하는 개념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선택하면 된다.

공식 행사나 회사 송년회 같은 자리에는 절제된 꾸안꾸가 안전하다. 과한 장식은 '힘을 준 모습'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상하 관계가 분명한 자리일수록 '잘 차린 듯 보이지만 튀지 않는' 단정함이 신뢰를 만든다. 튀지 않는 꾸안꾸 미학이 연말 비즈니스룩의 정석이 될 수 있다. 블랙·네이비·짙은 그레이 계통 색, 울·캐시미어처럼 질 좋은 소재, 귀걸이나 넥타이 등 하나의 포인트만 강조하는 방식이 좋다.

이와 달리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파티처럼 나를 드러내도 되는 자리는 꾸꾸꾸의 시간이다. 조명 아래 더욱 빛나고, 사진을 찍어 남기고, SNS에 공유되는 환경에서는 화려함이 오히려 '존재감'을 완성한다. 버건디·골드·실버·에메랄드 같은 색, 벨벳·글리터·금속 장식, 모피 등의 소재가 빛난다. 액세서리도 두 개 이상해도 좋을 것이다. 남성에게도 벨벳 재킷, 무늬 있는 셔츠, 그리고 광택 있는 시계의 조합은 과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화려하다.

결국 꾸안꾸와 꾸꾸꾸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연말이라는 특별한 시기, 우리는 상황에 따라 두 미학을 조절하며 나를 드러내고, 때로는 숨기며, 다시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패션은 결국 '옷'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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