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 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 태어 나지 않아"
대학이 아닌 기업에서 꾸준히 연구 활동을 해온 ‘샐러리맨 연구원’이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9일(현지시간) 노벨 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요시노 아키라(71) 아사히카세이 명예 펠로우는 일본 교토대 대학원 졸업 후 24살 나이인 1972년 화학기업 아사히카세이에 입사해 지금까지 이 회사에 몸을 담고 있다.

아사히카세이에서 배터리 기술개발 담당부장, 이온 2차전지 사업 추진실장 등을 맡으며 연구 활동을 해온 그는 57세인 2005년에야 오사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7년부터 메이조대 교수직도 겸하고 있다.
앞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리튬이온 전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존 구디너프(미국·97), 스탠리 휘팅엄(영국·78), 요시노 등 3명의 화학자를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요시노는 10일 일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일본의 과학 기술력, 이노베이션(기술혁신)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일본 대학과 기업의 연구가 전환점에 와 있다”며 “기초 연구는 10개 중 1개가 맞으면 좋은데, 지금은 쓸 데 없는 부분만 문제 삼아서 예산을 깎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쓸 데 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 무엇에 쓸 수 있는지와는 별도로, 자신의 호기심에 근거해 새로운 현상을 열심히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반대로 정말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실현하기 위해선 ‘이런 연구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기업에서도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이 두 가지가 훌륭하게 두 바퀴로 움직여가는 게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했다.
요시노는 일본 공영방송 NHK와 인터뷰에서 연구에서 중요하게 여겨온 것에 대해 “끈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는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유연한 발상도 필요하다. 그 둘의 균형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연구자의 자세에 대해 “머리가 유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후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에 호기심을 갖고 뭐든 좋으니까 폭을 넓혀가는 것, 그 가운데 ‘이런 길로 가고 싶다’라는 것을 발견해 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요시노는 원래 전지 전문가가 아니었다. 신형 전지를 개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유도성고분자폴리아세틸렌(PA)을 응용해 새로운 사업에 활용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연구를 하는 가운데 “전지의 음극 재료에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파고들었다. 그가 재직한 아사히카세도 원래는 섬유회사였는데 이런 연유로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하게 됐다.
그는 일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거꾸로 내가 전지 제조사의 연구자였다면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발 과정에서 곳곳에서 자료를 스스로 발견해갈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요시노의 노벨 화학상 수상으로 일본은 2년 연속 일본 국적 노벨상 수상자를 냈다. 지난해에는 혼조 다스쿠 교토대 특별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일본 국적자의 노벨상 수상은 이번이 25명 째다. 요시노는 화학상을 받은 8번째 일본인으로 기록됐다. 그동안 일본은 물리학상 9명, 생리의학상 5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을 배출됐다. 일본 출신이지만 다른 나라 국적 보유자 3명을 포함하면 일본 출신 노벨상 수상자는 28명으로 늘어난다.